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 감사 인사를 주고받으면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있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신세를 졌던 동료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적은 쪽지를 건네면, 쪽지를 받은 동료는 회사 측에서 마련한 ‘룰렛’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룰렛을 돌린 직원의 통장에는, 룰렛 결과에 따라 결정된 액수만큼의 돈이 입금된다. 이 룰렛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올해에만 약 6천 번 이상의 감사 쪽지가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는 후문이다.
이전 칼럼에서도 다룬 바 있듯, 심리학적으로 볼 때 ‘감사하기’에는 어마어마한 긍정적 심리 효과가 잠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감사하기’는 긍정 정서, 주관적 안녕감, 낙관성, 희망, 활력, 친 사회적 행동, 영성, 적응력,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 사회적 지지, 행복, 대인 관계 만족 등 각종 유익한 심리 자원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심리학자들은 그간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하였다.
그래서일 것이다. ‘감사하는 습관 들이기’는 교사, 강사 등 교육자들이 강조하는 단골 주제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웬만한 힐링 서적, 자기계발서 서적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라, 주기적으로 감사일기를 써라 등의 말들이다.
여담이지만 과거 군입대 당시, 신병교육대대 마지막 주차 종교활동 시간에 교회에 방문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데, 그 당시 목사님 말씀의 주제가 바로 ‘감사의 수준’이었다.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보고, 사소한 것에도 기꺼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 말씀의 요지였다.
분명 맞는 말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이롭다. 어쩌면 감사받는 사람의 마음보다도,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이 더 행복하고 충만해지는 것이 아니냐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감사하는 습관 들이기’를 막상 일상에서 잘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들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것이 바로 ‘민망함’, ‘부끄러움’, ‘수줍음’, ‘낯섦’ 등이다.
예를 들어, 기업 강연을 진행하는 강사는 ‘감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주제를 내세우며, 감사를 하며 살면 왜 우리에게 좋은지, 근거를 들어가며 설득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쓰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려 할 것이다. 감사하며 살았더니 뜻하지 않은 인생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든가,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든가 하는 감동적인 사례들을 덧붙여서 말이다. 그리고 인상 깊은 감사에 대한 명언 등으로 강연 말미에 여운을 더하려 할 것이다.
강연을 들은 ‘아재’들은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어렵지 않게 그려지는 광경이다. 사실, 강연을 듣고 교육장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오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강사에게서 들은 대로 ‘고맙다’는 말을 막상 입에 담아 부하 직원, 동료 직원에게 말을 하자니 왠지 민망하고, 낯부끄러워서다. 설령 용기 내어 ‘고맙다’라고 해봐야 괜히 주위로부터 ‘오늘 무슨 일 있느냐’는 말이나 들을 것 같다. 그래서 고민해봤던 것도 잠시, 다시 감사 표현 안 하는 삶으로 회귀하기 일쑤다.
그래서 고민해보게 된다. 문제는 ‘감사하며 살면 좋다’, ‘감사하기 습관 들이기’ 등을 알리는 것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감정을 넘어 실천적 행동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조 전략을 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한, 감사 표시 쪽지를 보내면 룰렛을 돌려 보상을 지급하는 회사의 일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척 커 보인다.
온라인 상으로 감사 쪽지 보내는 것, 그리고 그 용기에 상응하는 재미와 보상을 지급하는 것으로 인해 구체적인 실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아주 고무적인 사례다. 직원들은 감사하고 감사받으며 행복해지는 한편,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서 맛있는 치킨, 족발 시켜 먹을 수 있는 용돈까지 벌게 된다. 혹은 그 돈으로 선물을 구입하여 가족, 친구, 연인, 자녀 등 가까운 이들에게 선물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의 행복감이야 뭐,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사실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감사하며 살면 왜 좋은지, 이해와 공감을 주고받으면 왜 좋은지, 대화의 습관을 바꾸면 왜 좋은지, 그것들을 알려주는 주위의 말들은 너무나도 많다. 문제는 그걸 부끄럽다든가, 민망하다든가 등의 이유로 당장 실천하지 못하는 상황들이고, 우리의 다음 관심사는 바로 이 부분으로 보다 집중될 필요가 있다. 고민해보자. 어떤 방식으로, 용기를 내어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개인 내적 변인을 바꿀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상황 변인’을 통해 실천 행동을 유도시킬 수 있을까.
원문: 허용회 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