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동네 곳곳에 후보자의 얼굴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출퇴근 시간마다 지하철역 앞에서 후보자들의 인사가 들려옵니다. 선출하는 공직의 수가 많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어디를 가도 후보자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죠.
선거운동을 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 공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후보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 과연 당선되고 나서도 이렇게 열심히 할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지방의원들이 받는 급여,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찬찬히 따져보려고 합니다.
단체장들이야 워낙 무엇을 하든 언론에서 열심히 검증하려 드니 정보공개센터는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지방의원이 정말 ‘밥값’을 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일전에 소개드렸던 대로 ‘알권리 감시단’과 함께 지방의회에 대한 의정 감시 활동을 하고 있고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의원들을 지방의원이라 합니다. 이 지방의원들은 기본적으로 광역의원(광역시의원, 도의원)과 기초의원(시의원, 군의원, 구의원)으로 나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는 의회비를 책정합니다.
먼저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 33조에 따라 월정 수당과 의정활동비를 받습니다. 월정 수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지수와 의원 1인당 주민 수, 지방단체 유형에 따라 그 기준액이 달라집니다. 다음과 같은 공식에 따라 월정 수당 기준액이 정해지면, 기준액 범위의 ±20% 범위에서 자치단체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지급액을 결정하게 됩니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지방의회가 새로 구성되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이 회의에서 4년간의 액수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광역의회의 월정수당 평균액은 연 3,943만 원, 기초의회의 경우는 연 2,538만 원입니다.
의정활동비의 경우 의정자료수집·연구비와 보조활동비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는데요, 지방자치법 시행령 33조에서는 ‘광역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로 월 120만 원 이내, 보조활동비로 월 30만 원 이내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초의원은 각각 월 90만 원, 월 20만 원 이내를 지급 받을 수 있게 되어 있고요.
법에서는 ‘이내’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가 법이 정한 최고 금액을 지급해 모든 광역의원이 월 150만 원, 모든 기초의원이 월 110만 원을 받는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2018년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결과」 문서를 참고했을 때, 월정 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합쳐서 광역의원에게 1년에 지급되는 의정비는 평균 5743만 원, 기초의원은 평균 3858만 원에 이릅니다. 특히 인구가 많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의 경우 시의원은 평균 6378만 원, 구의원은 평균 4378만 원을 받아 어지간한 대기업 못지않은 보수 수준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급여만이 아닙니다. 의정 활동에 따르는 경비로 의정운영공통경비와 의회운영업무추진비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지방의회, 혹은 위원회의 명의로 공적인 의정 활동을 수행할 때 사용되는 경비입니다. 지방의회가 공청회, 세미나, 각종 회의 및 행사, 위탁 교육 등을 진행할 때 경비로 쓰는 돈이죠.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지방의회의 의장단의 경우 의회(기관)운영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서울시의회 의장은 월 530만 원, 부의장은 월 260만 원, 상임위원장은 월 160만 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금도둑잡아라’가 17개 광역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간담회, 식사 제공 등 기본적으로 식비 지출이 업무추진비 집행의 ⅔을 차지한다고 하니 지방의원이 되면 그대로 밥값 걱정은 없는 셈이죠.
끝이 아닙니다. 지방의원은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여비를 지급 받는데, 특히 지방의원의 경우 보통 연 1회 관례적으로 해외연수를 나가곤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여름 사상 최악의 수해에도 해외연수를 강행해 공분을 샀던 충북도의회의 경우 유럽 해외연수를 계획하면서 도의원 1인당 500만 원의 경비를 잡았습니다.
밥값뿐 아니라 해외여행도 제공되니 어찌 보면 ‘신의 직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미리 신고만 한다면 영리 목적의 겸업도 가능하니 후보자들이 당선되고자 기를 쓰고 돌아다니는 게 이상하지 않겠죠?
물론 주민을 대표하여,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의원들이 생계 걱정 없이 공공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만 좋은 처우만큼이나 훌륭한 의정 활동이 이루어지느냐는 제대로 평가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기본도 못 하는 지방의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4년 전에 선출된 민선 6기 지방의원 중 각종 사유로 지방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의원이 100명이 넘습니다.
사망한 13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⅓가량인 35명이 선거법 위반 등의 사유로 당선 무효 처리되었고, 각종 불법 행위로 인해 피선거권이 상실된 의원은 17명입니다. 선거 출마, 개인 사정, 사회적 물의 등을 사유로 사직하거나 퇴직한 의원은 43명에 이릅니다. 기본적으로 4년 임기도 채우지 못한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이죠.
문제는 지방의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시민들 스스로가 지방의회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에서 누구를 뽑느냐 만큼이나 뽑힌 사람이 제대로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정보공개센터는 앞으로도 ‘알권리 감시단’과 함께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방의회의 문제를 파헤쳐보려 합니다. 모순을 찾아내는 돋보기가 되어, 시민들 스스로 직접 지방의회를 살피고 문제 제기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습니다!
원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고
다음 첨부 파일들을 통해 최근 지방의원 의정비와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