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오늘 당신은 어떤 취미를 즐기고 있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생물학적으로 물과 음식, 산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통해 물질적으로 생존 요건이 갖춰지더라도 정신적 생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살 수 없다. 오래전에 어른들은 물질적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살았지만, 오늘날 청춘들은 정신적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살고 있다.
정신적 배고픔을 채우는 일은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당연히 ‘돈’이라는 매개체가 필수적이지만, 수중에 돈이 얼마 없는 청춘들은 적게 벌어 작게 쓰는 미니멀 리즘을 추구하며 새로운 형태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질적 욕심을 버리는 대신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거다.
정신적 만족을 위해서는 역시 평생 가지고 갈 수 있는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물질적 배고픔을 먼저 채우기 위해서 아등바등 달려오느라 저녁 있는 삶, 취미 생활을 즐기는 자그마한 여유를 미처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날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치가 자주 충돌하고 있다.
기성 세대에게는 취미 생활은 돈을 벌고 나서 나중에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청년 세대는 취미 생활은 지금 내 삶을 재미있게 사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물질적 배고픔을 겪은 기성세대와 이제는 물질적 배고픔은 처음부터 해결된 이후 정신적 배고픔을 채우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 차이다.
그러므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100세 시대가 활짝 열린 오늘 같은 시기에는 청년 세대만 아니라 기성세대 또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는 거다. 취미 생활은 단순한 오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취미 생활은 허기진 삶을 달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취미가 있는 인생』이라는 책은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살면서 어떤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지금까지 집필 활동을 해왔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책을 읽기로 했을 때는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지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취미 생활을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 자신이 즐긴 취미 생활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책의 첫 장인 ‘매일의 즐거움’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평소 자신의 주변에서 했던 일들을 소개하며 장마다 낚시, 영화, 음악, 오토바이와 차 순으로 이야기한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하아. 내가 겨우 남의 취미 생활 이야기를 읽으려고 산 거야?’라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책을 샀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하나씩 읽었는데, 별것도 아닌 취미 생활을 하나씩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느낀 삶을 이야기하는 게 나름 좋은 경험으로 느껴졌다.
정말 공감이 가는 샌드백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물맛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점차 개인적인 취미 생활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모습을 몸소 취미 생활을 통해서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취미 생활도 한 사람의 습관으로 본다면, 곧 그게 그의 삶이 아닐까?
『취미가 있는 인생』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토바이라는 기계에 걸터앉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전원을 켜고, 엔진을 가동하고, 클러치 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그 녀석은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이어서 곧바로 전진을 하는가 싶더니 완전히 뜨고 말아, 무엇을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까맣게 잊은 나를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간신히 브레이크가 생각나 그럭저럭 멈추기는 멈췄다. 겨울 날씨임에도 땀에 흠뻑 적은 나는 그저 후회할 따름이었고, 한동안은 정말로 그 녀석을 팔아치울 생각을 하는 처지였다. – 본문 216p
작가란 본디 호기심이 넘치는 생물이라 꼭 한 번 해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일이 많다. 윗글에서 읽은 오토바이를 처음 타본 작가의 모습에 사뭇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상하게도 남자라면 한 번은 오토바이라는 기계에 걸터앉아서 경적을 울려보고 싶어진다. 우리가 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멋지게 질주하는 모습을 자주 봤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사실 나도 한 번 정도는 오토바이를 몰아보고 싶기도 하다.
취미 생활이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취미 생활을 즐긴다는 건 누군가에게 ‘내가 좀 멋진 취미 생활을 하고 있지.’라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즐기는 취미 생활 중에서도 어린 시절 때부터 가진 취미 생활이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늘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잘 쓴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재미있게 책을 읽은 이후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는 일이다. 나는 있는 척을 하기 위해서 어려운 책을 일부러 일지 않는다. 그냥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 읽는다.
위 사진에 담긴 내 방의 풍경이 곧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일본 서브 컬처 시장을 이끄는 라이트 노벨과 만화책을 특히 더 좋아한다. 매일 책을 읽는 즐거움을 갖게 된 것도 일본 소설이고, 그렇게 시작해 지금껏 책을 읽어오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취미 생활에 대해 떠들거나 비판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에 내가 취미 생활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면, 지금도 생기를 잃어버린 눈으로 죽은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삶을 산다면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다. 아무리 물질적 배고픔을 달랠 수 있어도 정신적 배고픔을 달래지 못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다. 그래서 오늘날 취미 있는 인생은 더 중요하다.
만약 지금까지 먹고사는 일에만 급급해 취미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 바로 ‘나는 뭘 할 때 가장 즐거웠지?’라고 스스로 질문해보자. 사람들은 흔히 먹고살기 바빠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알고 보면 남 험담을 하거나 불평불만만 쏟아내느라 시간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 학교생활 등 다양한 사회 활동 중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씨, 정말 짜증 나!”라며 속에 담긴 말을 쏟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아무리 쏟아내도 기분이 속 시원하게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자괴감을 느끼면서 더 힘들어진다.
그때 필요한 건 누군가를 욕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취미 생활이다. 세탁기를 돌린 이후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너는 상쾌함을 좋아한다면, 휴일에는 밀려 있는 빨래를 열심히 돌려보자.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면, 휴일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열심히 동네 산책을 다녀보자. 아무것도 아닌 그 일들이 내가 오늘을 즐겁게 사는 멋진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
취미는 그저 취미일 뿐이니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적은 돈과 짧은 시간으로도 우리는 누구나 취미를 즐기면서 취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