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화신 오자서(伍子胥)는 초나라 사람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초나라 평왕에게 죽자 오나라로 망명하여 힘을 기른 후에, 오나라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 수도를 함락시켰죠.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낸 뒤에 그 시신에 채찍질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복수를 마쳤습니다. 속이 시원한 복수, 너무 지나친 복수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 굴묘편시(掘墓鞭屍, 무덤을 파헤쳐 시신에 채찍질 하다)라는 성어는 이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한편 초나라에는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申包胥)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신포서는 오나라 군대의 공격을 피해 산 속에 숨어 있었는데 오자서가 평왕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자서에게 편지를 보내 지나친 복수를 그만두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오자서는 내친 김에 초나라를 멸망시키고자 했고 신포서는 조국을 지키려 했습니다. 신포서는 나라의 멸망을 막기 위해 강대국 진(秦)나라에 구원병을 청하러 갔습니다.
진나라의 왕 애공은 신포서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신포서는 7일 낮 7일 밤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면서 궁전 앞에서 구원병을 내 달라고 통곡을 했습니다. 애공은 이 정성에 감동하여 전차 오백 대를 내어 주었고, 이 전차부대는 끝내 초나라를 구했습니다.
서울 지역 25개 구의 더불어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결정되었습니다
저는 서울 중구의 민주당 김태균 예비후보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입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두 차례 심사를 하는 동안 번번이 중구의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단수 또는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김태균 후보를 포함한 8명의 예비후보는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며, 저마다의 소망을 지니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표방했고, 소수에 의해 공천을 좌지우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에 8명의 예비후보들은 이를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가장 공정해야 할 공천심사가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비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말았습니다. 2018년 4월 3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현 두문정치연구소장 서양호 예비후보를 전략공천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양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청와대를 나온 뒤 손학규 전의원한테로 갔죠. 팟짱이라는 방송에 출연하여 친노와 386을 비난했습니다. 이래 놓고는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또한 서양호 후보는 안철수 전의원, 김한길 전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시다시피 민주당을 헤집어 놓은 장본인들입니다. 서 후보는 이 경력을 빼고 선거운동을 해 왔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 지지자에게 안철수·김한길이 어떤 사람입니까. 나름대로의 선거 전략이라고 인정은 합니다만, 지역 유권자를 속였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서양호 후보는 중구 사람이 아닙니다. 동대문구에서 구청장에 도전하다가 경선에서 졌고,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떨어졌습니다. 당시 민주당에선 안규백 현 서울시당위원장을 전략 공천했습니다. 서양호 후보는 이 전략 공천에 희생된 사람입니다. 서 후보는 최고위 회의 자리에 난입하여 ‘도둑맞은 경선’이라고 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전략 공천의 불합리함을 잘 아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서양호 후보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중구에서 전략공천의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8명의 경선을 도둑질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중구의 예비후보들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캠프에 가담했을 때, 어떤 사람이 김태균 후보한테 서양호 후보의 정체를 알리자고 권유했습니다.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을 시작하자는 건데요. 그러나 김태균 후보는 당당하게 경쟁하고자 했습니다. 경선에서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고, ‘나는 경선을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서 후보의 행태는 밉지만 경선에서 이겨 본선 후보가 되면 이 사람마저 안고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후보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굳이 무리하지 말자고 건의했고, 후보는 제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이제와 뒤늦게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 경험 없는 제가 후보의 선거를 망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저를 더욱 괴롭게 했던 것은 제가 열심히 글을 쓰고, 언론사를 섭외해서 후보를 알리며, 캠프 정책팀에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광고를 하고, 후보가 열심히 명함을 나눠주면서 다녔던 그 피나는 노력이 하루아침에 헛수고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날 후보가 저한테 한숨을 쉬더군요.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의원들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괜히 바닥으로 다녔다 보다.
그러게 말입니다. 열심히 하면 뭐합니까. 후보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 뭘 하고, 제가 열심히 글을 쓰면 뭐합니까. 민심은 인터넷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안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민주당의 소수 결정권자에게 있었을 뿐입니다.
그들은 전략공천을 받고는 8명의 후보들과 지역의 민주당원, 유권자의 반발을 두려워하며, 이 반발의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면서 현재까지 한 마디도 못 하고 있는 철새 정치인 서양호 후보한테 민심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략공천이란 게 무엇입니까? 지역후보들에게 본선경쟁력이 없거나, 품행에 문제가 있거나, 소속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 의심되는 경우, 당 내부나 외부의 명망 있고 유력한 인사를 공천하는 것입니다. 과연 중구의 8명 예비후보에게 이와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서양호 후보가 나머지 후보에 비해 본선경쟁력이 있고, 품행이 방정 하며, 당에 대한 소속감이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살펴보셨듯이 결포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신포서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저는 신포서처럼 후보에게 충성할 생각이 없고, 그럴 만큼의 의리를 지킬 친분도 없습니다. 다만 후보의 소탈한 인품과 지역에서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꿈을 펼쳐보겠다는 의지에 마음이 움직여 제 발로 걸어와 캠프에 몸담고 있습니다.
신포서는 초나라의 멸망을 막은 이후 줄곧 벼슬을 했지만, 저는 자원봉사자로서 후보가 성공을 하건 실패를 하건 선거 이후엔 후보의 곁에 머물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저는 신포서가 7일 낮 7일 밤을 통곡했던 그 절박한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절박한 마음을 담아 글을 쓸 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포서는 저보다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포서는 호소할 곳이라도 있었고, 끝내 일을 성공시켰습니다. 저는 그간 어디 호소할 데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 지면을 얻었습니다만, 저 한 명이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현재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민주당 최고위의 결정을 번복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고 짐작하기에 여러분께 글월로 호소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진나라 왕이 되어 전차 오백 대를 8명의 예비후보에게 빌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전차 오백 대, 대단한 거 아닙니다. 8명의 예비후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것이 바로 전차 오백 대입니다. 여러분이 함께 민주당에 항의해 주시고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해 주십시오.
7일 낮 7일 밤을 통곡했던 신포서의 마음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 서울 중구의 민주당 김태균 예비후보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재욱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