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한국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 FIFA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물리쳤습니다. 이로써 한국(57위)은 월드컵 본선에서 랭킹 1위를 꺾은 랭킹이 가장 낮은 나라로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세네갈이었습니다. 세네갈은 FIFA 랭킹 42위로 참가한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전(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당시 1위이자 역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프랑스를 1-0으로 물리쳤습니다. 자국에서 열린 1988 FIFA 월드컵 우승국이자 유럽축구연맹(UEFA) 2000 챔피언이기도 했던 프랑스는 끝내 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세계 축구 역사에서 가장 큰 이변(upset)을 논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경기가 열린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렇다고 세네갈이 한국에서 FIFA 랭킹 1위를 무너뜨린 제일 랭킹이 낮은 나라는 아닙니다. 한·일 월드컵은 1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은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도 공동 개최했습니다.
각 대륙 챔피언이 승부를 가리는 이 대회에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네이션스컵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호주(당시 68위)는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고 A조 경기에서 (역시) 프랑스를 1-0으로 꺾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호주가 FIFA 랭킹 1위를 물리친 나라 중에서 랭킹이 제일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3월 29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14차전에서 FIFA 랭킹 97위 볼리비아는 당시 1위 아르헨티나에 2-0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굳이 랭킹 1위가 아니더라도 자기보다 FIFA 랭킹이 96계단 이상 낮은 나라에 (예컨대 2위가 98위에) 패한 건 이 경기 때 아르헨티나가 유일합니다.
FIFA 랭킹 1위를 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993년 FIFA 랭킹 도입 이후 1위 팀은 총 347경기를 치러 226승 67무 54패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경기 중 15.6%밖에 패하지 않은 것. 이들은 물리친 나라 국가대표 FIFA 랭킹 중간값은 15위였습니다.
위에서는 굴욕을 당한 팀으로 등장했지만 아르헨티나는 FIFA 랭킹 1위에 가장 강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FIFA 랭킹 1위 팀과 맞붙어 6승 2무 8패를 기록했습니다. 랭킹 1위를 여섯 번이나 물리친 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6승 4무 9패)뿐입니다.
승률(승리÷전체 경기)로 따졌을 때는 1전 전승을 기록한 불가리아, 세네갈, 오스트리아를 제외하면 브라질이 .750(3승 1패)으로 가장 좋은 기록은 남겼습니다. 포르투갈(4승 2패), 노르웨이(2승 1패)가 그다음. 파라과이도 4승 2무 2패로 FIFA 랭킹 1위에 강한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한국은 FIFA 랭킹 1위와 지금까지 총 9번 맞붙어 2승 7패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월드컵 이전에도 FIFA 랭킹 1위를 한 번 더 이겨본 적이 있다는 얘기. (위에 있는 표에서 보신 것처럼) 한국은 1999년 3월 2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나이키투어)에서 김도훈(48·현 울산 감독)이 경기 종료 직전 결승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기록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 확률이 높지만 1999년까지 랭킹 1위 팀이 이렇게 랭킹이 떨어지는 팀에게 패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경기 때까지는 36위 한국이 FIFA 랭킹 1위를 꺾은 가장 랭킹이 낮은 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