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이야기하기가 편했다. 그냥 거두절미하고 서울이 답이었으니까. 경기도 신축도 너른 평수 감안하면 5-6억 하는데, 서울에서 적당한 옐로우칩들이 그 언저리 가격인 동네들이 많았다. 그러다 블루칩들이 하늘을 뚫으니 옐로우칩들이 따라오며 메인스트림의 가격 밴드를 올려놓았다. 이제는 입장권이 아무리 못해도 최소 5억이다. 좀 그럴싸하다 싶으면 6-7억 넘어서 9억을 향해 달려가고.
이 시점에서 가장 애가 타는 것은 결국 30대 부부들이다. 대출 여력도 줄어, 가격은 뛰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셋집을 알아보는데, 마음은 급하고 어디까지 가격이 달아날지 모르겠으니 하다못해 전셋집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신용대출 끌어다가 ‘갭투자’에 나서는 일까지 나타난다. 그냥 자기 집 하나 가지고 살면서 조금씩 불려 나가려는 소박한 욕심도 투기로 오인받는 분위기 속에서, 세상은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애석하게도 함정카드는 곳곳에 널려 있다. 전고가보다 10% 이상 높은 호가, 날로 오르는 대출금리, 닿지 못하는 청약의 기회. 이런 상황 속에서 경기도로 눈을 돌려 보는데, 집은 많으나 가격을 판단하는 데 있어 레퍼런스를 잡기가 힘들다. 그냥 신축이고 회사까지 1시간 이상 걸리기는 매한가지인데, 이 중에서 어디를 택하면 좋을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신도시라고 다 같은 신도시가 아니고, 경기도도 하나로 묶어서 볼 수 없다.
가끔 언급하는 이야기인데, 우리 회사는 동종 경쟁사와 함께 둘 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종로로 오고 경쟁사는 역삼동으로 가서 우리 회사 선배들은 일산으로 많이 갔고 그 회사 사람들은 분당으로 갔다고. 둘 다 빨간 버스 타고 열심히 회사 다녔을 뿐인데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갈렸다. 그나마 중간에 적당히 갈아타고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사장님은 뚝심 있게 지금까지 일산에 사신다. 물론 근로소득이 어마무시하시니 별 의미는 없지만, 여하간에 말이다.
스스로 영리해지고 부지런해져야 한다. 고민만 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도 결혼을 준비 중인 지인 부부를 만나 이런저런 집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는데, 결국은 늘 그놈의 1억이 모자라서 문제다.
그런데 1억이 더 있었더라면 문제는 달라졌을까. 또다시 1억이 부족해서 좀 더 마음에 드는 집을 택하지 못해 서럽지는 않았을까. 백화점에서 서 있는 옷을 사본 역사가 없는 나로서는 타협이 일상이라 그러려니 싶기도 한데 8·2대책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젊은 사람들의 진입 자체가 막히는 것은 여전히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프랑스는 파리에 공급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도 RER 덕분에 사람들이 교외에서도 그럭저럭 통근한다는데, 우리에게 GTX는 언제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정발산보다 킨텍스가 강남과 더 가까워지는 시대에서 갈수록 선구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원문: 김민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