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ㅍㅍㅅㅅ 이승환 대표, 이하 리): 어쩌다 강남구에 출마할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여선웅(강남구청장 예비후보): 현직 강남구의원이에요. 4년 동안 강남구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죠. 이번 강남구청장 선거에는 제가 꼭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리: 출마하는 사람들 중에서 여선웅 의원님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여선웅: 현재 강남구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분이 8년 동안 벌려왔던 비리를 다 요목조목 찾아서 파헤쳤어요. 지금 강남구는 공공성 회복이 가장 주요한 과제입니다. 거기에는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했죠.
리: 지금까지는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굉장히 잘 해오셨는데,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자신이 적합하다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선웅: 이번 선거는 지난 8년을 봐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강남구청장 선거 이래 한 번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어요. 그에 대한 심판이 이번 선거의 기준점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말하자면 지금은 응급상황이에요. 응급처치를 하고 나서 몸이 건강해지면 그제야 어떻게 나아갈지 정해야 해요. 이번에야말로 강남구청장 선거가 정념, 정파, 이념으로 뽑는 게 아니라 인물, 정책 선거라고 생각하고, 거기에는 여선웅이 가장 준비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리: 기존 정당이 아니라 다른 정당 사람이 들어가는 것으로 이미 심판은 성립할 것 같은데요, 그러면 굳이 여선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가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여선웅: 물론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이겨야 합니다. 이번에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내면서 3자구도의 선거로 치뤄질 것인데, 3자구도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지층 표심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민주당 고정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고 올 수 있는 후보가 예비 후보를 포함한 3명 중 누구냐, 이렇게 봤을 때 제가 민주당의 노선과 가치를 가장 선명하게 외칠 수 있는 후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연희부터 박근혜까지 저격한 ‘강남구 뉴스타파’의 전설
리: 신연희 저격수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셨지만 구의원으로서는 드물게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을 하셨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 자랑할 만한 정책 제안이 있을까요?
여선웅: 강남구에서 자유한국당과 다른 가치, 다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신연희 구청장과의 커넥션이 많아서 저도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임기 초반부터 강남구청장의 오랜 비리를 파헤쳤고, 소송까지 거치면서 끝장이 났죠.
리: 다소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일개 구의원이 그러한 여러 가지 비리를 캐치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미 구청 내에 신 청장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여선웅: 네, 맞아요. 비리를 파헤칠 수 있던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공무원들, 관변단체 이런 분들이 내부 제보를 많이 해주셔서 그래요. 성실한 분들이 저를 많이 지지해 주셨죠. 신 청장 구속에 결정적으로 한 방이 되었던 건, 저에게 제보해 주신 분이 신 구청장이 증거를 인멸하는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그 역시 외부인인 저는 알 수 없었던 정보죠.
리: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아마추어처럼 비리를 저질렀을까요?
여선웅: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기가 탄핵될 줄 몰라서 중요한 서류를 캐비닛에 두고 갔다고 그랬잖아요. 신연희 구청장과 그 세력들도 똑같습니다. 막판까지도 본인이 구의원에게 이렇게까지 수세에 몰릴 줄은 몰랐던 거죠. 구속되는 전날까지, 아니 구속되고 나서도 본인들이 다시 풀려날 줄 알았다는 정황들이 있어요. 요즘에는 영장실질심사라고 해서 다시 풀려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될 줄 알았던지 그 이후의 구청장 일정들이 그대로 잡혀 있더라고요.
리: 신연희가 재선이었던가요? 재선이었다면 지난번에는 왜 그런 내부 고발이 없었을까요?
여선웅: 그때는 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리: …;; 그분과는 구의원 되지마자 사이가 틀어지신 건가요?
여선웅: 네, 압구정 현대백화점 공영주차장 얘기를 하면서 급격히 틀어졌습니다.
리: 어떤 건이었나요?
여선웅: 압구정 현대백화점 옆에 강남구 공영주차장이 있어요. 대부분의 강남 사람들은 거기가 현대백화점 주차장인 줄 아는데, 사실 강남구 소유거든요. 줄곧 현대백화점과 강남구와의 유착 의혹 논란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제가 집요하게 캐치해서 비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난 후 제보가 몰렸습니다.
리: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여선웅: 강남구 소유의 공영주차장을 압구정 현대백화점이 사용권을 사서 위탁 받고 3년을 운영한 거예요. 그런데 위탁비용이 현 시세보다 아주 적다는 논란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상 현대백화점 특혜 아니냐, 라는 얘기가 있었던 거죠. 의혹이 생기다 보니 강남구에서는 2014년 1월부터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더니 하는 말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운영 두 달밖에 안 하고 민간에 위탁을 맡겼죠. 하필 그때 선거가 있어서 아무도 챙기질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수의계약으로 현대백화점에 주죠. 그런데 사실은 수의계약 자체가 문제예요.
리: 왜 그렇죠?
여선웅: 일정 금액 이상은 공개경쟁 입찰이 원칙이에요. 근데 그걸 수의계약으로 준 거죠. 법률 자문도 다 무시한 정황이 있었고. 수지가 안 맞아서 민간에게 줬다 그랬잖아요? 그런데 일부러 주차장 요금을 내려놓고 수지가 안 맞는다고 말한 거예요. 그게 비리였던 거죠.
리: 수의계약 안 하고 그냥 비딩 붙이면 되잖아요. 형식적으로라도 경쟁을 붙일 수 있었을 텐데?
여선웅: 경쟁 붙이면 아무리 그래도 더 높은 가격 쓰는 사람이 받게 되잖아요. 몰아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죠.
리:. 구의원 된 후 언제 그걸 물고 늘어졌나요?
여선웅: 그게 제 첫 번째 구정질문이었어요. 8, 9월쯤.
리: 그때부터 구청장이 본인을 견제하기 시작한 건가요?
여선웅: 그쵸. 어쨌든 정당한 의정 활동이었는데, 강남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더라고요. 비리 아닌데 비리라고 했다고. 참고로 1년 뒤 비리로 밝혀졌습니다.
리: 어떻게 됐나요?
여선웅: 검찰에 기소를 당했는데, 그 뒤의 처분은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이사장은 이후 현대백화점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취직하더군요.
리: … 정말이지 너무나 유착 같군요.
여선웅: 또 신연희 구청장 동생의 남편은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김포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했더군요. 그래서 그걸 또 제가 특혜라 주장하고… 이게 다 연관관계가 있죠.
리: 거의 강남구의 뉴스타파셨네요.
여선웅: 근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정황들이 굉장히 어설펐어요. 형식이든 문서든 계약서든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황당하게 조작되어 있었죠. 예를 들면 강남구가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에 위탁을 줘요. 딱 1년만 운영권을 준다, 이렇게. 그런데 공단은 현대백화점에 자기가 가진 1년 이상의 임대를 주는 거죠. 이게 계약서 상에 빤히 적혀있어요.
리: -_-;; 현대백화점 사건 이후에는 어떤 걸 하셨나요?
여선웅: 2016년에는 강남구청 댓글부대를 밝혀냈죠. 그때는 뭐 형사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_-v
리: 어우, 어떻게 밝혀냈나요?
여선웅: 그것도 되게 어설펐어요. 기껏해야 인터넷 댓글일 뿐인데 강남구 공무원이나 쓸 만한 용어들을 술술 쓰는 거예요(웃음). 영동대로 복합개발 이런 거. 신연희 구청장이 매번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데다, 구청장은 옹호하고 저와 박 시장님을 욕하더라고요. 그래서 네이버 ID를 봤죠. 그런데 강남구청 이메일 주소 ID와 일치하더군요.
리: 아이고;
여선웅: 네이버 ID가 앞 4자리만 제공하긴 하는데, 이메일 주소 이니셜 이런거 쓰면 비슷해지잖아요. 확인해 보니 다 한 팀이 쓴 게 맞았죠. 그 팀 부서장은 쾌속승진했고, 신연희 구청장이 감옥 가 있는 동안에도 옥중결재로 비서실장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뭐 측근이죠.
리: 신문에 굉장히 많이 실리셨겠습니다.
여선웅: 그쵸, 신연희 구청장 상대로도 많이 나왔고, 강남구청 댓글 같은 경우에는 경향신문에 3일 동안 1면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 정국 때도 하나 밝혀낸 게 있어요. 의료법 위반한 차명 진료죠.
리: 오오, 그 유명한 길라임?
여선웅: 아쉽게도 그건 아니고… 예명이 하나 더 있었어요. 김영재의원에서 프로포폴 등을 받아간 사람이 최순실 말고 최보정이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게 박근혜 전 대통령일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죠.
리: 되게 아쉽네요, 길라임처럼 파격적이었으면 훨씬 더 유명해졌을 텐데.
여선웅: …….
〈모래시계〉에 감명받은 초딩, ‘선거의 제왕’이 되다
리: 이야기를 돌릴게요, 언제부터 강남 살았어요?
여선웅: 강남에 초중고 연고는 없고, 직장생활을 여기에서 한 케이스입니다.
리: 어릴 때부터 정치에 엄청 관심을 가졌다고 하시던데?
여선웅: 맞습니다. 추미애 의원님께 팬레터도 썼어요. 엄청 감명받았다는 이야기를 쓴 기억은 나요. 그때 IMF 청문회가 열렸는데, 그걸 보고 정치인이 저런 일을 하는구나 싶어 되게 감동받았죠.
리: 어쨌거나 현재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가 됐으니까 줄을 굉장히 잘 선 셈이 됐네요. 그 이후로 그분과 밥 먹을 기회는 실제로 있었나요?
여선웅: 별로 없었죠. 작년에 제가 당대표 보좌역으로 임명받아서 활동을 했는데 그때는 1주일에 1번 뵙고 그랬어요.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잘 못 했죠.
리: 대학교 때도 총부학생회장 하셨네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나요?
여선웅: 제가 홍대에서 집회를 할 때였어요. 한대련 출정식을 하는데 홍대 학교측에서 막은 거예요. 그래서 금요일에 기습적으로 집회를 열어 밤을 샜어요. 그때가 금요일의 홍대에 처음 간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 문화에 완전히 깜짝 놀란 거죠. 우리는 이제 학생운동 집회를 하려고 여기 모여 있는데, 되게 뭐라 그럴까, 홍대의 길거리 문화를 보면서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리: ;; 홍대를 보면서 충격을 받다니, 어렸을 때부터 모범청년이었군요.
여선웅: 맞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보고 정치인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때는 한참 대한민국이 환경오염이나 자연환경 문제가 많았죠. 그래서 내가 나라를 이끌게 되면 OECD에도 가입하고 그러면서 환경오염을 막아야겠다, 그걸 위해서 환경부 장관이 되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환경부 장관은 누가 임명하지? 대통령이 되어서 내가 임명해야겠다.
리: 이상하군요… 모래시계를 보면서 검사가 되어야겠다 한 게 아니라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다니.
여선웅: 모르겠어요 (웃음)
리: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다 출마하신 건가요?
여선웅: 네, 중학교 때도 부학생회장 하고 고등학교 때도 부학생회장 했죠. 선거에 나가서는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리: 뭔가 전반적으로 콩라인의 느낌이 강한데…?
여선웅: …어려운 길을 골라 오긴 했죠. 강남에 출마할 때도 그런 소리 들었어요. 강남에서는 구의원밖에 못 하는데 왜 하냐는 말도 듣고, 정치 할거라 그러면 왜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의원이냐는 말도 듣고… 하지만 저는 정치인이 지역에서 성장하는 게 가장 옳은 방향이라 생각해요.
리: 공채 당직자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왜 뽑힌 것 같아요?
여선웅: 음… 그 2012년이 대선이 있던 해였어요. 그때 당직자를 많이 뽑았어요. 한 12명인가… 그 덕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 아무튼 그 자리가 개꿀자리잖아요? 그때 생활을 좀 설명해 주신다면?
여선웅: 정치권에서 정치를 안정되게 배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당직자가 좋은 자리죠. 보좌관 같은 데는 국회의원이 그만두라 하면 그만둬야 하거든요. 국회의원은 그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어렵고요. 안정되어 있다는 면에서 당직자는 괜찮은 자리죠. 하지만 야당 당직자는 월급 측면에서 어렵습니다….
리: 많이 안 주나요?
여선웅: 9급 공무원 수준으로 받았어요.
리: 당직자에 지원한 이유는 뭐였어요?
여선웅: 대선이 있던 해에 정권을 교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2012년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녹취하는 업무를 맡아 공개된 자리마다 따라갔어요. 많이 배우고 싶었고, 실제로 많이 배웠죠.
리: 그분이 하는 일거수 일투족을 볼 수 있는 위치였는데, 보면서 뭔가 느낀 점이 있었나요?
여선웅: 제가 빨리 선출직 공직자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강남에서 출마해야겠다 라는 마음을 굳혔죠. 민주당이 2~30대 청년들에게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에너지를 모을 만한 젊은 청년 정치인이 없더라고요. 또 강남은 유동인구 뿐만 아니라 거주 연령대를 봐서도 서울에서 두 번째로 젊은 구예요. 그 에너지를 모아서 정권교체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품게 되었죠.
리: 왜 강남일까요? 젊은 사람은 왜 많을까요?
여선웅: 제가 강남에서 구의원을 하면서 만들고 싶었던 게, 당 내의 ‘직장인위원회’예요. 정당 구조를 좀 바꾸고 싶었어요. 말하자면 지금의 정당구조는 지역 기반이거든요. 그 지역 당원들이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데 투표권을 행사하는 거죠.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는 집주소에서 활동하지 않잖아요? 거주지와 활동지가 다르기 때문에, 그 활동지를 일치시킬 수 있는 정당구조가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꼭 퇴근하고 집에 가서야 정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점심시간에, 쉬는 시간에 잠깐 잠깐씩 할 수 있는 정당 구조가 필요하다는 거죠. 제가 강남구의원이 되면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리: 어릴 때부터 직업 정치인을 꿈꿔왔는데, 직업 정치인이 막상 돼 보니까 어떤가요.
여선웅: 구의원은 사실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많이 냈지만, 구의원 본연의 업무 자체는 생활 정치에 가깝거든요
리: 글쎄요, 그렇게 따지면 구청장도 정치의 영역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보좌관 하다 국회의원 가는 게 정치인 코스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 아닌가요?
여선웅: 음… 아니, 단체장 같은 경우는 행정가죠. 실제적으로 정치행위는 못 하잖아요. 정치중립의 의무도 있고. 그래서 구의원은 여야 나눠서 하는 게 크게 없어요. 실제로 중대선거구라 2명, 3명이 하기 때문에 내부의 경쟁이 있을 뿐 다른 당과는 경쟁이 별로 없죠. 강남구에서도 자유한국당 소속과 민주당 소속이 나뉘어서 크게 싸우는 일은 잘 없습니다.
리: 내부경쟁이라는 말이 굉장히 재미있는데, 예전에 시의원 하던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자기 당 사람들과 더 안 친하다고. 자기들끼리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서 말이죠.
여선웅: 이슈 자체도 정치적, 정파적으로 부딪치는 게 많이 없어요. 강남구도 딱 한 번 여야 나눠서 싸웠는데 그 주제가 무상급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슈는 조례를 만드는 일 등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좀 정치적이지 않죠.
리: 한 번 싸웠다는 게 되게 쓸데없는 걸로 싸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_-; 왜 그렇게 다툼이 없는 거죠? 방향성과 가치지향이 있다 보면 당연히 부딪치는 일이 허다할 것 같은데요.
여선웅: 서울시 자치구 안에서 낼 수 있는 조례는 이해 관계가 그렇게 첨예하지 않아요. 법률이 얽힌 국회에서는 되게 첨예하지만요.
리: 그러면 좀 개꿀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나요…?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구의원 정도는 쉽게 한다거나.
여선웅: 그래도 저는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을 기초의원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그러니까 1인선거구제, 소선거구제 같은 경우는 정파들이 너 아니면 죽고 식으로 싸우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는 선출 구조 때문에 크게 다툴 일이 없죠.
리: 국회 같은 데도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면 어떨까요?
여선웅: 전체적으로 옳은 방향이죠.
테헤란로, 4차 산업혁명의 ‘등불’이 되다
리: 구청장의 견제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게 있었나요?
여선웅: 제가 IT나 스타트업 같은 데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강남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펼쳤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잘 못 했죠.
리: 아까 얘기한 IT나 스타트업이 약간 흥미로운 게, 일반적으로 구청장들은 그 지역의 산업을 살려야 한다거나 땅값을 올리는 게 지상명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특이하게 IT나 스타트업 얘기가 나왔죠. 어떤 이유로 그런 쪽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여선웅: 강남은 4차 산업 관련한 인프라가 좀 있어요. 기존에 벤처기업 하면 테헤란로였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불 다 꺼지고 대부업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를 자조 섞어서 자주 해요. 판교로 다 빠진 거죠. 그러니 인프라가 있는 곳에 지금처럼 사람, 기술, 아이디어가 중요한 사업들이 강남에서 펼쳐지면 훨씬 꽃을 피울 수 있어요. 하지만 테헤란로는 인프라가 이렇게 좋은데 벤처나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잖아요?
리: 잘 들어갑니다만-_-
여선웅: 임대료가 비싸잖아요.
리: 우리나라에 이미 다양한 지원기관이 있잖아요? 얘네처럼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데가 있나요?
여선웅: 다 엇비슷한 것 같아요. 공간 임대해 주고, 법률 마케팅 회계 이런 거 지원해 주고. 전 공간 임대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테헤란로 쪽 비어있는 오피스를 찾아서 임대를 크게 주는 거죠.
리: 구청에서 임대업을 하겠다?
여선웅: 지금도 건물을 아예 빌려서 스타트업에 제공해요. 저 앞 역삼동에 창업지원센터라고 있거든요. 그런데 공간이 되게 협소해서 몇 기업 못 받아요. 전 그게 테헤란로 쪽에서 많이 넓어져야 한다고 봐요.
리: 들어오려는 회사는 넘쳐날 거예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심사가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나랏돈이 쓸데없이 나간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떤 데가 들어오면 좋을 것 같나요?
여선웅: 약간 제 욕심인데요, 제가 이런 지원사업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뭐냐면, 한 군데 단체에서 국가지원을 받을 경우 다른 데에서 못 받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유망한 업체들은 벌써 지원받아요. 그러니 강남구가 지원해줄 수 있는 업체들은 조금 전망이 떨어지는 회사들인 거죠. 물론 한 군데 업체가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독점하면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풀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서 기술력 좋은 업체들에게 지자체 예산을 써서 성과를 내고 싶죠. 그래야 세금을 잘 쓴 거니까.
리: 강남주민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뭘까요? 강남구민들은 뭘 어떻게 해결하고 싶어해요?
여선웅: 강남 인구가 점점 빠져요. 대치동 등 교육열 높은 지역 때문에 젊은 층과 학생 인구가 그나마 유지되는 건데 말이죠. 교육 때문에 오기는 하지만, 사실 아이들 키우기 썩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20대에서 40대 분들 만나면 그런 이야기들 많이 하세요.
리: 흐음… 강남 하면 교육 특화 이미지인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여선웅: 예를 들면, 강남구 보건소는 예산이 많아서 다른 보건소보다 잘 되어 있어요. 그런데 관점 자체가 잘못되어서 예산 있어도 실현되지 않는 게 많아요. 예를 들자면, 보건소 예방접종을 받으러 가도 따로 주사실이 없어요. 제 아이는 로비에서 커튼 치고 주사를 맞았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감수성이 없는 거죠.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구청장의 의지 문제예요.
리: 또 다른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요?
여선웅: 보육, 육아 측면에 대해서는 강남구 뿐 아니라 모두 힘들어해요. 그래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등을 전폭적으로 확충해야 해요. 미세먼지 대책도 그래요.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요구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예산이 얼마 안 되서 힘들죠. 미세먼지 대책 관련해서는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 같은 것도 저감장치를 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정책을 자치구에서도 하고 국가에서도 하는 정도예요. 저희 강남구도 1억 정도 책정을 했죠.
리: 굳이 구 예산 쓸 필요가 있나요, 시에서 해 주는데?
여선웅: 홍보가 잘 안 되어 그런지 신청률이 많이 저조해요. 그래서 저는 10년 이상 노후한 경유차를 강남구에서 퇴출시킬 생각을 했어요. 저감장치를 달지 않은 경유차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거죠. 그동안 충분히 지원이 들어갔음에도 신청을 하지 않는 단체가 있다면 과감히 페널티를 부과하는 거예요.
리: 음… 여선웅이라는 사람이 꿈꾸는 강남을 세 가지 정도로 딱 요약할 수 있을까요?
여선웅: 제가 구청장이 되면 세 가지 구정 목표를 두려고 해요. 하나는 ‘아이 키우기 행복한 강남’이라 해서 지금 말씀드린 육아 보육 정책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고, 또 하나는 ‘파란 하늘 강남’이라고 해서 강남을 환경 친화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강남은 재건축 문제도 있고 도시재생에 관한 이슈도 있는데, 환경 친화적으로 접근해서 풀고 싶죠. 나머지 하나는 ‘강남 4.0’이라고 해서, 강남을 스마트 혁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제가 말한 테헤란로에 4차 산업의 불빛을 다시 밝히겠다는 거죠.
리: 더 자세히 말씀주실 수 있나요?
여선웅: 이게 제 전략적 공약이기도 한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압구정 아파트를 35층 이하로 제한했어요. 하지만 층수를 더 높여서 높은 건물을 짓게 하고 나머지를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거죠. 또 강남에 산다고 해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청담동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한강 뷰를 못 봐요. 저는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시민들을 위한 시설을 일부 개방해서 한강 뷰를 강남구민에게 돌려줄 생각을 했어요.
리: 그거는 주거지구가 아니라 상업지구일 때만 가능하지 않나요? 그러면 재건축 단지에 아파트가 아니라 상업지구를 놓겠다는 건가요?
여선웅: 그렇죠.
리: 가능하려나-_-?
여선웅: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잠실도 45층까지 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해요. 불가능한 게 아니고, 주민들이 원하느냐 안 원하느냐의 차이죠.
“강남이 바뀌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뀝니다.”
리: 큰 이변이 없으면 박원순 시장님도 당선이 될 것 같은데, 박 시장님과 연을 맺고 계신가요?
여선웅: 박 시장님이 신연희 구청장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잖아요? 박 시장님이 못 하는 비판이나 견제를 제가 다 해줬으니 뭐…
리: 문재인 대통령과도 12년부터 연을 맺었지 않습니까? 17년 대선 때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여선웅: 여태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총 4번의 선거를 했습니다. 사상에서 국회의원 선거, 2012년 대통령 선거, 2015년 당대표 선거 그리고 2017년의 대통령 선거예요. 제가 그 중 3번의 선거를 수행했습니다.
리: 왜 그 영광의 자리에 발탁되었나요?
여선웅: 2012년에는 당 소속이어서 녹취하는 업무를 자연스럽게 맡았고, 2015년 당대표 선거에서는 후보 수행을 했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한창 계파주의, 계파 청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당대표 선거의 직책을 못 맡게 했어요. 선거를 뛸 수 없게 된 거죠. 국회의원이 캠프에 못 들어가니까 자연스럽게 보좌관도 못 들어가고, 그래서 인력이 부족했어요. 그때 지방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늘어났죠. 마침 제가 당직자 출신이어서 모시게 됐죠. 15년에 근거리에 있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당대표 선거할 때 어깨띠를 둘렀죠. 어깨띠는 후보랑 후보가 지정하는 1인이 둘렀기 때문에 당내에서 의미가 큽니다.
리: 이야, 내가 실세다!
여선웅: 실세가 그런 의미가 아닌데… 제가 먼저 가 있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돼죠. 문재인 당대표 후보가 오는구나, 라고. 2017년 대선에서는 국회의원도 당대표도 아니셨지만 유력 대선 주자셔서 전국을 다니면서 당원과 국민을 만났어요. 그때도 제가 수행을 하면서 같이 다녔죠.
리: 사실 누군가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인데,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더욱 그럴 것 같네요. 대통령의 변화와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느꼈나요?
여선웅: 2012년 대선할 때는 대통령께서 정치에 처음으로 출사표 던져 활동하셨잖아요? 그때는 정치인으로서 보여주는 것들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였을 텐데, 당대표 선거 이후부터는 선거의 왕처럼 능숙하고 성숙해지셨다는 것을 제가 느꼈죠.
리: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있나요?
여선웅: 2014년도 수원에서 박광온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제가 수원에 내려가 수행을 했습니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오셔서 지원 활동을 같이 하셨죠. 그런데 국민들과의 만남을 노련하게 잘 하시더라고요. 지금 하시는 것처럼요. 깜짝 놀랐죠. 원래 생각과 뚝심이 있는 분이니까 말씀 같은 것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스킬은 굉장히 많이 느셨어요.
리: 이번에 구청장 하고 국회의원 하고 대통령까지 하실 생각은 있으신 건가요?
여선웅: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저의 정치적 목표는 강남구의 공공성 회복이에요. 그게 달성된다면 다른 목표가 생기겠죠.
리: 적폐청산과 가까운 이야기군요. 신 구청장의 여러 비리를 밝혀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강남구는 아직도 그런 게 많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여선웅: 강남구청은 사실상 1당 독재 형태였어요. 그동안 구청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거든요. 제가 직접 겪은 건데, 제가 민주당 의원이고 민주당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정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한테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자기는 세월호 뱃지 달고 오는 사람들 강남구청에 출입 못 시키겠다고.
리: 왜요? 위에서 명령을 내려서요?
여선웅: 그냥 자유한국당 성향이에요. 그걸 공무원이 떳떳하게 민원인에게 강남구 들어올 때 뱃지 떼고 와라, 이런 말을 할 정도의 동네라는 거죠.
리: 정말 정신줄을 놓은 동네였군요-_-;;
여선웅: 네, 바뀔 부분이 많죠.
리: 지금도 이름 알려진 정치인 중 굉장히 젊은 편이고, 구의원도 젊은 나이에 했거든요.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젊은 정치인으로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여선웅: 후보가 되려면 먼저 당 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야 합니다. 당 내는 곧 지역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런데 백수가 아닌 이상 지역에 가서 활동하기는 힘들거든요. 자기 업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지역에 나가지 않고 선출직 후보로 나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출마하고 싶다면 자기 시간을 줄여서라도 정당 활동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어렵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직업이에요. 9시부터 6시까지 이뤄지는 거거든요. 하지만 구조가 이렇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출직 공직자가 되고 나선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고요.
리: 개인적으로 인상이 되게 특이하게 느껴지는 게, 의외로 느낌이 되게 평범한 시민 같다고 할까? 구의원과 정치를 몇 년 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나름 큰 거 두 방을 터뜨렸는데 어그레시브해 보이지도 않고,
여선웅: 뭐 젊어서 그런 걸수도 있고,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구의원 4년 한 걸로 정치인스럽기는 힘들죠.
리: 그러게요, 사람이 생활과 직업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이미지 메이킹도 전혀 안 하시는 거 같고.
여선웅: 사람들이 제가 꽃길만 걷는다고 생각해요. 성과만 보이는 데에다 문재인 대통령 곁에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제가 강남에서 정치를 시작하려 한 것부터 험한 길을 골랐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그런 곳을 선택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고 싶었거든요.
리: 만약 당선된다고 한다면 여선욱은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여선웅: 제가 구의원 때의 공약을 제대로 못 지켰어요. 당선되어 보니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다 강남구 공무원의 협조가 필요한데, 저는 신 구청장과의 관계 때문에 협조를 받을 수 없는 위치였죠. 그 사람들이 저만 보면 피했으니까. 여선웅이랑 이야기하면 신연희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래서 거의 접촉이 없었어요. 그래서 공약을 지키는 구청장이 되고 싶어요. 특히 압구정에 한강뷰를 되돌려주는 공약은 정말로 지키고 싶죠.
리: 마지막으로, 여선웅답다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선웅: 전 강남이 바뀌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강남이 민주당을 지지하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뀔 겁니다. 그래서 강남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어요. 그것이 여선웅다운 거라고 생각하고요.
데이터 시각화로 알아보는 ‘강남구’
“해당 기사에 사용된 데이터 시각화는 뉴스젤리의 시각화 솔루션 DAISY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