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걸그룹 발족을 목표로 진행되는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는 10대 중반부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춤과 노래 등을 연습해야 하며, 그중에 극히 일부만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고, 그중에서도 역시 극히 일부만 데뷔의 꿈을 이룬다. 데뷔했다고 모든 아이돌이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화려한 무대에 서서 인기와 부를 쟁취하는 것은 극소수며 일부는 데뷔 이후에도 그룹이 해체해 다시 연습생의 신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한다.
설사 아이돌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직업 수명은 그닥 길지 않다. 20대 중반만 넘어서면 아이돌이 아닌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봉착하게 되며, 10대 중반부터 연마해온 춤과 노래 등의 스킬은 이제 앞으로의 인생에 큰 보탬이 안되는 스킬이 된다. 솔로 가수, 배우, 모델 등의 다른 직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경우 은퇴 후 급속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한마디로 전반적인 성공의 확률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그닥 권하기 쉬운 직종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소년·소녀는 외부에서 비치는 아이돌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불나방처럼 연습생의 길에 뛰어든다. 어쩌면 아이돌 산업 자체의 속성에 이들의 희생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아이돌 산업뿐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허무하게 소모되고 해당 경로를 선택한 극히 일부만 자신의 노력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대가나 범인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반대급부를 얻는 직군은 꽤 많다. 프로스포츠, 이스포츠, 예술계…
그렇다면 과학은 어떨까? 과학을 좋아하여 ‘연습생’ 의 길을 시작한 초보 과학자 지망생 중 일부는 유명한 스타 과학자의 모습을 롤모델로 꿈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일부는 그런 것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직장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과학자가 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상당수의 ‘과학자 연습생’은 자신의 평생 직업을 과학연구자로 생각하고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고된 훈련을 감내한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 연습생이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과학연구자, 특히 대학 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랩의 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마치 아이돌 연습생이 정식으로 데뷔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로 ‘데뷔’해도 자신이 꿈에 그리던 그런 중요한 연구업적을 내는 유명한 연구자의 길은 머나먼 길이고,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평범한 연구자로 마감한다.
아마도 상당수는 ‘과학자 연습생’ 신분을 마친 이후 곧바로 자신이 수년 동안 연마한 과학과는 전혀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할 것이다. 즉 많은 사람이 그닥 실감하지 못하지만 요즘 시대에서 ‘과학자 연습생’이 되는 것은 ‘아이돌 연습생’과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과학자 연습생이 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일일까? 아이돌 연습생을 희망하는 소년·소녀의 꿈을 비현실적이라고 무작정 묵살하는 것보다는 ‘일단 원하면 해봐라’고 이야기하듯 과학자 연습생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자신의 꿈을 좇아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꿈을 좇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희생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고, 어쩌면 도중에 한 번쯤 자신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인지 생각해보는 건 필수적일 것이다.
최근 『과학자가 되는 방법: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바로 과학자 연습생으로서 과학자의 꿈을 향해 가기를 원하는 젊은이를 위한 대략의 ‘생존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책을 쓰게 된 경위는 흔히 대중에게 비추어진, 성공한 극히 일부의 과학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대다수 ‘과학자 연습생’과 ‘생계형 과학자’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TV와 무대에서 비추는 화려한 아이돌 뒤에는 부각되지 않은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과 비인기 아이돌의 존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과학자 연습생으로써 당신이 가게 될 현실적인 진로에 대해서 가늠을 하고 싶은 모든 젊은이가 한 번쯤 읽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이 ‘과학자 연습생’ 의 앞으로의 진로 결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