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교육을 논할 때 ‘기계처럼 찍어낸, 공장에서 나온듯한 학생들’이란 표현을 매우 부정적으로 쓴다.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다 잘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지금 교육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맥락이다.
하지만 저 비유를 바탕으로 살짝 바꿔 생각해보자. 실제 공장에서 하는 품질관리처럼, 정말 교육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가? 즉, 학생들이 특별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만큼 표준적으로 잘 교육받고 있을까?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전반적인 교육 성과를 측정하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명감 높은 선생’이 ‘어려운 처지로 잠깐 길을 잃은 학생’이나 ‘재능은 있지만 제대로 개발 못 한 평범한 학생’을 갖은 노력 끝에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교육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감동적이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흔치 않은 사례란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기 때문에, 우리는 교육 시스템의 성과를 항상 ‘세계적인 수준의 학생’이 얼마나 배출되었느냐로 따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특이한 사례나 ‘천재’의 발굴 사례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는 좋지 않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 현실은 사명감이 투철하다기보단 그냥 평범하게 직업 생활을 하는 교사, 자신이 뭐가 되고 싶어 하는지도 잘 모르는 평범한 재능의 적당히 착하면서 적당히 못된 학생들의 조합에서 나온다. 이 평범한 사례들이 각 사례의 ‘개성’이나 ‘노력’에 따라 마구 발산할 리 없고, 만약 발산한다면 그 자체도 문제다. 그런 경우에 우리는 정말로 교육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지, 건전한지 파악할 길이 없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의 힘을 지나치게 믿는 분 중에서는 이런 평범한 사례들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며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 태도는 마치 국내 리그도 활성화 안 된 마당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축구팬 같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채찍질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자신의 직업에서 그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흔치 않은데 교육에서만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상하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교육의 스트레스만 너무 강조해 그냥 학생들에게 별다른 도전과제를 주지 않고 쉽고 행복하게만 가르쳐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이 여유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나, 정작 나중에 그들이 졸업 후 겪을 사회가 별다른 여유가 없는 경쟁사회인 현실에서 교육의 강도를 무작정 줄이는 건 오히려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가진 것도, 잘 살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성이 없는 학생이라도 적어도 평범하고 좋은 기업에 입사할 기회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적당한 사람들이 적당한 노력만으로도 최소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공장에서 나온 듯한’ 학생들부터 만들 수 있어야 천재도 양성할 수 있다. 오히려 이렇게 탄탄한 중간 시스템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다.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연구해야 다양한 사람을 일정한 교양과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정말로 학생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교육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최종적으로 사회의 틀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나 몰라라 버리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원문: cfr0g ; 괴골 [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