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다음 날, 조선일보는 ‘입법·행정·사법에 지방 권력까지 쥔 문 정권, 독선 경계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승리로 확실히 원내 1당 자리를 굳혔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런 성적표를 받을 정도로 국정을 잘 운영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선거 승리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로 ‘일자리 늘리기’, ‘복지 확대’, ‘최저임금 인상’,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을 꼽습니다. 도대체 왜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부실기업을 조정하는 일이 올바른 길이 아니라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속내는 아래 문장에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은 검찰과 경찰과 각종 정부기관에 돌아가며 압수·수색, 수사·조사를 당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주요 기업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어떤 기업이기에 검찰과 경찰과 각종 정부기관이 조사할까요?
지난 6월 2일 조선일보는 ‘압수수색만 11번…10개 정부기관 나서 한진家 압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의 한진그룹 수사를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국민들은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 이명희 등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로 분노했고, 연이어 터져 나온 조세포탈, 관세 탈루, 밀수, 횡령, 배임, 부정 입학 등을 제대로 수사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유독 조선일보는 한진 일가를 옹호합니다.
비리와 불법을 자행한 기업을 수사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권이 6·13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면박을 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방선거로 당선된 민주당 지자체장들이 관행처럼 이어졌던 지방 토호 세력과 권력 간의 결탁을 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나 봅니다.
여권의 대승은 북핵 이벤트에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쇼의 막후에선 북한 핵 보유가 굳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해왔길래 2005년 9·19 합의보다 훨씬 못한 합의를 들고 “잘됐다”고 선전하는 지경이 됐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의 근본 원칙은 어디로 갔나. 핵 폐기 시한 명시는 또 어디로 사라졌나. 주한 미군 철수 얘기가 미국 대통령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다. 그래도 온 부처가 북한에 돈 퍼줄 계획을 짜고 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승리가 북핵 이벤트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CVID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이고 학자들과 외교관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데도 조선일보 매번 CVID만 강조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CVID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알고 기사를 쓰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CVID만을 내세우면서 마치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무의미한 성과로 폄훼합니다.
조선일보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루어지는 회담이나 파격적인 방식, 대화가 그저 싫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조선일보의 눈에는 늘 한반도가 전쟁과 핵의 공포 속에 살아야만 정상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선거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전 정권에 대한 끝없는 검찰 수사로 지난 정부에 대한 국민 분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의도적으로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로 국민의 분노를 이어가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로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에 6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의 높은 투표율과 연관해 촛불 민심이 아직도 적폐 청산을 원함을 의미합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하는 방식이 먹혔던 시대가 아닙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참여가 높은 투표율과 함께 보수 정권의 심판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자기들 생각이 정의라고 생각하며 나라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조선일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자기들 생각이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면서 바로 조선일보가 그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 남은 것은 언론 권력에 대한 적폐 청산이 아닐까요?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