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시장 하신 지 몇 년이 지난 거죠.
장욱현(영주시장): 지금 4년이 다 되어가죠. 초선으로.
리: 영주는 제가 돌아다닌 도시 중 제일 평화롭게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더라고요.
장욱현: 그건 생각하기 나름인데, 조용하다는 것은 그만큼 활기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될 수 있고요. 한편으로는 느림의 미학이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사는 것만이 좋은 거냐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최초의 ‘대한민국 힐링 특구’예요.
리: 힐링이라는 콘셉트를 되게 잘 잡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힐링이라고 하면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장욱현: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현대인들의 삶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치유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힐링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관광과도 연계가 되죠.
리: 사실 도시의 콘셉트도 갈수록 중요해지잖아요? 특히 호남 지역에서 그걸 되게 잘 잡는 것 같아요. 특히 전주라든지, 순천이라든지, 여수. 하지만 영주가 힐링의 도시라는 건 그렇게 알려진 것 같지는 않은데, 처음 내세운 게 언제쯤이셨나요?
장욱현: 전임 시장께서 (영주에) 힐링 특구를 받았어요. 하지만 특구로 지정되었다는 것보다도, 우리가 실제로 힐링과 관련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작년 2016년 10월에 개원한 국립산림치유원이 중요해요. 여기에 여의도 면적의 한 10배 정도 되는 치유원이 들어섰어요. 힐링의 대표적인 명소라고 할 수 있죠. 거기에서는 단순한 휴양림 개념을 넘어선, 치유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어요.
리: 오늘 끝나고 가볼까요…-_-?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은 좀 많은가요?
장욱현: 개원한 지가 1년 반 정도 됐는데. 지금은 평일 예약이 70~80% 됩니다. 예약 정원이 총 600명이니 적지 않죠. 그냥 관광이나 쉬는 목적으로만 오시는 게 아니라, 컨벤션 사업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리: 힐링 콘셉트에서 숲 말고 또 다른 코스가 있나요?
장욱현: 우선 높이가 1430m인 소백산이라는 산이 있죠. 영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이 산이 한대와 온대의 경계 선상에 있는 독특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 『정감록』이라는 책에서 십승지라는 것을 설정했는데, 세 가지 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을 말합니다. 각각 전쟁, 기근, 질병이에요. 그중 일승지가 여기 영주고, 그중에서도 으뜸이 소백산 밑의 금계라는 곳입니다. 생활 조건에 있어 아주 적지다, 그렇게 판단한 거죠.
리: 그런데 왜 이렇게 인구가 없을까요…
장욱현: 현대인들이 삶에 쫓겨서 다 대도시로 갔잖아요(웃음) 미세먼지도 그렇게 많다면서.
직업 공무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남자, 고향에서 할 일을 찾다
리: 초중고 다 여기서 나오신 건가요?
장욱현: 여기서 나왔습니다.
리: 초등학교 때 공부는 좀 잘하셨습니까?
장욱현: 초등학교 때 한 반이 90명이었어요. 거기에서 1등으로 졸업했어요. 그 90명 중 중학교 간 학생이 한 30명 될까…
리: 공부를 잘해서 바로 대학에 들어가신 건가요.
장욱현: 그랬죠. 하지만 그때도 서울 갈 만한 형편은 안 됐어요. 그래서 대구에 있는 국립대인 경북대 갔어요. 74학번이었습니다.
리: 박정희 정권 때군요.
장욱현: 그렇죠. 유신반대 데모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리: 대구에서 그런 것도 있었나요? 지금의 대구 경북은 박정희에 대한 충성심이 전국에서 제일 강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습니까?
장욱현: 기성세대는 그랬죠. 하지만 어디 학생들이야 그런가요? 그때는 학생들의 데모에 좀 더 관용적이었던 것도 있어요.
리: 고시 준비는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장욱현: 그때만 해도 대부분 학교 선생님이나 공직에 나아가는 게 꿈이었어요. 잘만 하면 국영기업체도 들어갈 수 있었고요. 저는 기왕이면 공적인 일을 좀 해보자 싶었어요. 보람이 있지 않겠나 싶어서.
리: 그때도 지금처럼 고시가 힘들었나요? 다들 4~5년씩 하는 공부를 빨리 붙으신 것 같은데.
장욱현: 그랬죠. 오히려 지금보다 더 어려웠다고 봐요. (고시로) 많이 뽑지 않았거든요. 제 기수가 21회인데, 같은 해 합격자가 130명밖에 뽑지 않았어요.
리: 이 정도면 공부 머리가 굉장히 좋았다고 봐야 하겠는데요?
장욱현: 시험은 머리라기보단 운도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리: 그렇다면 선거는 어떻습니까?
장욱현: 선거도 그래요. 모두 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찬가지로 운이 상당히 많이 작용합니다. 선거의 양태 자체는 바뀌어가고 있어요. 8년 전 선거를 한 번 했고 4년 전 한 번 더 했고, 이번이 3번째인데 시민들의 뜻이 많이 바뀐 걸 느껴요.
리: 어떻게요?
장욱현: 8년 전만 해도 밥 한 그릇 먹고 개인적인 친분관계 쌓아서 선택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현직이면 4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앞으로 얼마나 잘할 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것들을 상당히 살피는 것 같아요.
리: 사실 처음에 도전했을 때는 인지도가 거의 없으셨을 것 아니에요? 경선에서 밀리셨을 것 같은데.
장욱현: 그때는 경선이 아니었어요. 그냥 공천이었죠. 모두 심사로 이루어지는…
리: 나름 공무원 1급이라는 게 아주 높은 직급이잖아요?
장욱현: 뭐, 직업 공무원으로서 갈 만한 곳은 다 갔다고 생각합니다.
리: 사무관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승진하셨더라고요? 스타일이 팍팍 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을 하셔서 승진하셨어요?
장욱현: 일반적으로 대다수 공무원이 그렇게 갑니다. 행정고시로 5급부터 한 사람은 거의 1급, 조금 낫게 가면 차관/장관까지는 가죠.
리: 요즘하고는 정말 커리어가 다르군요.
장욱현: 저희 동기들은 장관 수두룩하게 나왔어요. 지금도 저기 반장식 수석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 일자리 수석에 있고, 얼마 전까지 농림부 장관 했던 김영록 장관도 동기예요. 그 사람은 이제 도지사 출마했죠.
그가 자한당을 고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txt
리: 거슬러 올라가서요, 정치를 시작할 때 정당을 선택하잖아요? 그때는 한나라당을 택하셨는데, 그 이유는 어떤 게 있습니까?
장욱현: 현실적으로 따졌을 때 대구·경북은 보수의 중심이죠. 그러니 당 이념을 떠나서 고향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하려면 당선이 되어야 했지요. 안 그래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을 선택했죠.
리: 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사실 경북을 돌면서, 저는 민주당 후보 위주로 봤어요. 그런데 딱히 정당색이 크지 않으셔서 놀랐습니다.
장욱현: 사실 어떻게 보면 지방 행정은 당의 정체성이 큰 키워드는 아니죠.
리: 어쨌거나 자유한국당에 있으신데,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장욱현: 민주주의에서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절차의 정당성이 중요하죠. 그런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상당히 흔들리지 않았나… 촛불 시위를 과거로 따지면 민중혁명의 개념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뛰어넘어 큰 영향력을 행사한 수준이라고 봐요.
리: 그런데 사실 (탄핵은) 의원들이 발의해서 통과된 거 아닙니까.
장욱현: 결국 그것들에 대해 깊게 따질 만한 분위기를 못 만든 거죠.
리: 민중의 힘이 작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욱현: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혁명 등의 과정을 통해서 발전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화 수준이, 민중에 의해서 움직일 정도로 시스템이나 절차, 규범 등이 뒤떨어져 있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리: 그렇다고 한다면… 민중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보세요?
장욱현: 정당한 절차, 정당한 방법으로.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장 주민소환제를 활용할 수 있겠죠. 그런 절차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대통령이 절대 권력에 가까운 만큼 일반적인 법적 절차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쨌든 일반 국민이나 대통령이나 같은 기준에 의해서, 법에 의해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리: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일어났을 때 말이죠, 느낌이 좀 어떠셨어요? 그것 때문에 사실 당이 지금 폭삭 가라앉았잖아요.
장욱현: 그렇죠.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자조차 뜯어보면 한 명의 개인입니다. 개인이 당에 엄청난 타격을 준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보수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좌익, 우익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는 없잖아요.
리: 그런데 사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까지 올라가는 이 상황은 현재 정부가 잘 한다는 뜻도 되지만, 야당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도 큰 것 같거든요? 홍준표 대표 체제로 가면서 그런 측면이 두드러지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다시 당이 살아날 것이라고 보세요?
장욱현: 제가 감히 당의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잘못한 것을 철저히 반성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뉘우쳤음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거기서 출발해야 해요.
그리고 정통 보수당이 가진 원래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보수가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변해 가야죠. 지금의 홍준표 체제에서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데, 그런 정강정책 같은 부분도 반성을 먼저 한 뒤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리: 앞으로 다시 한번 시장을 하신다고 하면,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걱정되거나 그런 건 없나요. 예를 들어서 예산 따기 예전만큼 쉽지는 않다든지…
장욱현: 야당 지역이라서 어려움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업을 잘 설명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앙부처 근무를 해 봤잖아요. 중앙부처의 국장, 과장 같은 사람들은 각 지방에서 설득력 있고 결과가 좋을 것 같은 사업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지원하지요.
리: 시장님께서 이번에 초선으로 계시면서 하셨던 중점사업 몇 개를 이야기하셨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정착되진 않은 사업들이라 계속 발전시키는 게 우선적인 목표가 되겠군요.
장욱현: 그렇죠. 1기는 대부분 큰 그림을 그려서 시작하는 단계였어요. 왜냐하면, 사기업 같으면 의사결정을 빨리빨리 할 수 있어요. 예상도 빚을 내든 돈을 빌리든 필요한 사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데, 정부는 그렇지 못해요. 아시다시피 지방의회가 있잖아요. 의회 승인도 받아야 하고, 예산도 1년 단위로 미리 짜 가야 해요. 그러다 보니 4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무리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리: 그렇게 따지면 3선까지는 하셔야 하겠는데…
장욱현: 최소한 재선까진 해야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단계에 올려놓아야 하죠. 예를 들어 전라북도 장수군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가 한우 산업을 잘 발달시키고 있는데,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하나 싶어 찾아가 봤어요. 정말 감명받았던 게 뭐냐면… 거기가 공기업인 ‘장수한우’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왜 그걸 만들었느냐, 보니까 군수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어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걸 안 거예요. 그래서 아예 공사라는 기관을 만들어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리: 현재의 지방자치제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낀 점은 없나요?
장욱현: 제일 필요한 게 재정권 이양입니다.
리: 지금 재정권을 중앙이 갖고 있나요?
장욱현: 그럼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지방정부 합해서 정부가 쓰는 돈의 60%를 지방 정부가 씁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서 돈을 받아와야 해요. 지방세로 거둬들이는 돈은 20%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계속 중앙정부에 예속됩니다. 얻어와야 해요.
리: 돈은 받되 모든 집행 권한을 지방에서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신가요?
장욱현: 집행권은 지금도 우리가 갖고 있어요. 그런데 매번 중앙정부에 구걸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게 구걸해서 돈 쓰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중앙정부는 돈을 줄 때 중앙정부의 틀에 따라서 줍니다. 그런데 그 틀이 지방의 구체적인 사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리: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게… 어쨌든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타당한 사업인지 검토해야 하잖아요?
장욱현: 물론 그렇긴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죠. 예를 들면 FTA 농업 보조 사업이 있어요. 영주는 사과 전국 최대 생산지인데, FTA 보조 자금을 얻어오면 나라에서 하라는 것만 할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지방에서 사과나무를 심거나 하는 정책은 의미가 없어요. 그럴 땅도 없고… 품종 개량, 시설 현대화 등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나라에서는 묘목 심는 데에만 쓰라는 식이죠.
리: 그 밖에는 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장욱현: 그다음에는 지방자치겠죠. 지금은 껍데기만 지방 자치예요. 지금 시청에 직원이 1,000명인데, 이 중 6급 주사 하나 늘리려고 해도 행안부 승인을 받아야 해요. 이게 무슨…
리: 아니, 그냥 예산 맘대로 쓰면 되는 거잖아요.
장욱현: 웃기는 얘기인데 그렇게 되어 있어요. 그건 사실 자치가 아니지.
리: 그러게요.
장욱현: 이건 껍데기만 자치인 수준이죠. 그리고 이름도, 지방자치단체가 뭡니까? 무슨 민간단체도 아니고. 지방정부지. 감사를 나올 때도 그래요. 국가 위탁 사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이해해요. 하지만 지방 정부 본연의 사무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 그건 맞지 않아요.
리: 그럼 누가 감사합니까?
장욱현: 시의회에서 하는 거죠. 의회가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잖아요.
리: 행정학 특강 받는 느낌인데요? 그러면 지방권력 확대는 여야가 다 합의하고 있는 상태입니까?
장욱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이견이 별로 없어요. 광역단체도 마찬가지죠.
리: 우리나라가 너무 중앙에 힘이 많이 쏠려 있어서…
장욱현: 초기에는 그렇게 출발했더라도, 이렇게 계속 가는 건 좀 문제가 있죠.
‘선비 정신’은 전 세계 유일의 관광 자원이 될 것
리: 이번에 2기 시장이 되시면 지방 권력은 더 커질 겁니다. 1기 때 했던 사업 키우는 것 외에는 어떤 사업을 더 하려고 하세요?
장욱현: 문화 같은 분야라고 한다면… 영주는 문화적인 자산이 아주 많아요.
리: 관광자원이 많죠?
장욱현: 관광자원이라기보다는, 건축학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는 부석사의 예를 들 수 있죠. 종교적인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건물입니다. 소수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에요. 유학을 처음으로 들여온 분이 안향 선생이신데 이 분이 영주 분이세요. 얼마 전에는 성균관에서 영주를 유교의 성지로 삼기로 했어요. 선비의 고장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거죠.
리: 하지만 그게 팔아먹기 그렇게 섹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장욱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제가 이어령 장관님을 자문단으로 모셨어요.
리: 아… 원래 이어령 장관을 좀 알고 계셨나요?
장욱현: 잘 몰랐죠. 하지만 이분이 문화계에 아주 깊은 지식을 갖고 계시고, 아이디어도 많으십니다. 그래서 모셨어요. 그냥 관광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신적 가치를 따졌어요. 그게 과연 뭘까요? 선비정신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 음… 전주는 한옥마을이 있고 순천은 습지생태공원이 있어요. 경주는 고분단지가 떠올라요.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하면 선비정신은 듣기에 멋지긴 한데 “우리가 가서 뭐하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장욱현: 그 “뭘 하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그 책 읽어보셨어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라는 하버드대 출신 교수가 쓴 책이에요. 그분이 한국에서 사는데,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가치는 선비정신이라고 했어요.
리: 아니, 쌍놈들이 제일 많은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장욱현: 선비는 쌍놈, 양반의 개념이 아니에요. 벼슬을 했느냐 안 했느냐와 상관이 없어요. 대한민국은 작은 국가인데, 이런 나라가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면 뭘 갖고 어떻게 할겁니까? 돈? 안 되잖아요. 군사력? 아니잖아요.
리: 그래도 그 둘 다 대충 세계 10위권 안에 놀면 대단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이랑 맞짱을 뜰 건 아닌데…
장욱현: 그래도 정신적인 가치가 필요합니다. 리드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해요. 새마을 정신만 갖고는 안 되는 겁니다. 새마을 정신 이전에 반만년 역사에서 가져온, 한국인에게 깊게 깔린 정신적 가치가 뭐냐 하면 그게 바로 선비 정신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신사도, 미국의 개척 정신과 비슷한 개념이죠. 하다못해 일본도 사무라이 정신을 가지고 있잖아요.
리: 아까 말씀하신 이어령 장관께서는 오셔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장욱현: 그분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영주는 유교의 중심지다, 유교는 중국의 공맹으로부터 시작했지만 현대의 중국은 공산화를 거치면서 이념적인 충돌을 빚었고 그 결과 다 포기했어요. 지금 그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배우러 와요. 배우러 오면 어디로 와야 할까요? 여기입니다.
리: 학문적으로도 시청에서 후원하나요?
장욱현: 그럼요. 2015년도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해서 만든 인성교육진흥법이 있어요.
리: 뭔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인데…
장욱현: 꼭 필요해요. 뒤떨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해요. 인성교육의 중심지로 영주가 제일 알맞아요. 생각해 보세요. 저는 요새 젊은 엄마들 만나면 요즘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시끄러운데,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바둑으로 졌잖아요. 그때 느낀 게 뭐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공부 뭐 시켜야지, 어떻게 시켜야지 이런 걸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앞으로 먹고살까 고민하면서요. 의사, 변호사 등등 지금 최고의 직업이라고 하는 것은 다 무너질 거라 저는 생각해요.
리: 그렇다면 공대를 가야죠.
장욱현: 공대도 마찬가지예요.
리: 그러면 뭐 합니까. 사람은?
장욱현: 사람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성이죠.
리: 소중한 가치와 별개로 엄마들의 걱정은 우리 애 밥 어떻게 먹고 살지, 이거 같은데…
장욱현: 미래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요. 농경사회 초기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었다고요. 지금은 몇 시간입니까? 주당 40시간이죠.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20시간까지 줄어들 거라고 봐요.
리: 뭔가 실업자만 잔뜩 늘어날 것 같지 않습니까…
장욱현: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20시간씩 일해도 다 집을 갖고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이겠죠.
리: 원래 낙관적으로, 세상은 진보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장욱현: 그렇죠.
리: 와우.
장욱현: 나는 그렇게 봐요. 지금까지 인류가 역사를 거쳐오면서 전멸할 것 같은 위기가 많이 있었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리: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하시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셔서 신기하네요.
장욱현: 요즘 기업에서 직원 채용할 때 면접 세 번씩 본다면서요. 인성 보는 거죠. 딴 거 있습니까.
리: 시장님이 사람 채용하실 일 여럿 있으시겠지만, 무조건 인성부터 본다?
장욱현: 인성이 제일 중요하죠. 왜냐면, 머리에 지식 많은 청년이야 많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나라의 중요한 정보들을 중국에 팔아먹을 수도 있어요. 뭡니까 그게(웃음) 개인의 단위에서 보더라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인성이 필요합니다. 인성에 대해서는 간단히 설명해요. 주변 부모, 자식, 형제, 친구들, 직장 동료 같은 사람들과 같이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게 인성이라고.
리: 사실 시장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은 이걸 가지고 어떻게 외부를 위한 상품을 만드느냐는 거잖아요. 어떤 식으로 구상하고 계신가요?
장욱현: 여기는 유교의 성지로 성균관이 인정을 했어요.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유교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순례 오도록 만들어야지.
리: 그러려면 관광산업 엄청 개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장욱현: 물론 옛터도 보러 오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여기에 와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지. ‘선비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2020년에 개장할 거예요. 선비촌 옆에 여섯 가지 문화를 테마로 정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2020년에 개장할 거예요.
리: 그러면 선비정신이 힐링보다 더 잘 나가게 되는 건가요?
장욱현: 같이 잘 나가야죠. 하나의 요소입니다.
리: 그래도 콘셉트는 딱 하나만 가진 게 편하지 않습니까?
장욱현: 가장 크게 보면 ‘힐링’이겠죠. 그 안에 인성, 자연, 소백산맥 중심의 자연조건, 거기서 나오는 먹거리 같은 것들이 육체적인 힐링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프로페셔널 시장: 영주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리: 영주 1년 예산은 얼마나 되나요?
장욱현: 작년에 7,500억 책정되었어요. 제가 취임하고 한 2,500억 늘렸죠.
리: 헐… 엄청 많이 올렸네요. 어떤 근거로 그렇게 올렸어요? 저는 보통 인구 10만이면 3,000~4,000억 되지 않을까 했는데.
장욱현: 꼭 인구 비례대로 하는 건 아니에요. 사업 열심히 하면 국비가 많이 나오죠. 지방비는 뻔하거든요. 결국 국비를 많이 따 가지고 와야 하는 싸움이에요. 그래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그 사업이 중앙정부에서 받아들여지면 국비 따는 거죠.
리: 시민들에게는 결국 뭐가 필요한 걸까요?
장욱현: 역시 경제적인 이슈가 가장 시민들이 지도자, 특히 시장에게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풍족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죠.
리: 그런데 경제를 살린다는 게 사실 지자체 레벨에선 너무 어렵지 않나요.
장욱현: 어렵죠.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영주의 현안 중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첨단 베어링 산업 단지’라는 게 있어요.
리: 어떻게 따냈습니까?
장욱현: 국내에서 큰 베어링 공장이 7~8년 전부터 영주에 들어왔어요. 일진베어링이라고 경주에 있던 걸 옮겨온 겁니다. 그런데 큰 공장 한 개만 있어서는 고용이나 지역 경제의 부가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큰 공장 주변에 많은 하청 공장들이 모여서 집단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리: 그러면 하청 공장에 보조금을 줘야 하지 않나요.
장욱현: 보조금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여러 조건이에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이 갖출 수 없는 연구기관 구축 사업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연구 기관을 구축할 수 없거든요.
리: R&D 자금을 시에서 대응하기에 충분한가요?
장욱현: 개별 기업에 주는 게 아닙니다. 제가 시장으로 오자마자 시작한 것이 베어링 시험평가 센터였어요. 산업자원부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시작했고, 기술력도 중요하니까 고급 기술력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런 것들이 기반이 되었죠.
리: 베어링 쪽은 어느 정도까지 확장되는 거죠?
장욱현: 지금 계획상으로는 40만 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150~200개가량의 기업을 클러스터화하고, 고용도 1.5만 명 정도 유도하려고요.
리: 수도권에 흩어진 공장을 모아야 할 텐데 잘 내려올까요?
장욱현: 조건이 좋으면 내려오겠죠. 부지는 당연히 싸고요, 중소기업들이 와서 활동할 수 있는 물류나 연구기관 등이 갖춰지면 오는 거예요. 더군다나 2020년이면 고속열차로 서울까지 1시간이면 가요.
리: 고속철이 여기 들어오나요?
장욱현: 네. 거기다 영주는 한반도로 보면 중심에 있는 곳이죠. 예전부터 철도로 유명했기도 하고요.
리: 사실 유권자 중에서 제일 중요한 계층이 학부모잖아요?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교도 계속 줄어드는데, 학부모의 표심뿐 아니더라도 도시가 활기 있게 돌아가려면 인구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욱현: 베어링산업단지를 통해서 일자리가 1.5만 개, 2만 개 늘어난다고 했을 때 가족까지 더해서 5~6만, 최대 7만까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죠. 그걸 통해 활력을 더 높일 수 있어요. 또 영주가 경상북도에서 최초로 유니세프가 운영하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어요.
리: 기사는 봤는데요. 그게 어떤 의미가 있죠?
장욱현: 아이들의 4대 권리라고 해서 ‘생존, 보호, 발달, 참여’라는 4대 권리를 유니세프에서 설정해 놨어요. 200개 가까운 나라가 유니세프의 4대 권리 협약에 참여하고 있는데. 4대 권리를 잘 보호하는 사업들을 틀을 갖춰 시작하면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을 수가 있죠. 그걸 받은 거예요.
리: 어떤 걸 해서 받은 거죠?
장욱현: 제도적인 틀을 갖추기 위해서 아동 친화 조례도 만들었어요. 참여를 예로 들면, 아이들이 자기들의 주장을 어디다 얘기할 길이 없잖아요? 집에 가면 엄마 아빠는 공부나 하라고 하고, 학교 가서 엉뚱한 얘기 하면 선생님들이 공부나 하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동참여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의회처럼.
리: 애들이 직접 하나요?
장욱현: 그럼요. 초중고등학생들로 구성하는 참여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그 아이들이 사회를 향해서 발표해요. 시청이든 교육청이든 일반 시민들이든 어떤 것이든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그것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도록 도와주죠.
리: 애들에게 의회가 있는 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애들이 이거 하겠다, 하면 영주시에서 오케이 알았다,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결국 최종 결정권은 어른이 갖는 거 아닙니까?
장욱현: 예를 들어서 뭐 놀이터를 만든다고 할게요. 놀이터의 설계에서부터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거죠. 너희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뭐냐. 의견을 수렴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어른들 생각으로 놀이터를 만들었잖아요.
리: 그러면 다른 예로, 고등학생들이 교복 안 입을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장욱현: 그러면 교육 당국과 같이 논의해야죠. (교복 착용 자체는) 자율화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교육 당국이 같이 협의를 해서 타당하면 가는 거죠.
리: 사업의 2개 축 중 하나는 힐링, 하나는 베어링으로 보면 됩니까?
장욱현: 베어링은 시작 단계고요. 산업 쪽으로는 농업도 아주 큽니다. 영주 농업은 희망이 있어요. 아주 크게.
리: 어떤 것 때문에 농업이 잘 되는 거죠?
장욱현: 영주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풍토입니다. 기후와 토질, 물. 기본적으로 다른 지방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농사라는 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돼요. 제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기술개발입니다. 농업 기술개발 쪽으로 가야 해요.
리: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장욱현: 풍기 인삼이 아주 유명해요. 인삼이 최초로 산삼에서 개량되어 재배된 것이 영주입니다. 인삼은 6년근이 제일 좋은 상품이에요. 그런데 6년 있다가 수확하고 나면 10년 땅을 쉬어야 해요. 바로 하면 병충해 때문에 안 돼요. 땅을 딴 데로 옮기고 싶어도 땅은 한정되어 있어요.
리: 그러면 어떤 사업을 제안하셨어요?
장욱현: 이런 연작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연구 개발이 필요했어요. 그걸 시작하는 한편, 소백산에 자생하던 산삼을 개량해서 인삼을 시작했던 종, 풍토에 맞는 원래 종을 복원해 가는 연구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다음은 유통이에요. 농산물 유통이 문제가 많은 건 다 아실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인천 문학 경기장 있잖아요? 거기에 ‘영주 농산물 유통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소비자 직거래를 합니다. 크기가 한 2,500평 정도.
리: 대단히 크네요?
장욱현: 네, 그렇게 영주 농산물을 수도권 시민들에게 직거래 방식으로 3년, 5년 전달하다 보면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봤습니다. 그러면 전반적으로 영주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중간 유통 상인을 통해서 나가니까 어디까지가 영주 것인지 알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최고의 사과는 어느 지역에서 난다고 생각하세요?
리: 상주? 성주였나?
장욱현: 성주는 참외고…-_-;
장욱현: 보통은 청송을 최고로 쳐요. 그런데 사실은 영주 사과가 품질이 최고고 생산량도 최다예요. 국내 생산의 13%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잖아요. 이런 것들이 우리가 유통에서 놓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장은 입신양명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리: 나중에 시민들에게는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장욱현: 제가 시민들에게 늘 드리는 말씀인데… 전 솔직히 말해서 차관보급까지 공직에 있다가 온 사람입니다. 시장의 명예가 탐이 나서 하는 건 아니에요. 입신양명하겠다, 이런 생각도 잘 없고… 그저 고향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이 말씀 듣는 게 제 목표입니다.
리: 정말 열심히 일하세요?
장욱현: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아침저녁도 없고. 시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래요. 솔직히 3D 직업입니다.
리: 허허….
장욱현: 시장, 군수 하려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이걸 명예로 보고 시작하지 마라. 진짜 조그마한 사명감이라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없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수많은 민원이 있어요. 억지 민원도 있고 안 되는 민원도 있어요. 그런데 안 되는 일이 있어도 일단 다 들어줘야 해요. 시장이라는 자리에 와서 추앙을 받겠다든가 존경받겠다든가, 그런 생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리: 국회, 입법부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장욱현: 입법은 저랑 체질이 안 맞아요.
리: 왜 그럴까요?
장욱현: 국회나 지방의회나 생태는 비슷해요. 30년간 국회에서 중앙정부 일원으로서 당해봤잖아요? 보니까 거기는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에요. 그냥 말만 무성한 자리에요. 정부는,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예산을 구체적으로 집행해야 하고. 법과 제도란 틀에 맞춰서 일해야 하고. 잘못되면 책임도 져야 하고. 국회의원들이 무슨 책임을 집니까? 면책특권도 있겠다.
리: 은퇴 이후엔 뭐 하고 싶으세요.
장욱현: 은퇴 이후엔… 김형석 교수께서 그러셨어요. 그분이 90이 넘으셨는데, 살아보니 인생의 가장 좋은 데가 60세에서 75세까지래요. 저도 아마 그럴 것으로 생각해요.
리: 왜죠?
장욱현: 60쯤 되니까 세상을 알고, 정말 제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도 생겼고. 지방정부의 시장 이후엔,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찾아서 기여하면서, 그런 데에서 보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봅니다. 후배들과 같이 자문할 수도 있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저는 기독교인이니까, 하느님이 그런 일을 찾아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