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ate Magazine에 Rachel Withers가 기고한 「I judge men based on how they talk to the Amazon Echo’s Alexa」를 번역한 글입니다.
남자친구 제레미가 비서에게 고함을 치며 일을 시켰을 때, 그녀는 마치 익숙한 일을 겪듯 개의치 않았지만 나는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한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에게 날카롭게 명령하는 듯한 말투는 혐오스러웠습니다. 사귀던 몇 주 동안 그런 말투로 내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가 감사할 줄 모르는 듯한 명령조로 말해도 권력이 있거나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명령 자체를 즐기는,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자기가 그럴 자격이 있다는 믿음에 취해 힘을 휘두르는 사람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명령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기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서에게 시켰습니다. 아파트에 들어설 때마다 “알렉사, 불 켜”라고 소리치기보다 직접 문 옆의 스위치를 켜는 게 더 빠를 텐데 말입니다.
이때부터 남자들이 디지털 어시스턴트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든 남자가 제레미 같지는 않습니다. 천둥소리를 들려달라며 구글에게 다정하게 말하던 섬세한 남부 신사도 있고(알렉사와 달리 구글 어시스턴트를 부를 때는 “헤이”라는 인사말이 먼저 들어가 퉁명스러운 느낌이 덜합니다), 알렉사에게 페이퍼 타월을 더 주문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일 중독자 외과 의사도 있습니다(그가 “알렉사?”라고 경쾌하게 부르는 목소리는 명령보다 부탁처럼 들렸습니다).
스마트 스피커가 등장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인 6명 중 1명은 스마트 스피커를 쓰는데, 2017년 1월과 비교하면 12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홈 기기에 대한 에티켓으로 인한 나의 불쾌함은 당분간 씨름해야 할 문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용 에코닷을 최근 출시한 아마존도 비슷한 염려를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데이트 상대가 아닌 아이들에 대한 염려입니다. 어린이용 알렉사에는 질문할 때 ‘please’를 사용하여 긍정적인 언어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매직 워드” 기능이 포함됩니다. 스마트 스피커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끼칠 영향에 대해 부모님들이 심각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는 때입니다.
“부탁합니다”나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가사도우미가 아이들의 예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나치게 순응하는 기계 혹은 대상과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들이 마치 자신이 상전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면 어떡하죠? 이 블로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스마트홈 기기는 아이들을 “열폭하는 못된 애들”으로 만들게 될까요? 스마트홈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받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스마트홈 환경에서 사는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말투는 상관하지 않는,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잘 반응해서 오히려 우리를 계속 불친절하게 만드는 로봇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우리는 어떻게 변할까요? 고객 상담실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기껏해야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는 둥 마는 둥 하는 요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기술은 학습되지만, 학습된 기술도 당연히 잊힐 수 있습니다. 디지털 어시스턴트 때문에 아이들이 더 단순한 언어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언어학자들이 우려하는 한편, 퉁명스럽고 직설적인 언어로 알렉사에게 명령하는 행동이 성인의 언어 표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알렉사와 코타나, 시리에게 말하는 방식에 따라 내가 그 사람을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가상 비서와 대화하는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기기가 감정을 갖거나 자기를 모욕했다며 자는 주인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며서가 아니라, 기기를 대하는 방식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알렉사는 인간이 아니지만 우리는 알렉사를 인간처럼 대합니다. 웨이터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기에 우리는 종업원이나 서비스 종사자를 대하는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물론 인간인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는 로봇보다 더 존중받아야 합니다. 알렉사에는 기분이나 감정이 없는 반면 우리의 무례한 행동은 종업원의 기분을 좋게 하거나 망칠 수 있습니다(알렉사에게는 주인의 기분만이 중요합니다).
기기를 대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사실과 종업원을 대하는 모습이 보여주는 사실은 같습니다. 바로 권력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내 아래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어시스턴트는 기본적으로 여성으로 설정되어있고, 집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다행히도 많이 없어진 “가사 도우미”를 연상시킵니다. 남자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여자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광경은 최근까지도 많은 남자가 부르기만 하면 주부가 달려오기를 기대했던 모습을 연상시켜 오싹해집니다.
흔히 말하는 ‘이름 없는 문제’(명문대를 졸업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살면서 물질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우울증에 걸려 힘들게 살아가는, 당시에는 증상을 표현할 말이 없어 이름이 없다고 명명된 문제)로 여성들이 아직도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 반면 주부들은 굽신거리는 스마트홈 아내로 대체되어 “여성”과 “복종” 간에 문화적 연결고리가 다시 강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집에서 알렉사나 코타나에게 쏘아대며 여성 목소리에 화를 퍼붓는 남성은 디지털 어시스턴트가 말대꾸하지 않아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분고분 맞는 샌드백 같은 여성을 대하는 데 다시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요? 여성화된 스마트홈 기기의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남성은 위험하게도 여성의 시간과 관심에 대한 특권의식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다 현실에서 거절당한 남자들의 온라인 포럼을 보면 남자들은 상당히 분노에 차 있고, 이는 때로는 살인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여성의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남자의 능력은 얼마나 더 심해질까요? 순종적이고 순응하는 여성 로봇에게 얼마나 더 자신의 남성성을 주장하게 될까요? 데이트 신청을 정중히 거절한 알렉사에게 심한 욕을 하는 한 남자의 유튜브 영상에서 그 연결 고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여자들이 왜 자기 같이 괜찮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냐고요?)
성인 남성이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지 못한다거나(물론 모든 남성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알렉사를 무례하게 대하는 남성은 모두 ‘비자발적 독신(incel)’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실은 인공적인 지능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통제하는 디지털 홈 어시스턴트의 인격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기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충분한 나이가 되기도 전에 애플(Apple)과 건전하지 못한 관계를 맺을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일부 권리를 제외하면 우리는 로봇에게 아무런 의무도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알렉사는 인간의 무례함에 반사적으로 움찔하지 않습니다(알렉사는 몸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일상적으로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어떤 말투로 기계를 사용하는지는 무척 중요합니다. 알렉사나 아마존, 애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여자 이름인 알렉사 대신 남자 이름인 알렉스를(그리고 시리가 아닌 남성을 부르는 존칭형 ‘Sir’을) 사용했다면 아마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남자가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바로 명령을 내리는 식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불편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로봇을 인식할 때 성별이 큰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명령 전에 부르는 성별을 반영한 이름이 명령을 내리는 어조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지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 로봇에게 여성의 이름과 목소리를 기본으로 세팅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부르는 남자들의 목소리 톤이 어쩌면 덜 짜증 나게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당황스러운 사실은 남자 목소리를 내는 디지털 어시스턴트에게는 남자들이 덜 무례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