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란?
마포는 올해 여성가족부의 심사를 거쳐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2012년도에 이어 두 번째다. 여성친화도시란 지역의 정책과 발전 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에게 고루 돌아가며, 여성의 성장과 안전을 구현하는 지역 및 도시를 의미한다.
지난 24일, 창비빌딩에서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는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열린 ‘마포 여성 일자리 1차 포럼’에서 마포여성네트워크 소속 민간기관 관계자들은 여성에게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일자리를 넘어 재인의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여성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는 중이지만 여성이 주로 가정 내 육아 전담자라는 전제를 두고 접근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지원기관인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이하 여성미래)’ 구은경 상임이사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를 창업한 여성 76명에게 창업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가 사명감, 즉 이 일에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여성이 가정의 보조자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미래에 의하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지역기반·생활기반 거래를 창출하는 종사자 중 70%가 여성이지만 여성 대표자는 40% 미만이다. 구 상임이사는 “많은 여성이 여전히 스스로 대표성을 띠는 일을 두려워 한다”며 여성들이 주변부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하면 대부분 이전보다 불리한 근로 조건에서 일한다. 박주경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 센터장은 “흔히 4대보험이 가입되면 좋은 일자리라고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에게 4대보험이 보장되는 대표 직업은 요양보호사로, 낮은 임금에 돌봄·감정 노동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돼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조차 여성에게 적용될 때 모순이 생긴다는 의미다.
박 센터장은 이어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며 “성차별이 없는 환경에서도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을 우선 근무조건으로 선호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센터장은 ‘여성의 한계’라는 틀을 탈피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라는 특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목표설정 자체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취업지원에 앞서 여성이 돌봄을 전담하는 삶 자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고용이 확대되려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센터장 최유진 박사는 마포여성일자리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마포는 여성지원네트워크가 비교적 활성화돼있기 때문에 여성이 사회적경제를 실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고용을 실질적으로 늘리려면 일자리 수뿐 아니라 돌봄 인프라, 상담기관, 일자리에 대한 인식 등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다른 기반도 활성화돼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1. 취업 전·후 장기적인 직업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몇 년 간 전념한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해온 사람들에 비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계속 육아 활동을 했거나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만 계속 만났던 여성들은 사회에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사전 직업 훈련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할 능력, 남과 협업하는 방법 등을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취업을 한 뒤에도 상담, 코칭 등 넓은 의미의 직업훈련을 통해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설계가 필요하다. 최 박사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취업하면 일을 하다가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며 ‘좋은 일자리’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2. 돌봄 인프라는 영아보육부터
최 박사는 “여성은 육아 때문에 주로 가까운 거리의 직장을 택한다”며 “거리가 제약조건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역사회가 돌봄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아보육이 지원된다고 해도 영아보육부터 지원되지 않는 한 경력단절이 불가피하다. 아이를 낳고 2년을 쉬면 원래 일하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돌봄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 최 박사는 “여성 중 많은 사람이 5인 미만 기업에서 일하는데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기업이 출산휴가 제도, 육아휴직 제도,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가장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3.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해야
최 박사는 “고용 안정성이란 안정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관계망도 고용 안정성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면 수입이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자신을 일자리에 연결해주거나 부수입을 창출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홍 센터장은 “1차 포럼에서 논의된 공통의 문제인식을 기반으로 2차, 3차 포럼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기획해 여성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박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