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너무도 평범하던 일상 속에서 동굴 관광을 나섰던 유소년 축구팀 12명과 코치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동굴 안 깊은 곳에 고립됐다. 칠흑 같은 어둠과 무너져내린 동굴 안에서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실종 열흘, 입구에서 약 5km 떨어진 곳까지 수색을 이어간 끝에 이들 모두가 생존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동굴 안 2.5km가 깊은 물에 잠겨 있는 상황. 열흘째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 데다 한참을 수영해서 나와야 하는 악조건이 겹쳤다. 우기로 인해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서 이들이 있는 곳도 언제 잠길지 모른다는 위기마저 감돌았다. 동굴 내의 산소 농도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들이 구조를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
구조 당국은 다각도의 방법을 검토했다. 외부에서 흙을 파내 땅을 뚫고 들어가는 방법이 검토되었으나, 자칫 흙이 무너져 내려 매장될 위험이 너무 컸다. 미 해군 구조대원과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태국 네이비씰 등 다국적 전문가들이 모여들었고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잇달았다. 가용한 모든 배수 장비를 동원해 물이 불어나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현장까지의 접근로를 확보하는 데 애썼다.
빛났던 것은 현장 리더인 나롱싹 주지사의 모습이었다.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그는 현장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리되 불필요한 혼선을 막기 위해 애썼다. 특히, 구조순서를 정하는 것은 30년 경력의 다이버이자 마취과 의사로서 가장 먼저 아이들을 찾아내 검진을 하고 나온 해외 구조전문가에게 맡겼고, 그 순서는 가족들에게도 끝까지 함구했다.
구조되어 나온 아이가 헬기에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은 가림막으로 가려졌고 면회는 제한되었다. 반면 동굴 속 아이들에게는 즉시 비상식량과 구급약이 공급되었고, 의사 1명과 네이비실 요원 세 명이 곁을 지켰다. 그래서 4명, 4명, 5명이 다 나올 때까지 모두가 구조대를 믿고 침착히 기다릴 수 있었다.
엘론 머스크가 소형 잠수 장비를 들고 와 구조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나롱싹 주지사는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보다는 현장 구조 전문가들의 방법을 더 믿고 따랐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과감하게 빨리 구조하는 데에 역점을 뒀다. 다이버 두 명이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마스크를 씌우고 헤엄쳐 나오는 방식으로, 첫날은 11시간이 걸려 4명을, 둘째 날은 9시간이 걸려 4명을, 마지막 날은 19명이 들어가 남은 5명을 구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정부의 대응도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사실 나롱싹 주지사는 6월 29일부로 타 주의 주지사로 발령이 이미 난 상태였는데, 정부는 그가 이 구조작전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내무부 장관이 나서서 전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특별 교육이 열렸다. 현재 상황이 무엇이고, 이 아이들이 구조되어 돌아왔을 때 무엇이 상처가 되는 실수일 수 있는지를 가르쳤다고 한다. 아이들의 신원은 불문에 붙였다. 언론도 선을 지켰다.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서 한참을 그냥 있어야 했다.
모든 사람이 존경받아 마땅한 영웅이었음을
모두가 살아 돌아왔다. 생사조차 알기 어려운 절망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구조대원 한 분은 목숨을 바치는 희생도 있었다.
여기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국가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했고, 사람들은 믿고 기다렸으며, 불필요한 자극적인 구설수로 작전을 뒤흔드는 일은 최대한 자제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 깊이 공유되었고, 몸으로 나서서 도울 수 없는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를 했으며, 그 염원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어 냈다.
올해 25살의 젊은 코치는, 그 동굴 안에서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양보하며 아이들을 진정시켰고, 명상을 통해 최대한 체력을 아끼도록 유도했으며, 마지막 아이가 구출되고 나서야 빠져나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반드시 와서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그는 갖고 있었다. 그리고 생존이 확인된 후 아이들 부모에게 전한 편지에서, 그는 ‘죄송합니다. 끝까지 제가 책임지고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라고 적었다고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배워야 할지, 그리고 이 인간 영웅들에게 어떤 존경을 보내야 마땅할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원문: 김민규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