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판매수익 분배율을 바꾸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다음은 한국일보 기사의 내용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팔리는 유료 앱의 판매수익은 우선 개발자가 70%를 갖고 나머지 30% 가운데 27%는 이동통신사가 3%는 구글이 갖는 구조다. 일반 상점에 비유하자면, 구글은 장터 소유자이고 이동통신사는 판매자이다.
그런데 구글은 최근 이동통신사 몫을 15%로 낮추는 대신 자신들의 몫을 15%로 올리겠다고 통보해왔다. 구글은 현재 전세계 이동통신사들과 수익 배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 일단 이 얘기는 통신사 관계자의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통보”라는 말과는 달리 꽤 오래전부터 나온 뉴스다. 작년 6월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똑같은 기사가 실리기도 했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12월 전자신문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거의 동일한 제목으로 올라왔었다.[1] 통신사의 주장과 달리 구글은 이를 꽤 오래도록 준비해왔고, 통신사들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을 거라는 말이다.
어쨌든 이와는 별개로 앞으로 통신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 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나쁜 놈일까? 그렇다고 대답하기 전에 왜 통신사로 앱 판매수익의 일부가 돌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의 기사에는 구글이 장터 소유자이고 이동통신사가 판매자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장터 소유자가 구글인 건 맞지만, 판매자는 앱 개발자이다.
앱을 만든 개발자가 판매 수익의 70%를 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구글은 개발자가 만든 앱을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서버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구글이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것도 합당해 보인다. 그럼 이 과정에서 통신사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망을 제공한다고? 망을 사용하는 대가는 이미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이 수수료 비율이 구글 플레이의 통신사 소액결제를 이용했을 때만 적용되는 비율이라는 얘기가 있다.[2] 국내에서 구글 플레이의 결제가 상당수 통신사 소액결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통신사도 역할이 생긴다. 결제 수수료 명목으로 일정 부분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기존의 수익 분배 비율에서 소비자가 1,000원짜리 앱을 구입했을 때, 통신사는 그중 270원을 가져간다. 일반적인 통신사 소액결제 수수료가 2 ~ 3 % 정도[3]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제 대금의 27%라는 수치는 비정상적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통신사에게 판매 수익의 27%씩이나 준 것일까? 그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일보 기사에 인용된 통신사 관계자의 푸념에 들어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애플 아이폰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 폰을 지원하지 않았으면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점유율이 올랐다고 수수료 배분을 일방적으로 조정한 것은 구글의 지나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 말 그대로다. 애플 아이폰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통신사들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구글이 통신사들의 유통망과 마케팅을 필요로 했던 만큼, 통신사들도 구글이 필요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폰은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던 통제권을 빼앗아 통신사를 가격경쟁밖에 못 하는 망셔틀로 만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다급한 쪽은 구글이었다.[4]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원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90%로 압도적인 수치가 됐고, 통신사들은 예전 피쳐폰 시절처럼 자사의 앱 마켓, 쓰레기 같은 기본 앱들을 스마트폰에 잔뜩 끼워 넣을 수 있게 됐다. 피쳐폰 시절만큼이나 통제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구글과 통신사 모두 현재 상황이 만족스러울 테지만, 90%의 점유율을 보면서 구글의 생각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처음 수익 비율을 정할 때와 달리 이제는 구글이 갑이 됐기 때문이다.
구글로서는 이제 더 이상 통신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 없다. 어차피 통신사들에게 별도로 커미션을 주지 않더라도 안드로이드의 90% 점유율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이 뉴스가 좀 더 사용자가 많은 미국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0%인 한국에서 먼저 나왔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통신사가 구글을 비난하긴 힘들다. 애당초 안드로이드가 90%의 점유율을 갖고 갑이 될 수 있게 해준 건 통신사의 힘이 컸지 않았던가. 게다가 통신사는 앱 판매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지 않은데 공돈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가 갑이었던 시절 을이 잘 봐달라며 돈을 찔러줬고, 갑은 그 돈을 받고 을을 키워줬다. 그리고 이젠 그때의 을이 통신사를 위협하는 갑이 됐다. 이제 와서 공돈을 더 이상 (많이)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징징거리는 통신사에게 해줄 말은 하나뿐이다. “어서 와~ 을은 처음이지?”
- 블로터의 기사에는 2012년 중순부터 구글이 SK텔레콤에 새 수익 배분 정책에 대해 알려왔다는 말이 있다. ↩
- 신뢰할 만한 출처는 없다. 통신사와 구글의 거래는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얼마를 받는지는 알기 힘들다. 하지만 최대한 통신사의 사정을 고려해서 그렇다고 가정해보자. ↩
- 휴대폰 소액결제 수수료는 정확한 수치를 알기 힘들다. 2 ~ 3%라는 기사가 있는 반면, 최근엔 1%라고 말하는 기사도 있다. ↩
- 구글이 국내에서 플레이 마켓의 커미션을 통신사에게 할당하는 수준이었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망중립성까지 건드려가면서 통신사들과 합작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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