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Insider의 「‘I’m not a math person’ is no longer a valid excuse」를 번역한 글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나는 국어 체질이 아냐”라고 하며 국어 공부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그에게 눈을 흘기며 콧방귀를 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는 수학 체질이 아냐”라고 하면 우리는 그를 이해하며 심지어 정상이라고 두둔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선천적인 ‘수학 체질’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차일드 디벨롭(Child Development)》이라는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학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공부 습관’과 ‘열공 모드’라고 한다. 즉 수학 지진아를 만드는 것은 수학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지 선천적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 체인지 디 이퀘전(Change the Equation)의 조사에 따르면 10명의 미국인 중 3명은 “나는 수학 체질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또 18~34세의 청장년층 중 과반수가 “‘난 수학을 못해’라고 주절거리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고 응답했고 미국인의 약 1/3은 “수학 문제를 푸느니 차라리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게 낫다”고 응답했다.
사실 ‘수학 공포증’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플로스 온(PLoS On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사용되는 뇌의 영역이 통증을 느끼는 데 사용되는 뇌의 영역과 겹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수학=고통’이라는 얘기다.
1. 통념과는 달리 중요한 건 태도다
퍼듀 대학교의 퍼트리셔 라이한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학습 능력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가지며 과목에 따라 이 두 가지 태도를 상이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는 점진적 태도(incremental orientation)로 부단한 공부와 연습을 통해 학습 능력 향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고정적 태도(entity orientation)로 아무리 노력해도 학습 능력이 더 이상 향상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고정적’이라고 단정하고 “난 수학 체질이 아니야”라고 내뱉는 것은 위험천만한 태도다. 2010년 《성격과 개체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수학에 고정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수학 문제를 풀다 틀릴 경우 그것을 ‘선천적 수학적 능력 부족’의 징표로 받아들인다.”
특정 과목에 대한 학습 능력을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동기부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실력이 고정돼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실력향상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2. 가장 중요한 건 열공 모드지 선천적 능력이 아니다
연구진은 《차일드 디벨롭》에 실린 연구에서 5학년 학생 3,520명을 대상으로 10학년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수학 실력의 향상 과정을 추적했다.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팔마 수학 성취도 평가(PALMA Mathematics Achievement Test)라는 척도를 이용하여 측정했다. 이 척도는 기본적인 산술, 대수, 기하학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저자는 학생들의 학습 방법과 수학에 대한 관심도를 별도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는 IQ가 높은 학생일수록 수학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러나 선천적 능력의 힘은 거기까지였다. 수학 실력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습 방법인 것으로 판명됐다. 즉 암기력에만 의존하고 다양한 수학 개념 간의 연관성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의 경우, 시간 경과에 따른 실력 향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동기도 실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보다 ‘단지 수학에 재미를 느껴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지휘한 코 무라야마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초학년의 경우에는 IQ가 중요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동기부여와 학습 방법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위의 표를 보면 학생들 간의 수학 실력 향상 패턴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수학 실력이 많이 향상된 학생들(실선)은 ‘수학 실력은 공부할수록 향상된다’는 믿음을 갖고 수학을 심층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이었다. 반면에 수학 실력이 덜 향상된 학생들(점선)은 ‘수학 실력은 타고난 것이어서 향상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암기에 치중한 학생들이었다.
3.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방법은?
우리는 주변에서 “난 수학 체질이 아냐”라든가 “수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냐” 같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예컨대 쇼핑, 음악, 댄싱에만 동그라미를 치고 수학에는 가위표를 친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린다. 또 어떤 티셔츠를 보면 “대수학 알레르기(Allergic to Algebra)”라는 글귀와 함께 “네 명 중 세 명은 수학에 젬병”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물론 의학적으로 계산불능증(dyscalculia)이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산불능증은 난독증(dyslexia)의 수학 버전으로 일종의 학습장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학 점수가 낮은 것을 계산불능증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심리학자인 조너선 웨이 박사는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논문에서 “수학 체질이 아니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풍조가 존재하는 한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꼬집었다.
많은 학생의 수학맹(盲)을 치료하고, 나아가 더욱 많은 학생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 진출하게 하려면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수학 역시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하는 주요 과목 중의 하나’라고 여기고 꾸준히 정진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이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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