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시대에 따라 그 이미지가 극명하게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현생 인류와 비슷한 외형과 특징 때문에 인류의 조상 대접을 받기도 했으나 이후 연구에서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독립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호모 사피엔스의 다소 원시적인 근연종으로 위상이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인류보다 지능이 낮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결국 낮은 지능 때문에 추위에 잘 적응된 튼튼한 몸인데도 멸종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생 인류의 여러 집단에서 확인되면서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이종교배가 사실로 확인되었고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증거도 나옵니다. 여전히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현생인류와 연관이 없는 호모속의 다른 생물은 아닌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의 연구팀은 독일 할레(Halle)에서 발견된 사슴 화석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사냥을 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12만 년 전 죽은 이 사슴은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창에 찔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데, 20년 전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제반 기술의 부족으로 상세한 내용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최근 기술을 동원해 이 사슴 화석의 척추에 남은 구멍을 뚫은 창의 정체를 밝혀냈습니다. 이 구멍은 우리가 원시인에서 흔히 생각하는 날카로운 돌을 나무에 묶은 돌창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창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재질보다는 사용법입니다. 연구팀은 화석에 남은 흔적을 토대로 네안데르탈인이 이 나무 창을 던진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아래쪽에서 찔러 넣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살기 위해 도망치는 사슴을 이런 식으로 공격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에서 기습하거나 혹은 다른 동료가 유인하거나 잡은 사슴에 치명상을 가해 죽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네안데르탈인이 복잡한 사냥 기술을 지녔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최소한 막무가내로 곤봉으로 때려잡거나 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참고로 현생 인류가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의 사냥 흔적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12만 년 전 유럽에는 현생 인류의 조상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류와 그 근연종 이외에는 창을 사용하는 동물이 없으니 남는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을 둘러싼 여러 가지 궁금증은 아직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인간보다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져 효과적으로 사냥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존 경쟁에서 밀렸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 역시 환경에 잘 적응한 훌륭한 사냥꾼이었음이 확인됩니다. 과연 이들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Sabine Gaudzinski-Windheuser et al. 「Evidence for close-range hunting by last interglacial Neanderthals」, 《Nature Ecology & Evolution》(2018). DOI: 10.1038/s41559-018-0596-1
- 「Neanderthals hunted in bands and speared prey up close」, 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