“직접 사업 안 해봤다면” 혹은 “매출 얼마 이상 안 내봤다면” 경영 컨설팅할 자격 없다는 분이 간혹 계시다. 자기 사업 5년 정도 해봤다는 이유로 내 컨설팅을 신뢰해주신 분도 계셨다. 어느 쪽이든 간에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어떤 착각인지 축구를 비유로 설명해보겠다.
슈팅 명장면을 보면 마치 공격수가 완벽하게 준비된 단 한번의 기회를 자력으로 성공시킨 것처럼 보인다. 물론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킨 것은 그의 실력이다. 그러나 실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키퍼의 컨디션도 있고, 잔디의 상태나 바람의 방향도 영향을 미친다. 교만한 사람은 그것을 인정 안 한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 믿는다.
우리 팀 감독의 경기 전 말실수, 상대 팀 감독의 사기충천한 연설, 상성이 안 맞는 포메이션, 심지어 라커룸에서 벌어진 팀 동료와의 사소한 말다툼 하나가 멋진 골 장면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아주 사소한 변수 하나 때문에 경기 끝끝내 나와 골키퍼와의 1:1 대치 상황조차 단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성공은 운이다. 실력은 그 운이 주어졌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결정한다.” 축구는 경영에 비하면 변수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 “너는 해보지도 않은 게” 마인드로 접근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착각하지 마시라. 축구든 경영이든 성공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가르쳐 주겠다
-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는 세계 정상급의 경영자 중에서 그의 영향을 안 받은, 그의 이론을 경영에 적용하지 않은 사람은 한 손에 꼽는다.
- 어느 바보는 매켄지 컨설턴트가 직접 경영을 하면 절대로 성공 못 할 거라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다. 그 말이 나돌고 1년이 안 돼서 매켄지 출신 크누스토르프가 레고를 죽음에서 살려냈다.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경영 스킬은 버크셔해서웨이 자회사 대표들보다 못하다. 오히려 그 점을 인정하고 경영을 위임하는 방식과 그의 사람 보는 안목이 그를 거부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보는 안목과 위임도 결국 경영이다.
이게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역량을 가졌고, 당신의 사람들이 어떤 역량을 가졌고, 그것으로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느냐이지 “니가 경영을 해봤어?”가 아니다. 경영을 안 해봤어도 전성기 GM의 문제점을 뚫어보고, 예언까지 하고, 그 예언이 적중하고, 오늘날 그가 말한 지식노동자의 시대가 실제로 도래할 정도로 위대한 피터 드러커 정도 수준의 컨설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무능한 지휘관은 내 사람까지 적으로 만드는 지휘관이다. 교만한 자가 성공을 거듭하면 그 꼴이 난다. 나는 아주 작은 성공으로 그런 꼴을 당한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경영놀이는 그만두고 거시적으로 생각하라. 당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
경영에서는 각 사람의 역랑과 시너지가 중요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내재화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마침 DBR에도 좋은 칼럼이 올라왔다. 당신의 착각을 깨는 데 나 같은 무명 필부의 넋두리는 별 효력이 없겠지만 DBR 칼럼 정도면 도움이 좀 되리라 믿는다.
원문: 여현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