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패션이 굉장히 화려하시네요.
백군기(경기 용인시장 후보): 악을 쓰는 거죠. 늙은 사람이 젊어 보여야 되니까.
리: 사람들이 장군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으세요, 의원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으세요?
백군기: 장군이 좋죠. 장군은 소위 때부터 그 모든 어려운 과정을 충실하게 다 거쳐서 되는 게 장군이니까. 막말로 사병 한 사람만 사고 나도 안 되는 건데요.
리: 포 스타 장군이면 카리스마가 엄청 셀 것 같은데, 자녀분들하고는 소통을 잘하세요?
백군기: 잘 못 해요. 그러나 애들이 나를 무서워해서 말을 못 하고 그런 건 없어요.
리: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시나요?
백군기: 우리 아들이 탤런트예요. 아주 말단이지만, 이제 조연급 올라가려고 해요. 그래서 주로 드라마 얘기하죠. 사실 저는 반대했었고, 지금도 힘들거나 재미없으면 그만두라고 해요. 하지만 여기 젊은 학생들한텐 또 그래요. 하고 싶은 걸 해라, 부모 말 듣지 말고.
리: 아드님 이름이 뭐죠? 홍보라도 좀 해드리게.
백군기: 백승훈.
사단장 출신의 국회의원, 군 장병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뛰다
리: 포스타까지 하시면서 나름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는데,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 몇 개만 말씀해주시죠.
백군기: 우선 고등학교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 간 선택을 꼽을 수 있겠죠. 어머니께서 군대 가면, 죽지만 않으면 출세할 거라 그랬어요. 어머니께서 나를 6.25 직전에 낳으셨거든요. 그러니까 나를 업고 총알이 피해 다니신 거야.
리: 실제로 군대에서 죽을 뻔한 일이 있으셨나요?
백군기: 그럼요. 군대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곳인데. 온갖 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죠.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군에 사망자가 많았어요.
리: 어떻게 사성장군까지 올라가셨을까요?
백군기: 병사들하고 목욕을 많이 했어요. 투스타 할 때까지. 사람들이 군대는 계급 사회고 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허물려 한 거죠. 병사들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소통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리: 그런 소통을 통해 부대 내 문제를 해결한 예라도 있으신가요?
백군기: 보면 알잖아요. 벗겨 놓으면 누구한테 맞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하고 나면 서로 부모자식 같은 정이 생기죠. 군대만큼 순수한 곳이 없어요. 열심히 앞만 보고 하면 되는 거예요.
리: 의원 시절엔 군 장병들에 대한 복지를 많이 챙기셨는데요.
백군기: 초급 장교 때부터 병사들과 같이 다녔기 때문에 바닥을 좀 아는 편이죠. 애국페이라는 명분 하에 너희들은 희생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박혀 있어요. 제가 국회의원 하면서 그런 의식을 깨야 되겠다 싶어서 봉급도 배로 인상하고 그랬죠. 그리고 요즘 병사들은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거든요. 다 PX에서 팩 사서 붙여요. 세상이 바뀐 만큼 지원을 해 줘야죠.
리: 그중에서 이것만은 끝내주게 잘한 것 같다는 건 뭐가 있을까요?
백군기: 우선 봉급 인상이죠. 그 담에 수도관 설치. 전방 가면 산꼭대기라 물이 귀해요. 상수도가 없거든요. 원래 지자체에서는 군대 울타리까지만 파이프를 연결해주게 되어 있고 나머지는 부대에서 설치해야 되는 거예요. 제가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파이프를 부대 내까지 연결해주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리: 왜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셨어요? 군인들은 자유한국당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백군기: 사실 고민이 많았죠. 군 선배들이나 동기들한테 물어보니까 왜 빨갱이 당을 가냐고 그러는 사람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들은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가야 한다, 안보를 잡으려면 안보 경시하는 곳에 가서 안보를 강조하고 계도해야 한다, 그러기도 했어요.
리: 민주당이 안보를 경시하는 당인가요?
백군기: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죠. 근데 실제로 들어가서 보니까 오히려 안보를 내실 있고 착실하게 한 것이 우리 진보정권이더라고요. 국방예산을 제일 많이 올려준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에요. 이지스함, 제 2해군기지도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신 거예요. 우리 국산 비행기는 김대중 정권 때 개발한거고. 이번에 문재인 정부도 국방예산 많이 올렸어요. 자유한국당은 말로만 하죠. 궐기대회나 하고.
리: 최근 남북 화해모드가 나타나는데, 그런데도 국방예산은 올려야 할까요?
백군기: 아직까지는 안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죠. 이후에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든가 평화협정을 맺게 되면 남북 간에 상호 군축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겠죠.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통일 한반도가 중국, 일본과 접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무기들은 더 보강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리: 사람들이 군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낮은데, 두 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군 인권 문제고, 두 번째는 방산 비리인데요.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세요?
백군기: 제가 육군 인권위원장을 했어요. 그때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게 ‘인권이 존중되는 부대가 강한 부대다’ 였어요. 제가 쓰리 스타일 땐데, 그때만 해도 그런 얘기 함부로 못 할 때에요. 구타에 대해서는 지금 군이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잡초와 같아서 뽑아도 뽑아도 잘 안 뽑히죠. 과거보단 훨씬 좋아졌지만요.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도시 용인으로
리: 이제 용인 얘기를 좀 해보죠. 공약집을 보니까 처인구와 기흥구는 공약이 굉장히 많은데, 수지구는 별로 없네요.
백군기: 수지구는 그래도 선진화된 도시니까요. 분당 바로 밑이고, 아파트를 지을 때 생활기반시설들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기흥과 처인은 아직 개발해야 할 지역이 많이 있죠. 앞으로 처인은 수지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어요. 수서-세종간 고속도로가 생기잖아요. 게다가 수지는 난개발되면서 생긴 문제점들도 꽤 있거든요. 처인은 그런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개발해나가면 더 좋아질 수 있는 거죠.
리: 용인이 난개발이 많이 된 곳인데, 처인은 그렇지 않게 개발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백군기: 미국 사람들하고 우리하고 집 짓는 거 보면 좀 달라요. 미국은 산에 집 지을 때 그 산의 위치에 맞춰서 집을 짓는데 우리는 완전히 능선을 무너뜨려 버려요. 네모반듯하게 해놓고 아파트 올리죠. 용산 미군기지만 봐도 주위 경관과 잘 어울리게 해놨거든요. 그런 걸 본받아서 자연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죠.
리: 용인이 산이 많아서 좋긴 한데 그래서 생기는 불편한 점도 있지 않습니까? 도로 문제라든지.
백군기: 그래도 도시철도도 있고 하니까. 처인 쪽도 수서에서 광주까지는 전철이 되어 있어요. 광주에서 에버랜드까지 경전철 연결을 추진하고. 거기서 이동 남사까지 전철을 더 놔주면 많이 좋아지죠. 수서-세종 간 고속도로에다가 전철이 합쳐지니까. 경전철도 지금은 문제지만 그렇게 결합되면 효자 노릇을 할 수도 있어요. 저는 경전철을 삼성 에버랜드의 관광코스로 포함시켜 버려야 한다고 봐요. 오가는 기차칸을 이벤트칸으로 꾸미기도 하고.
리: 또 이번 선거에 나오시면서 준비한 정책은 뭐가 있나요?
백군기: 교육도 굉장히 중요해요. 다른 지자체에서 사람들이 유입될 정도로 돼야 해요. 강남 부동산 불패가 왜 생겼겠어요. 다만 연대, 고대, 서울대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데 들어가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이드를 하면 이게 가능하다고 봐요. 지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가는 아이들이 70%쯤 되는데 그럼 중1 때부터 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지도를 해주는 거죠. 거기에 맞는 체험학습이나 봉사활동 같은 거요. 지원단을 만들어서 학교별로 돌아다니면서 가이드를 해주는 거예요.
지역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장
리: 의원 생활과 시장 생활 중 뭘 더 잘하실 것 같으세요?
백군기: 나는 시장이 더 맞아요. 군대 지휘관이 시장과 비슷하거든요.
리: 근데 군대는 수직상하가 너무 뚜렷하잖아요.
백군기: 요즘 군대는 꼭 그렇지 않아요. 의사결정을 수평적 리더십으로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군대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곳이잖아요. 국회의원은 법안이나 예산을 갖고 변화를 지원해주는 역할인데 반해, 시장은 실제로 행동하고 시를 변화시키는 자리죠.
리: 시장이 되시면 공무원들이 되게 무서워할 것 같은데.
백군기: 아무래도 군 출신이고 내 이름이 백군기잖아. 군기 잡을 것 같잖아요. 그래서 어떤 선입견이 있는데, 사실 부드러운 사람이거든요. 군에 있을 때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통했죠. 지금 나랑 얘기해 보니까 부드럽지 않아요?
리: 그… 그런가요?
백군기: 아냐?
리: 의원 생활할 때 밑에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하셨어요?
백군기: 보좌관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땐 야단도 치죠. 근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항상 을이에요. 밑에 있는 직원들도 잘해주지 않으면,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의원들이 망신당하는 걸 보면 다 보좌관이 제보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항상 조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버텨나갈 수 있어요. 시민들도 마찬가지예요. 거부하고 반대하는 의사 표현에 대해서도 내공이 쌓여야 버틸 수 있죠.
리: 의원이 된 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은 없으셨어요?
백군기: 많았죠. 국회는 철저하게 선차순이니까. 저는 나이는 많지만 초선이었잖아요. 근데 일 년 지나니까 적응되더라고요. 군대 생활을 하다 보면 적응력이 좋아져요.
리: 비례대표로 초선을 하시고 한 번 더 출마하셨잖아요? 그건 어떻게 나가시게 된 거예요?
백군기: 한 번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비례대표를 해보면 나중에 지역구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또, 사람들이 절 두고 당과 정체성이 안 맞는단 평가를 했죠. 하지만 제가 보수적인 집단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굉장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인권을 강조하고, 군 옴부즈맨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니까요.
리: 낙선하시면서 보고 느낀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백군기: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다 자기가 될 것 같아요. 어느 정치인이 와도 잘해주니까 착각을 하는 거죠. 저도 제가 설마 내가 지겠느냐 싶었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리: 인권 말씀을 하셨는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으론 어떤 것이 있나요?
백군기: 장애인 전용 스포츠 센터 건립,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골다공증 검사비 면제, 대상포진 무료 접종 단계적 추진 등, 굉장히 많아요.
리: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계층은 어떤 쪽인가요?
백군기: 장애인이죠. 그분들의 불편함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죠. 노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죠. 아직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노인과 장애인은 정말 잘해드려야 해요.
리: 시장이 되시면 예산 조정을 하셔야 할 텐데 어떤 부분에서 낭비된 예산을 어떤 부분으로 돌리고 싶으세요?
백군기: 행사성 예산, 다음 선거를 대비한 홍보성 예산은 과감히 줄여야죠. 나는 시장이 되면 행사장에 잘 안 갈 거예요. 그런 예산을 줄여서 노인분들이나 장애인을 우대해주는 사업을 해야죠.
문재인만큼이나 정직한 사람!
리: 문화체육 쪽 공약은요? 용인은 인구에 비해 스포츠팀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백군기: 용인이 100만 도시인데도 전국체전이나 도 체전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재정상태가 좋아지면 도 체전이나 전국 체전을 유치하려고 해요.
리: 용인은 대표적인 베드타운인데요.
백군기: 그렇죠. 11만 명 정도가 밖에 나가서 일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이건 우리 지역에 첨단 산업단지를 갖춰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어서 해결해야죠.
리: 이미 선정된 단지는 없나요?
백군기: 지금 마북하고 신갈 쪽에 GTX가 들어와요. 2022년 개통 예정인데, 거기에 ‘용인 플랫폼 시티’를 만들겠다는 게 내 공약이에요. 산업, 상업, 유통, 서비스, 교통 등이 갖춰진 신도시를 만드는 거죠. 판교보다 5배 정도 큰 단지가 될 거예요. GTX가 들어오면 용인까지 쉽게 올 수 있죠.
리: 첨단산업단지라고 하셨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유치하고 싶은 산업이 있다면요?
백군기: 바이오. 우리는 대학 연구소가 꽤 있거든요. 그리고 삼성 같은 대기업 연구소도 있고. 연구소, 대학, 민간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들면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죠.
리: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신다면?
백군기: 지금 국민들 여론조사 한 걸 보면 70%인데 저는 거기에 10점 더 보태고 싶어요.
리: 슬로건이 ‘문재인의 좋은 친구 백군기’에요. 실제로 친구는 아니지 않나요(…)
백군기: 아니에요. 이런저런 인연이 깊어요. 문재인이 1공수여단 출신인데 나도 1공수여단에서 군 생활 했어요. 또 국방위원회에서 같이 있었고, 의원실도 바로 옆방이었거든요. 나이도 비슷하고. 지난 대통령 선거할 때는 내가 유세단에 있어서 전국을 같이 다녔어요. 이번에는 천군만마 국방안보 포럼을 만들어서 대통령 안보 정책에 도움을 줬죠.
리: 생각보다 가까운 관계셨네요. 가까이 지내보니까 어떤 사람이에요?
백군기: 아주 정직한 분. 영혼이 맑으신 분. 그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리: 본인도 그렇게 자평하실 수 있을까요?
백군기: 저도 정직한 것만큼은 문재인 대통령하고 비슷하다고 자평해요.
리: 용인 시장 도전이 본인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백군기: 내가 이제야 철이 든 것 같아요. 사람이 나이가 많은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반대로 그게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제야 나는 사람들의 애잔한 것, 힘든 걸 이해하고 소통하는 내공이 쌓이는 것 같아요. 가끔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시를 읽는데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란 구절이 있어요. 서리 맞은 낙엽의 붉음이 2월에 핀 꽃보다 더 낫다란 뜻이죠. 노인들의 지혜와 노하우가 젊은 분들이 가진 용기와 창의력과 비교했을 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특히 용인 같은 100만 도시는 시장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되거든요.
리: 만약 이번에 당선되시면 언젠간 물러나실 텐데, 그때 시민들이 어떤 시장으로 기억해주셨으며 좋겠어요?
백군기: 용인 정말 오랜만에 시장 잘 만났다! 진솔하고 정직한 시장이었다. 가슴이 따뜻한 시장이었다, 라고요. 표를 의식해서 뭔 일을 하면 큰 시장이 못 된다고 봐요. 표를 의식하지 않고 시의 발전만 생각하는 시장이 되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