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가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 생김새는 최신 원자력 발전소라기보다 마치 냉전 시대의 건축물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르만스크까지 첫 항해에 나섰으며 2019년부터 상업 발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자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모와 잠수함도 사실상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 발전용 원자로를 바다 위에 띄우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도 과거 스터지스(STURGIS)라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잠시 운용한 적 있고 비슷한 제안이 여러 차례 존재했습니다.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문제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사고 위험성 때문에 반대가 심하고 원자력 자체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입하려는 국가 자체가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러시아만 빼고 말이죠.
러시아 정부는 과거 1980-1990년 대 핵추진 쇄빙선을 위해 개발한 KLT-40S 원자로 두 개를 사용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북극권에 위치한 도시인 페베크(Pevek)와 주변 지역 전력 공급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페베크는 구소련 시절 굴락(Gulag)이 있던 오지로 광산 및 북극 항로 개발을 위해 건설되었으나 현재는 러시아의 다른 오지 도시처럼 기반 시설이 노후화되고 인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쇠퇴하는 도시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의 결정은 이 지역을 회생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뭔가 외형부터 소비에트 시절로 다시 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참고로 발전 설비 용량은 70MW로 10만 명의 인구를 지탱할 수 있다는데, 페베크 인구가 5,000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발전 용량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및 환경 단체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 부유식 원자로를 바라보는 이유는 역시 안전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잘못하면 북극해의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소련 시절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비롯해 K-19 사고처럼 대형 원자력 사고가 드물지 않았던 전력 때문에 안전하다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설명에 모든 사람이 신뢰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라고 해서 얼음 위의 체르노빌(Chernobyl on ice) 혹은 핵추진 타이타닉(Nuclear Titanic)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 부유식 원자로가 사고가 나길 바라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뭔가 체르노빌을 무대로 한 게임에 나올 법한 외형이지만, 재난 영화나 게임의 소재가 되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라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