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포스팅에서 심리상담을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이 자주하는 질문을 다뤘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제는 정말로 심리상담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한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아직 심리상담을 고민하는 중이라면?
- 먼저 이 글을 참조하세요:「심리상담 전에 드는 걱정을 해결해 드립니다」
1. 상담 비용과 시간은 어떻게 될까?
상담시간은 보통 주 1회 50분입니다. 상담 비용은 센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1회에 5만 원~15만 원입니다.
2. 무료 심리상담은 없을까?
- 청소년: 각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만 9세~24세 청소년)/Wee센터 (초,중,고등학생)
- 대학생: 각 대학 학생상담심리센터
- 각 지역 주민 대상: 정신건강복지센터/건강가정신원센터 (지원 내용은 각 지역마다 다릅니다)
- 직장인: 근로복지넷 EAP
- 여성: 한국여성상담센터
- 성폭력 관련: 한국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 센터(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무료 심리상담센터의 서비스 질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로 대신합니다.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 무엇이 다르지? 어디를 가야 하지?
심리적인 고통이 있을 때, 정신과를 가야 하는지 심리상담센터를 가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만약 제 친구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 같습니다.
1. 약물치료가 필요할 때는 정신과 방문
잠이 너무 안 오거나, 체중이 갑자기 변하거나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거나 감정기복이 너무 심하다고 느껴지거나 환청, 환각, 망상이 있는 경우라면 정신과 방문부터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한 심리치료를 하기에 돈과 시간이 부족한 경우, 약물치료는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심리상담을 원한다면 심리상담센터
간혹 심리상담을 기대하고 정신과에 방문했다 짧은 면담에 실망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하고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하시는 분들은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 관련 글: 「심리상담과 정신과 약물치료 차이」
3. 둘 다 만나도 상관없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이 양자택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정신과 약을 드시면서 심리상담을 병행합니다. 치료를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4. 누구를 먼저 만나도 상관없다!
좋은 전문가라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다른 전문가를 추천해줍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심리상담을 추천해 줄 수도, 상담심리사가 정신과 치료를 권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영역의 전문가를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를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상담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1. 지인 추천
제가 지인들&블로그 구독자분들께 추천 받았던 심리상담센터를 정리해놓은 목록을 공유합니다.
2. 학회 홈페이지에서 찾기
위 학회 홈페이지에서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기관에 문의하는 법
본인이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본인 지역 대학 학생상담센터/본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소 추천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4. 신뢰할 만한 자격증
상담사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 바로 자격증입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자격증을 가진 상담사들을 신뢰합니다.
-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1급, 2급)
-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1급, 2급)
- 정신보건임상심리사
- 이외 국가공인 자격증과 면허
상담센터 홈페이지 보는 법!
보통 상담센터를 찾아볼 때 상담소 홈페이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어떤 심리상담센터는 홈페이지만 봐도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곳들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들을 소개합니다. 이런 곳들은 주의해서 보세요.
1. 상담사 자격증과 경력을 명시하지 않은 곳
저는 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에 상담사의 자격증과 경력을 명시하지 않은 곳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 전문가이다, 지금까지 몇백 명을 고쳤다, 외국 어디서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치료받고 내 인생 달라졌다는 간증글이 넘치는 홈페이지라도 상담사의 자격증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저는 그곳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2. 언론 출연을 지나치게 홍보하는 곳
TV에 나왔다고 맛집이 아니듯 언론 출연이 상담사의 전문성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자격증을 명시하지 않는 곳인데 언론출연만 홍보한다? 개인적으로는 믿고 거릅니다.
3. 너무 많은 선결제 유도&환불 불가라고 명시하는 곳
요새 심리상담 비용을 결제할 때 10회 이상의 선결제를 유도하면서 환불 불가 조약에 사인하라고 하는 곳들이 있다는 경악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래 상담의 회기 수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합의하여 조율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100회기를 원하지만 또 누군가는 5회기를 원할 수도 있죠.
그런데 10회기 이상 한 번에 선결제를 받는 건… 그리고 환불 불가를 거듭강조하는 곳이라면 저는 일단 소비자보호원에 문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4. 완치 가능 보장이라고 홍보하는 곳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것만큼 나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들은 완치의 개념이 없습니다. 완치가 가능하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도 없습니다.
“우리 원장님이 너무 대단해서 대부분이 완치되어 돌아간다”라고 떠벌리는 곳들은 내담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다들 나아졌는데, 니가 이상해서 치료가 안 되는 거다” 라고 내담자를 비난하고 끝나기도 합니다.
5. ‘독창적인’ ‘우리 센터만의’ 상담기법이 있다고 홍보하는 곳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검증되려면 굉장히 많은 반복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치료법은 전 세계의 치료자가 공유하게 됩니다. “독창적인” “우리 센터 고유의” 상담기법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자 임의대로 치료하는 것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상담사가 나와 맞는지 어떻게 알까?
“나랑 잘 맞는 상담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건 마치 “나랑 잘 맞는 연애 상대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일단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으면 좋습니다. 특정 종교가 있는 사람은 싫다든가, 특정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했음 좋겠다든가 여성이 좋다든가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편하다든가 등등.
저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눠봤을 때 1) 이 사람이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2) 윤리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이 든다 3) 나를 위해주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정도의 마음이 들면 괜찮은 상담사라고 생각이 듭니다.
결국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무리 남들에게 좋은 상담사라도 나에게는 별로일 수 있고, 경력도 일천하고 어딘가 부족한 상담사라도 나에게는 좋은 상담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몇 회기나 받아야 할까?
몇 회기나 받을지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합의하여 결정합니다. 하지만 말이 합의지 내가 안가면 그만입니다ㅋㅋ 결국 몇 회기나 받을지 결정하는 건, 바로 상담을 받는 ‘나’입니다.
일반적으로는 10-18회기가 권장됩니다(주 1회 기준으로 약 3개월 정도). 저 같은 경우에 가장 짧게 받았던 건 8회기, 가장 길게 받았던 건 40회기 정도입니다. 2~3회기로 매우 짧게 받는 사람도, 100회기 넘게 받는 사람들도 은근 흔하답니다.
심리상담 전 심리평가가 필요할까?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 심리평가도 하면 좋고 도움이 됩니다. 심리평가는 정확한 진단을 돕고 내 상태를 복합적으로 파악하여 이후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심리평가를 망설이는 이유가 있다면 가격 때문입니다… (종합심리평가는 보통 45~50만원) 대부분의 경우 심리평가가 필수! 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전체 치료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물론 심리상담을 시작할 때 무조건 심리평가를 받고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상담사가 심리평가를 권했을 때도 무조건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제나 선택은 나의 몫! 상담사가 심리평가를 권하는 이유를 충분히 들어보고 정말로 필요하다고 내가 납득이 될 때 심리평가를 해도 늦지 않아요.
- 관련 글: 「심리검사는 왜 할까?」
첫 심리상담 회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상담의 첫 회기에는 어떻게 상담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됩니다. 어떤 마음으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는지, 상담에서 기대하는 건 어떤 점인지, 상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거나 우려 사항은 없는지 등등, 첫 회기에는 보통 상담자보다 내담자가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상담에 갔는데 나만 이야기 하고 온 기분이 든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대화를 하는데 너무 내 얘기만 하는게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상담시간은 내가 돈을 지불한 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 이야기만 쏟아내도 괜찮아요.
자신과 잘 맞는 좋은 상담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심리상담을 받는 중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S.
여기 제시된 답변은 당연히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저의 개인적인 의견과 에브리마인드 심리상담센터 전문가 선생님들의 자문을 종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