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만약 ‘해외 연구진 “암 70% 예방하는 방법 개발했다” 암 정복 길 열리나’ 따위의 제목으로 기사를 쓰고, 해당 방법을 소개하면 다들 환호를 할 테다. 한국에는 언제부터 들어오는지 문의가 폭주할 테고.
근데 도대체 왜 가다실, 서바릭스 등 HPV 백신을 이용한 자궁경부암 예방에 대해서는 “맞는다고 다 예방되는 것도 아니지 않냐”거나 “그거 부작용 있는 것 아니냐” 따위의 군소리들을 해대는 거지?
해당 백신이 부작용 있다는 논란은 유독 일본에서만 나온 건데, 미국 FDA는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WHO)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도 문제가 없으며 적극적 접종을 권한다고 누차 입장표명을 했다. HPV 백신의 위험성을 얘기했던 일본 논문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논문 철회를 당했다. 그 한 줌의 위험성 근거도 사라진 셈. 더더욱 걱정하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백신음모론 퍼트리는 이상한 인터넷 매체에서 그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니까 넷 커뮤니티 위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상한 불안감을 가진 분이 많다. 그 매체가 뭐 하는 데냐면, 안아키 사태가 터지고도 그 한의사를 불러다가 옹호성 인터뷰를 싣는 곳이다.
신뢰성이라곤 전혀 없고 안아키 류의 음모론만 양산하는 곳인데 그딴 걸 진지하게 신뢰하는 건 안아키 짭닥터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 여성암 2위인 자궁경부암을 70%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걸 왜 적극적으로 기피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되어서 쉬이 접종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안다. 이런 것을 돕기 위해서 국가지원이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고. 그런데 비용 문제가 아닌 위험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저것을 배척하는 말은 제발 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며칠 전에 ‘나도 백신은 좀 안다’던 사람은 제약회사의 이권이 걸려서 그런다는 투로 얘기를 하던데, 제약회사에서 가장 매출 많이 나오는 약이 항암제인 건 아는지 모르겠다. 블록버스터 항암제 하나 나오면 연 매출이 이 정도인데 여성들 쌈짓돈 뜯어내려고 부작용 많은 약을 억지로 맞춘다는 게 말이 되나?
제발 ‘나도 좀 안다’는 같잖은 소리나 하고 다니지 말고, 전문가들의 말을 믿어라. 내가 전문가란 소리가 아니라 FDA, WHO, 의사학회들이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안인데 이 양반들 말을 못 믿으면 병원은 어떻게 다니고, 약은 어떻게 먹으며, 산부인과는 도대체 어떻게 다니시는지.
원문: 한설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