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uardian의 「Famed impulse control ‘marshmallow test’ fails in new research」와 The Atlantic의 「The Marshmallow Test: What Does It Really Measure?」를 번역 및 참고한 글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마시멜로 실험을 최근 좀 더 엄격한 조건 아래 다시 해봤더니,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먼저 간단하게 되짚어봅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1960-1970년대에 걸쳐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의지를 시험해 본 간단한 실험입니다.
마시멜로를 보여주며 지금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일러준 뒤, 선생님이 잠깐 어디 다녀오는 10분 동안 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말을 하고 선생님은 자리를 비웁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 중에는 10분을 꾹 참고 기다린 아이도, 반대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도 있었죠.
그런데 미셸 교수 연구팀이 시간이 흘러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살펴봤더니 그 어린 나이에도 굳은 의지를 발휘해 마시멜로에 손을 뻗지 않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으로 자랐으며, 나아가 좋은 직장을 얻어 소득도 높더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였습니다.
이 실험은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참을성과 의지를 길러주는 것은 자녀 교육에서 무척 중요한 덕목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의지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 주의를 흩트리지 않는 것, 더 똑똑하고 독립적이며 자신감 있는 아이로 길러내는 것,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과 동의어가 됐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해 온갖 걱정을 다 하고 엄하게 아이를 키우는 ‘타이거맘’ 같은 교육법이 주목받는 세상이다 보니 의지가 중요한 덕목인 양 대접받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뉴욕대학교의 타일러 와츠,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쿠엔이 5월 말 《심리과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시멜로에 당장 손을 뻗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아이의 의지는 칭찬받을 만한 일이긴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10-20년 뒤 인생의 성공을 예견하는 결정적인 징표라도 되는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아이의 사회경제적 지표를 포함한 가정환경, 부모의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하고 나면 미미하게 나타나던 상관관계마저 사라졌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타일러 와츠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이의 배경과 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실험 결과를 다시 해석하면 어렸을 때 당장의 유혹을 참아내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훗날 인생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참을성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연구진이 진행한 새로운 실험은 총 9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마시멜로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고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전체 미국 사회의 환경을 잘 반영하고자 인종, 가정환경 등 요건을 다양하게 반영했고, 900명 가운데 약 500명의 어린이는 어머니가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가정의 어린이로 뽑았습니다.
이는 월터 미셸의 고전 실험과 결정적인 차이 가운데 하나인데, 미셸은 당시 스탠퍼드대학교 교직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했고, 시간이 흘러 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확인한 사례는 5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미셸의 결론은 숫자가 부족한 표본, 그것도 전체 사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표본을 바탕으로 도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와츠와 던컨, 쿠엔은 새로운 실험 결과를 해석할 때도 마시멜로 실험 결과와 청소년기 학업 성적이나 미래의 소득 등 장기적인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통제했습니다. 와츠는 “마시멜로 실험 결과와 청소년기 학교생활, 학업 성적 등에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이번 연구 결과 가운데 가장 큰 발견”이라고 말하면서 마시멜로 실험 결과를 섣불리 단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실험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시멜로의 유혹에 넘어가는 아이들과 이를 참아내는 아이들을 가르는 것도 아이들의 의지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 가정환경 등 다른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던 학생들이 나중에 학교에서 우등생이 되거나 좋은 직장을 얻는 것도 참을성 덕분이 아니라 원래 풍족한 집안에서 자라 좋은 교육을 받은 덕분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머니가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경우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과 바로 집어먹은 아이들에게서 훗날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 또는 학교생활을 잘 하는 학생이 될 확률의 차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아이들만 놓고 봐도 가계 소득이나 아이가 세 살 때의 가정환경 등을 고려하면 마시멜로를 언제 먹었는지는 훗날의 성공을 예측하는 지표로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의 의지력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비교했을 때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서 눈앞의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대신 바로 먹어치우는 경향이 더 나타났을까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이런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확실히 보장된 내일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부모의 소득이 변변치 못해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오늘 끼니를 해결할 음식이 있을 때 이를 가급적 다 먹어치우는 것이 낫다는 것을 체득했을지도 모릅니다. 내일까지 가면 저 음식이 남아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부모님이 무언가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셨다가 부득이하게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기억이 남은 아이들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풍족한 가정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 아래서 자라는 아이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당장의 보상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익숙할 겁니다. 부모님의 소득은 삼시 세끼를 해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고, 설사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뒀던 마시멜로가 어떤 이유로든 사라졌어도 부모님은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든 초콜릿이든 기꺼이 사줄 겁니다.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의 센딜 뮬리네이선 교수가 2013년 펴낸 책 『희소성: 지나친 부족이 의미하는 것』에도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인 보상이 집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이를 마시멜로 실험에 적용해보면, 두 번째 마시멜로가 약속한 대로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고민할 것 없이 먹어치우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는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