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EW YORKER의 「How to Fight Crime with Your Television」을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인과 연구자들, 그리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람들이 보는 것과 그들의 행동 사이의 관계를 걱정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였고, 다음은 텔레비전이었다가, 이제 그 대상은 비디오 게임이 되었습니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은 납 중독이 아이들의 지능을 낮추는 것만큼 공격적인 행동을 늘인다.
이 말은 2005년 힐러리 클린턴이 폭력적인 게임을 미성년자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한 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월 플로리다 파크랜드에서 있었던 학교총기폭력사태 이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게임의 폭력성이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공무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분명 게임과 실제 세상의 폭력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습니다. 단지, 게임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게임에 쏟는 시간 때문입니다. 비디오 게임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은 불안증과 우울증을 늘인다는 것을 보인 다수의 연구가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게임 장애’를 국제질병분류 개정판에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이야기가 실제 공격적인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인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실험실에서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주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게 했을때 몇 시간 후 이들이 더 공격성을 띄었다는 연구들은 있지만, 이는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나온 결과일 뿐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현실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0년, ‘심리학 속보’지에 실린 한 리뷰논문은 이런 미디어와 행동의 관계에 대한 여러 추측을 “한낱 소동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서 더 흥미로운 질문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우리가 보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연구들은 폭력적인 미디어가 유도하는 공격적인 행동이 관찰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미디어 자체가 그러한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영화, 게임, 스포츠 경기의 공통점
2009년의 한 연구는 1996년에서 2004년까지 미국의 범죄율 변화를 바탕으로, 『한니발』이나 『스파이더 맨』같은 폭력적인 인기영화의 예매율이 높은 날에는 폭력사건이 조금 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효과는 영화가 충분히 끝났을 시간인 새벽 6시까지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이들이 그 시간에 폭력적인 영화를 보느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런어웨이 브라이드』같은 비폭력적인 영화에는 범죄율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비디오 게임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1년 텍사스 알링턴 대학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워드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2005년에서 2008년 까지의 미국 사건신고시스템(NIBRS) 데이터를 가지고 폭력 사건과 50개 인기 비디오게임 판매량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의 판매량 증가는 범죄율을 조금 낮추지만, 비폭력적인 게임은 그런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연구는 미국 각 시군에서 비디오 게임 가게가 1% 증가할 때마다 범죄율은 0.1%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범죄율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자들은, 미디어가 잠재적 범죄자의 주의를 돌리는 이 효과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 20년 동안 범죄율은 꾸준히 낮아졌으며 이 기간 동안 비디오게임 외에도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유튜브,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겼습니다. 이 가설은 범죄-대체 가설, 일상-활동 이론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바로 사람들이 범죄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발견했다는 것이고, 그중에 미디어가 있습니다. 곧, 『왕좌의 게임』을 보아야 하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느라 미처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 가설을 지지하는 이들도 미디어 사용시간과 범죄율의 하락이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한 연구는 이 가설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줍니다. 바로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스포츠 게임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지난 5월 스포츠 경제학지에 발표된 『범죄 예방으로써의 엔터테인먼트: 시카고의 스포츠 게임에서 발견된 근거』라는 제목의 논문은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두 사회과학자에 의한 것으로, 이들은 시카고 베어스의 미식축구 경기나 컵스와 화이트삭스의 야구 경기, 불스의 농구 경기, 슈퍼볼 경기 등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시카고 지역의 범죄율이 최대 25% 하락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2001년 1월에서 2013년 12월까지의 데이터에서 슈퍼볼 경기 12회, 베어스의 미식축구 경기 204회(일요일의 186회, 월요일의 18회), NBA 결승전 94회, 불스의 플레이오프 경기 68회, 월드시리즈 70회, 컵스와 화이트삭스의 플레이오프 34회가 이루어진 날을 조사했습니다. 한나 래커와 라이언 코퍼스는 30분 간격으로 위의 경기가 진행중 일때와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간의 경기가 없을 때를 비교했습니다.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베어스 경기가 있는 월요일 밤, 시카고의 범죄율은 13% 낮아졌습니다. 베어스 경기가 없는 다른 월요일에 비해 강도 사건은 3%, 폭력 사건은 11%, 마약 사건은 거의 30% 낮아졌습니다. NBA 결승전과 불스의 플레이오프, 컵스와 화이트삭스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있는 날도, 그 경기가 홈 경기인지 원정경기인지와 무관하게 범죄율은 떨어졌습니다.
슈퍼볼의 효과가 가장 컸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세 시간 동안 범죄율은 25%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강도 사건과 폭력 사건은 15% 정도 떨어졌고, 마약 사건은 6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그 시간 동안 범죄가 60건 정도 덜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폭력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슈퍼볼의 경우 경기 중 낮아진 범죄율은 경기 직후 발생하는 사건에 의해 다시 어느 정도 올라갑니다. 이는 사람들이 경기 후 술집에 모여 술을 마시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다른 연구는 NFL 경기가 있는 날 가정폭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특히 홈팀이 패배한 날 그 효과는 크게 나타나며, 잉글랜드에서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패배한 날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지역 대학팀이나 NFL 팀의 홈경기가 있을 때 폭행, 기물파괴, 사회질서 위반 행위는 증가합니다. 하지만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범죄율은 감소하게 됩니다.
래커는 이러한 결과가 우리로 하여금 범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슈퍼볼의 경우를 제외하면, 경기를 전후한 시간에 범죄율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경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범죄다발지역에 대해 치안을 강화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경찰들이 범죄다발지역에 집중한다고 해서 범죄가 다른 지역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곧, 범죄를 억제할 경우 그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범죄 또한 어느 정도는 상황에 따라 우연히 발생한다”
연구자들과 법을 집행하는 이들은 오랫동안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 등에서 범죄의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래커와 코푸스의 연구는 “범죄가 어느 정도는 상황에 따라 우연히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래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연이 차이를 만듭니다. 인간의 다른 모든 행동과 비슷하지요.
어떤 면에서 범죄 중 일부는 그저 일종의 유흥이며, 바로 시간 관리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재적인 범죄자들 역시 다른 모든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딴짓에 쉽게 정신이 팔리는 것입니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던져주어야 합니다.
일단 스포츠 경기를 보게 하는 것은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NBA 플레이오프 경기처럼 많은 이들이 보는 스포츠 이벤트를 범죄율이 가장 높은 여름으로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야구의 이닝 수를 늘이고 농구와 축구에 작전 타임을 늘여 경기를 더 늘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때는 리모콘 파손이나 옆집의 고성에 의한 진정 사건이 늘어나겠지만 이 정도는 감내해야겠지요.) 래커는 내게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골프처럼 긴 시간 진행되는 스포츠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할 수도 있겠죠. 크리켓도 좋을 것 같아요! (역자주: 크리켓 국제경기는 1주일가량 진행된다고 합니다.)
아마 이번 월드컵 기간에도 세계적으로 범죄가 줄었겠지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