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폭풍같은 스피드로 포스팅을 하셔서 저같은 사람은 진도 맞추기가 힘든 토나이투 님의 글에 편승해서 오늘은 무기 체계가 아닌 말 그대로 박.격.포. 한문으로는 迫.撃.砲. 의 명칭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간단히 알아보는 포스팅을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정답을 공개하고 시작하면 아래의 물건이 최초로 박격포(迫撃砲) 라는 이름이 붙은 무기입니다. 좀 허술하게 생겼죠?
자 그럼 이런 물건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조금만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화포는 개발 초창기 부터 상대방의 성벽을 파괴하는데 사용되었고 15세기 중반부터는 슬슬 Mortar 라는 명칭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좀 창의성이 없어 보이기는 해도 꽤 직관적인 명칭이었습니다. 당시 청동으로 만든 이 공성용 포들은 그야말로 절구통과 같은 모양이었고 이는 그대로 그들의 명칭이 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Mortar – 절구 – 를 그대로 직역해서 절구 구(臼) 자를 쓴 용어가 바로 구포(臼砲)로 번역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식한 청동제 물건은 딱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지 않습니까? 이의 운반은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이었으며, 세월이 지나자 작렬탄(shell)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꽤 유용한 이 무기는 기동성의 결여로 야전에서 사용하기는 여전히 무리인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궁하면 누군가가 통하는 방법을 만드는 법, 17세기 네덜란드의 군인이자 군사 기술자인 쿠호른 남작(Menno van Coehoorn)은 경량 구포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이 구포는 나무로된 포반위에 소형의 포를 올리고 무게는 80kg 정도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나무로 된 포반에 손잡이가 달린걸로 보아 물론 장거리 이동은 말과 마차를 사용했겠지만 단거리는 나름 도수 운반도 가능 했을것으로 보입니다.
자, 그런데 남북전쟁에서 이런 물건이 최초로 사용된건지는 불명확하지만 이때 재미있는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구포의 포신을 청동이 아닌 나무로 만든 것들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도 발사순간의 압력을 어느정도 견딜 수 있는 실린더 모양의 물건이면 포탄을 날리는데는 지장이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을 것입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비싼 청동보다 지천에 널린 통나무 – 물론 그 중 단단한 놈으로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를 사용해서 구포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남북 모두 공히 애용했다고 합니다.
조금 사설이 길어졌는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박격포란 이름이 붙은 물건이 언제 나왔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때는 러일전쟁(1904~05), 제1차 세계대전에 앞서 이 전쟁은 기관총으로 보강된 요새화된 진지를 중심으로 처절한 참호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참호진지에 당시 포병이 주로 보유하고 있던 탄종인 유산탄(shrapnel)은 별 소용이 없었고, 따라서 적 진지에 최대한 접근해서 다양한 수단 – 물론 사람의 손에 의한 투척도 포함 -에 의한 폭약전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순공방전에서 일본 제3군은 나무로 만든 통을 노끈 등으로 보강한 후 450미터 정도 폭약을 투척할 수 있는 급조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머 남북전쟁의 그 물건에서 직접 영향을 받은건지는 알 수 없지만 밥만 먹고 무기체계만 생각한 사람들이 이정도 생각을 못할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명칭도 만들어집니다. ‘적의 진지에 육박해서 포격한다(敵に迫って砲撃する)’ 즉, 박격포(迫撃砲)란 명칭이 이때 최초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사진은 구하지 못했지만 이런 급조 박격포 중에는 두꺼운 종이로 만든 것도 존재하며, 여순 공방전 뿐 만 아니라 목제 및 지제 박격포 모두 봉천 회전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군은 임시급조로 나온 이 무기체계의 가능성을 꽤 높게 평가했지만 강도상의 문제 때문에 역시 포신은 철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 후 일본의 박격포 – 영국 스톡스 박격포 이전 – 개발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 일단 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군요.
물론 최초의 현대적 박격포는 영국의 스톡스 박격포를 시초로 보아야겠지만 우리가 이런 무기체계에 사용하는 용어인 ‘박격포(迫撃砲)’는 이런 현지에서 급조제작된 무기에서 유래했다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은 마무리할까 하다가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제가 런던 탑(Tower of London)에 갔을 때 찍었던 Coehoorn Mortar 사진 몇장을 추가하겠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머리 굴리는건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 참조 자료 ]
佐山二郎, 日本陸軍の火砲 迫撃砲 噴進砲他, 光人社NF文庫, 13~19p
佐山二郎, 大砲入門, 光人社NF文庫, 87~89p
원문 : Orca의 雜想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