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에 점점 밀리는 메이저리그
두산동아 영어사전은 ‘pastime’을 “기분 전환, 오락, 놀이, 심심풀이, 취미”로 번역합니다. 그렇다면 National Pastime은 ‘전국민적인 기분 전환, 오락, 놀이, 심심풀이, 취미’ 정도가 될 겁니다.
이 영어 표현은 미국에서 야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시대만 지나면 이 표현은 미식축구를 가리키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미국 해리스여론조사소에서 발표한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가 35%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는 14%로 2위. 그 다음은 다시 11%가 선택한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미식축구였습니다. 확실히 미국에서는 야구가 미식축구에 밀리고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치겠습니다. 문제는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85년 결과를 보면 드러납니다. 이때도 순위는 똑같았지만 NFL 24%, 메이저리그 23%로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세대가 지나면서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겁니다.
여전히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이자 가족 스포츠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이를 두고 “파업으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던 1994년을 기준으로 계속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CBS 스포츠는 “이 설문이 딱 하나만 고르도록 했다. 그런데도 야구가 2등이라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단 야구를 베이스로 깔아 두고 다른 종목도 응원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야구는 21세기보다 19세기에 어울리는 종목입니다. 여유롭고 느리죠. 당시 미국 시골 풍경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 설문에서도 교외에 사는 이들은 야구를 가장 선호했습니다.) 야구는 또 미식축구처럼 역동적이지도 못합니다. 당연히 화려함도 야구가 한 수 아래죠. TV가 야구보다 미식축구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식축구가 21세기에 더 어울리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팬질’을 하기도 NFL이 훨씬 수월합니다. 메이저리그는 4월부터 9월까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릅니다. 평일 경기는 저녁에 열리죠. 자기 일상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이 매일 경기를 챙겨보기란 쉽지 않은 게 당연한 일. 반면 NFL은 정규 시즌 경기 대부분이 일요일 낮에 열립니다. 경기 숫자도 16경기밖에 안 되고요. 일주일에 4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팬질이 끝나는 겁니다.
NFL, 자본주의 미국에서 사회주의 경제로 활성화를 이룩
그뿐만이 아닙니다. NFL은 공유경제를 통해 ‘상생의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모든 팀 예산이 엇비슷한 만큼 진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겁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자기가 벌어 자기가 갖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는 모두 캘리포니아주에 있지만 다저스 중계권료는 샌디에고보다 6배 비쌉니다. 당연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할 확률 역시 NFL 쪽이 높습니다.
이렇게 받은 중계권료 처리 방식은 철저히 사회주의적입니다. 일단 모든 중계권료는 NFL 사무국으로 들어옵니다. 그 다음 32개 소속팀이 32분의 1로 나눠 갖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NFL 팀들은 각 구단에서 저지나 포스터 같은 기념품을 팔아 번 돈도 고르게 나눕니다.
게다가 NFL은 샐러리캡에도 에누리가 없다. 그 어떤 팀도 리그에서 정한 연봉 총액을 넘어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것이죠. 자연히 선수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길 일도 없습니다. 그 결과 인구 10만 명밖에 안 되는 소도시 그린베이 연고 NFL 팀도 인구 800만 명이 넘는 뉴욕팀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여태 그 어떤 팀도 슈퍼볼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건 전력평준화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전력평준화는 치열한 승부를 불렀고, 치열한 승부는 관중을 모았죠.
과연 야구는 미식축구에 반격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게 미국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히스패닉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야구고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메이저리그가 비빌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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