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낯선 지역에서 맛집을 찾고 싶으면 구청 쪽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짜 맛집은 따로 있을 것. 마침 중앙일보에서 ‘탈탈 털어보자: 우리동네 의회 살림’이란 이름으로 구의회/의장단의 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내용을 보기 좋게 알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 2014~2018년도 기초의회 가계부를 바탕으로 나온 자료이다 보니 절로 신뢰감이 생긴다.
가장 많이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식당
업무추진비란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모든 공무비용을 말한다. 예전에는 판공비라 불렸다. 사용기준이 뭔가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 우리 동네 구의원님들은 어떤 식당에서 가장 많이 나랏일을 논하셨을까?
1등: 동작구, 명성식당
허름한 건물에 20평 남짓의 작은 식당이다. 1인분에 1만 원 정도 하는 갈치조림이 시그니처 메뉴. 김우중 전 동작구청장의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3,544만 2,500원. 노량진초교 근처에 있다고 하니 근처에 계시는 분들은 꼭 가보셨으면 한다.
2등: 강서구, 한우등촌골
한우등촌골은 정육식당이기 때문에 입장과 동시에 고기 부위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살펴보면서 고를 수 있다. 후식으로는 누룽지가 별미라는 후문. 이곳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3,097만 4,560원. 마침 강서구의회에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한다.
3등: 동대문구, 조영환의 대양한방숯불
KBS 2TV ‘생생정보’에도 소개된 적 있는 동대문 대표 고기 맛집. 한방 왕갈비가 대표 메뉴이나 원산지가 미국산이라는 것에 유의하자. 이곳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2,560만 9,000원. 지하철 용두역에서 내리면 동대문 구청이 보이는데, 바로 그 건너편에 있다.
뜻밖의 야식 맛집
자고로 나랏일이란 낮과 밤을 가려서는 안 될 일이다. 막차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나랏일을 논하시던 우리 동네 구의원님들의 야식 맛집들은 다음과 같다.
1. 도봉구, 식당 이름은 비밀
2017년 12월 31일 밤 11시 10분까지 공적 업무를 논하신 도봉구 의원님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아쉽게도 ‘비밀’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용하신 금액은 350,000원. 한 해의 마지막, 대체 이 야심한 시간 무엇을 그렇게나 드셨단 말인가. 관련되어 아시는 분들의 제보를 간절히 기다린다.
2. 송파구, 명품삼겹살
2017년 12월 13일 밤 11시 54분에 송파구 의원님들은 명품삼겹살집에서 24만 원을 사용하셨다. 참고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겹살의 가격은 1만 2,000원. 결제된 시기를 보아하니 망년회를 하신 것이 분명하다. 아 참. 이 다음날이 목요일이던데, 출근길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마음이 쓰인다.
3. 중구 완도전복
2017년 5월 31일 밤 11시 6분에 중구 의원님들은 완도전복에서 23만 2,000원을 결제하셨다. 참고로 중구 의원님들이 평소에 가장 사랑하는 식당은 돈우정육식당. 역시. 기름진 음식으로 고통받은 위장에는 담백한 해산물이 어울리기 마련이다. 중구 구의원님들의 임기 이후 맛집 블로거 활약을 강력하게 기대한다.
취향이니까 존중합니다
영등포구: 뉴욕치즈등갈비
한때 창업 아이템으로 전국을 강타한 뉴욕치즈등갈비.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니라서 두 번 방문한 기억은 없지만 영등포구의원님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여기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모두 1,532만 7,000원. 취재 도중 영등포구청에 맛집이 참 없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다면 의원님들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외 전국 맛집이 궁금하다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앙일보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6/13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시, 군, 자치구 같은 기초단체 226곳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기초의원이 선호하는 맛집을 비롯 의정수당은 얼마인지, 해외 출장에는 얼마나 썼는지, 조례 만드는 업무는 잘하고 있는지 같은 세부 항목을 살펴볼 수 있다.
무척이나 간편하게 알아볼 수 있으니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이트에 접속해서 우리동네 숨겨진 맛집이 어디인지 찾아보도록 하자. 그러면서 우리동네 기초의원들의 정보를 알아보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참고하고 그런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