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Costing) 산정 기법 중에 ABC(Activity Based Costing)라는 것이 있다. ‘활동 기준 원가’라고 번역한다. 원가산정시 어려운 것은 간접비용의 계산이다. 직접비용(인건비, 원자재 등)이야 바로 할당하면 되지만 오버헤드라 불리는 간접비용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생산량, 혹은 제품가격 등으로 나누어 비례치만 적용하는 것이 기존의 방법이었다면 ABC는 오버헤드 발생 원인을 행동을 기준으로 파악해서 비용을 발생시키는 주원인(cost driver)이 무엇인가 찾아보자는 것이다.
ABC의 주목적은 두 가지다. 먼저 무엇이 비용을 발생시키는가, 쉽게 말해 어디에 돈을 쓰는가 알아내 최대한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ABC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가치를 만들어내는(value-added) 활동과 그렇지 않은(non value-added) 활동을 구분해서 불필요한 활동을 없애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이는 ABM(Activity Based Management)이라 불리며 원가산정을 넘어선 경영의 영역이다.
당연히 더 정확한 원가를 알고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면 도움이 될 텐데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활동 당 비용을 알려면 업무 분석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자신의 일 중에 필요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하는 일을 밝히기보다 해야 할 일들을 밝힌다.
또한 ‘잘못된 주문 수정’등의 없어도 되는 일을 이야기하려면 그 원인이 거론되는데 때때로 이는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부서의 책임을 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알아내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ABC는 과거의 상황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쓰이고, 일상적인 원가 계산은 전통적 방법을 쓰게 되는 것이다.
ABC/ABM을 배우면서 같은 생각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 기준 시간 관리(Activity Based Time Management)라고 할까? 내가 하는 활동들이 무엇인지, 각각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부대비용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혹시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을 들이는지 알기 위한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지, 의미 있는 일이었는지 등등.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마치 거울을 보지 않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ABC의 개인 적용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일기를 쓰다보면 무엇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썼다는 찔림도 생기고, 지켜지지 않더라도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해본다.
일기가 두리뭉실한 접근 방법이라면 시간 가계부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라는 책은 평생 시간 가계부를 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세프가 소개한다. 생물학자였던 그는 평생 시간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끊임없이 효율적인 삶을 추구했다. 그 결과 개인의 업적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전에 시간 가계부를 열흘 정도 썼다. 얻은 것은 많았다. 우선 어디에 시간이 지출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지극히 산만하다는 것. 많은 경우 10분도 안 되어 하는 일이 바뀐다는 것도 알았다. MS Money를 이용해서 나의 시간 사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표도 얻을 수 있었다.
시간 가계부를 사용할 때 앞에서 말한 ABC 적용의 문제점 중 앞의 두 가지는 해결된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솔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점은 아직 남아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하루에 최소한 30분은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그렇게 1분 1초까지 계산하면서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싶었다. 예를 들어 창의력은 시간 가계부로 기록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류비세프처럼 평생 시간 가계부를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다만 가끔 어디에 소중한 재산-시간을 쓰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ABC를 통해 제품의 정확한 원가를 파악하고, 불필요한 활동을 찾아내어 제거하듯이, 일년에 한번 정도는 시간 가계부를 써보고 낭비하는 시간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간 되면 ‘MS Money를 활용한 시간 가계부 작성’이라는 포스팅을 써봐야겠다.
※ ABC가 이 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번역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원문: future sh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