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에서는 페이스북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근배 님의 대학원 이야기와 페이스북에 취업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노하우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어떻게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을까?
1.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Human Computer Interaction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이근배입니다. 저는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심리학에 흥미를 느끼고 디자인 쪽에 관심이 생겨 HCI까지 전공한 뒤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 HCI 석사 프로그램은 2년 과정이구요, 이번 학기를 다니면 졸업하게 됩니다. 작년 여름 방학 동안에는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인턴으로 근무했었고, 6월부터는 정식으로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 많은 디자이너 분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디자인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해요. 아직 실력과 지식이 많이 부족한 데다 디자인과 테크 분야는 워낙 다양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하지만 디자인을 하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일이다 보니 하루하루 즐겁게 배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2. 대학원을 준비할 때 학교를 선정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미국 HCI 대학을 준비할 때는 랭킹을 많이 봤어요. 일단, 랭킹이 높은 학교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HCI/UX를 가르칠 것 같았고, 뛰어난 친구들 옆에서 자극을 받으면서 배우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인턴쉽이나 취업할 때 학교의 네임벨류가 회사들에게 더 어필될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랭킹이 그렇게 많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실력이나 열정 그리고 적절한 자기 PR이 취업을 하는 데 중요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랭킹이 높은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원하는 회사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위치적으로 봤을 때는 아무래도 뉴욕이나 서부(캘리포니아 또는 시애틀)에 위치한 학교들이 취업에 조금 더 유리한 것 같아요. HCI 대학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예전에 제가 미디엄에 쓴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HCI 대학원을 가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HCI 석사는 특히 취업을 더 중점으로 둡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석사를 끝낸 후 박사에 진학하는 게 아니라 취업을 희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이 이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배워야 해요. 팀 프로젝트를 통해서 리서치부터 프로토타이핑, 그리고 실제로 개발하는 단계까지 여러 번 경험해 보는 것이 나중에 실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4.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어떤 힘든 점이 있었나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시간 관리였던 같아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과제나 프로젝트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고 주말에는 여유로운 여가생활도 하는데, 저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훨씬 적었어요. 대학원 입학 몇 달 전에 결혼을 해서 1학년 1학기에 아내가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됐었고 책임감도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배우고 이뤄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학기가 끝나고 페이스북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며칠 전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당시 아내는 한국으로 아이와 돌아가고 저는 혼자 인턴 생활을 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아내가 정말 많은 격려와 배려를 해줘서 인턴 기간 동안 정직원 전환을 위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취업 문제도 해결됐어요. 그래서 이제 졸업만 하면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준비가 끝난 거지요. 지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족들과 최대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거에요.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서 일하기 전까지 다시 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어떻게 페이스북에서 인턴 생활을 했는가, 어떻게 Full-time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었는가
1.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가 제일 중요해요. 포트폴리오에 나의 모든 것을 최대한 보여주는 게 핵심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프로젝트들이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인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나의 프로세스와 사고능력, 창의성,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하는 거예요.
저도 최대한 제 자신을 어필했어요. 지금도 계속 꾸준히 배우고 있는 중임을 어필했죠. 드리블(Dribbble)에 시간 날 때 만들어본 디자인도 올리고, 제 소셜 미디어인 미디엄에는 공부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에세이 식으로 썼고, 링크드인에 이력서도 신경 써서 업데이트했던 것 같아요. 같은 회사, 같은 포지션에 지원하는 수많은 학생들과는 차별화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리쿠르터와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지원서를 낼 때에는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추천서(Referral)를 써 주셨어요. 채용 홈페이지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수많은 지원자들이 인터뷰조차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추천을 받으면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면접 같은 경우에는 질문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흔히 하는 예상 질문들에 대한 연습 외에도,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을 정리하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법을 연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2.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었나요?
제가 페이스북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할 때,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물론 회사에서 가르쳐 주는 것도 많고, 매니저나 다른 팀원들도 도와주시죠. 하지만 저는 그 무엇보다도 제가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시도했던 것들은 팀원들과 친해지기, 효율적인 미팅 시간 잡기, 그리고 주어진 프로젝트 외 관심이 가거나 해결할 만한 다른 프로젝트들에 도전해보기였던 것 같아요.
팀원들과 친해지면 일을 하기 훨씬 수월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기죠. 무엇보다도 팀원들이 제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도와주려고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첫 2주 간은 팀에 있는 모든 사람과 1:1 면담을 가지며 각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했어요. 시간도 많이 보냈죠. 같이 해커톤도 해 보고, 주말에 시간이 맞을 때에는 밖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봤죠. 하지만 회사에서는 프로페셔널하게 남의 시간을 존중해 주며 필요할 때만 미팅을 했어요.
되돌아보면, 저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런 점이 팀원들에게 인상 깊었다고 해요. 매 순간마다 인턴으로서가 아닌 페이스북의 직원으로서 제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사내 해커톤에서도 1등을 했어요. 팀 내에서 제가 유일한 디자이너여서 굉장히 뿌듯했죠. 그때 매니저와 팀원들이 많이 축하해주더라고요.
3. 미국 디자인 팀의 문화는 어떤가요?
인턴 생활을 하면서 페이스북이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느꼈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전 세계의 사용자들의 피드백과 니즈에 따라 제품을 더 좋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해요. 사내에서도 뭔가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가르쳐 줘요.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맡은 제품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죠.
신기한 점은, 페이스북에는 디자이너들이 더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팀, 혹은 또다른 디자이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에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게끔 돕는 새로운 툴도 만들고, 수많은 제품의 디자이너를 통일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많이 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역할과 제품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죠. 회사 자체에도 구성원들의 애정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4. 회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매우 큰 것 같아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함 때문인지 자신의 제품이 확실히 있고, 이것을 매일매일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팀원들의 중심에 있어요. 내가 만든 제품을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자긍심, 책임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있으면 무조건 바로 만들어서 런칭해 볼 수도 있다는 점들이 디자이너로서는 일하기 매우 행복한 환경이 아닌가 싶네요.
페이스북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팀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고 회사가 소유한 여러 제품들을 디자인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는 점이 정말 세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5. 더 성장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나요?
항상 디자인이나 테크에 관련된 정보를 읽고 들으려고 했어요. 디자인 툴도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디자인 결과물도 부끄러움 없이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디자이너로서 닮고 싶은 사람들과 친해져서 교류를 통해 자극받고 있죠. 조금씩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배울 건 너무 많고 끝이 없어요.
제가 공부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자세히, 길게 써놓았으니 한 번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