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말씀도 없이 나가 길을 잃을까봐 늘 잠가 놓습니다.”
지난 6월 26일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 노인요양원에 자원봉사자로 간 첫날, 건물입구의 녹색 반투명 유리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밀어도 보고 두드려도 보다가 빨간 버튼을 발견하고 눌렀더니, 40대로 보이는 남자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배회증상을 보이는 치매노인들은 요양보호사가 한 눈을 판 사이에 밖으로 나가버리곤 하는데, 얼마 전에도 이곳 60대 남성 환자가 2킬로미터(km) 떨어진 공단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직원이 찾아낸 일이 있다고 한다. 모두가 가슴을 졸였던 그날 이후 직원들은 ‘문단속’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빨간 벽돌로 된 3층짜리 요양원 건물은 잔디밭을 “ㄱ자‘ 형태로 감싸고 있었다. 잔디밭 한 구석에 있는 오두막까지 건물과 조화를 이뤄 아늑해 보였다. 하지만 요양원 건물 안은 바깥 풍경과 사뭇 달랐다. 볕이 쨍쨍한 날이었지만 빛이 들어올 창문 하나 없이 침침한 복도를 형광등 몇 개가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 두 명은 벽을 보고 정물처럼 앉아 있고 치매인 듯한 70대 여성 노인은 바닥에 엎드린 채 연신 걸레질을 했다. 노인들끼리는 아무 대화가 없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휠체어에 앉은 여성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 사회복지법인이 지난 2002년 설립한 이 요양원은 2006년 정부가 지정하는 장기요양기관으로 선정됐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해 등급판정을 받으면 월 시설이용비의 20%만 부담하고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 현재 요양 중인 노인은 총 61명. 대부분 80세 이상 고령으로 치매나 중풍, 파킨슨 같은 노인성질환 환자다. 절반 가까이 기초생활수급자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이 없는 무연고 노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부담금 48만원을 지자체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무료로 생활한다.
이들을 네 개 팀으로 나누어 요양보호사 25명이 돌본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하자 30대로 보이는 사회복지사(여)가 신기한 듯 쳐다봤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실습하러 오거나, 중고등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는 있지만 자발적인 봉사자가 혼자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는 기자를 3팀에 배치했다. 3팀은 중풍 등으로 침대에서 생활하는 와상환자 없이 치매환자만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힘든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 심심하지 않게 말벗을 해드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2층으로 안내했다. 경증부터 중증치매까지 정도가 다 다른 할아버지 6명과 할머니 9명이 지내는 3팀에서 3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함께 생활했다.
쉴 틈 없는 요양보호사, 하루 종일 무료한 노인들
“정말 환영합니다.”
자원봉사자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중년의 요양보호사 김현숙(여·가명)씨가 크게 반겼다. 8년차 ‘베테랑’인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목욕케어’를 하던 중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김씨는 복도와 방을 청소해달라며 대형 진공청소기를 맡기고 바쁘게 욕실로 돌아갔다.
진공청소기를 밀며 첫 번째 방에 들어가자 목욕을 마친 한 남성 노인이 기저귀만 찬 채로 앉아있었다. 70대로 추정되는 이 노인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벽을 보고 있었다. 옆에는 그보다 10살 정도 젊어 보이는 또 다른 남성 노인이 순서를 기다리며 누워있었다. 키 160cm남짓에 왜소한 체격의 이 노인은 다운증후군 장애인인 동시에 치매환자였다. 흰색 환자복을 입은 그는 불편한 몸을 어색하게 움직이며 입으로는 ‘두두두두…’ 하고 소리를 냈다.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지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3팀의 요양보호사는 총 5명. 야간 근무자와 휴무자를 빼면 보통 3명이 근무한다. 한 사람이 노인 5명을 돌본다. 오전 8시에 출근하는 주간팀은 퇴근시간인 오후5시까지 쉴 틈이 없다. 본인이 담당하는 노인의 하루 세끼를 Mobiilin erikoisuus on, etta kaikki pelit toimivat automaattisesti kokoruudussa ja nappeja tappailaan sormilla, mika tuo pelit itse asiassa lahemmakin perinteista pelikonetta kuin tietokoneen ruudulla hiirella naksuttelua. 챙기는 것부터 간식, 빨래, 옷 정리, 세면, 기저귀케어까지 거의 모든 수발을 든다. 야간에는 두 명이 남아 이불을 깔아주는 등 노인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 돕는다. 할 일이 많다보니 가장 중시되는 것은 ‘효율’이다. 노인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돌볼 여력이 없다. 가끔씩 병실에서 요양보호사를 찾는 초인종이 울리면 미간을 찌푸리기도 한다.
바쁜 요양보호사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기 미안한 노인들은 조용히 자원봉사자를 부른다. 손톱깎이를 들고 온 한 여성 노인은 “자주 깎지 못하니 바짝 잘라 달라”고 요구했다. 아플까봐 조심스럽게 깎는 게 답답했는지 손톱깎이가 손톱 밑으로 깊숙이 들어가도록 잡아당기기도 했다.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유일한 군것질거리인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 심부름, 개인 물병에 물을 채우는 것 등을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했다.
요양보호사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동안 노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하루의 대부분을 복도에 있는 3인용 나무소파에 앉아 있는데 이따금씩 요양보호사가 농담을 건넬 뿐, 노인들은 말 한마디 없이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중증치매환자인 최옥희(98·가명)할머니는 워낙 고령이고 거동이 힘들어 식사 시간을 빼고는 온종일 누워 지낸다. 식사시중을 들다 음식물을 닦아주려고 그의 팔을 잡았을 때 바람이 다 빠진 고무풍선 같은 피부 촉감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가끔 “사탕주세요”하고 조를 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1938년생인 김치숙(가명)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백내장을 앓고 있는 눈은 초점이 없고, 치아는 아랫니 하나만 남고 모두 빠진 상태다. 흰죽에 잘게 갈려나온 반찬을 섞어서 한 숟갈씩 떠드리면 아무 반응 없이 받아 넘긴다. “맛있으세요?”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다. 밥 한 공기 분량의 식사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십 여분. 그리고는 다시 누워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배변 실수 꾸지람에 토라지고, 바깥 공기 그리워 해
이곳에서 노인을 부르는 공식 호칭은 ‘어르신’이다. 더욱 친근한 ‘엄마’ ‘아부지’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엄마, 이거 드셔보셔” “아부지, 옷 갈아입자” 모두 여성인 이곳 요양보호사들은 담당하고 있는 노인을 딸처럼 챙긴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단정하게 매만져주고, 머리도 직접 빗겨준다.
하지만 바쁜 상황에서 노인이 ‘사고’를 치면 친근함이 무례함으로 바뀌기도 한다. “어디서 냄새나는데?” “또 똥 쌌어?” “엄마 때문에 내가 못살아” 등 짜증 섞인 반말로 아이 다루듯 노인을 혼낸다. 기분이 상한 노인은 자원봉사자 옆으로 와서 조용히 입술을 삐죽인다.
반대로 치매노인들은 요양보호사를 의심한다.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빨래를 개고 있을 때 김복녀(76·가명)할머니가 다가와 “며느리가 사 준 옷 내놓으라”고 채근했다. 푸근한 인상의 담당 요양보호사는 “익숙한 일”이라며 헛헛하게 웃었다.
치매환자의 특징인 의심과 돈에 대한 집착은 요양보호사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본인 소지품을 요양보호사가 훔쳐갔다며 고함을 치기도 하고, 모아둔 돈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속옷, 개인수건, 간식으로 지급된 빵 등을 베개 밑에 숨겨 두는 경우도 많다. 세탁을 위해 옷 따위를 걷어 가는 것을 훔쳐간다고 생각한다. “깨끗하게 세탁해서 다시 드리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들은 커피 한잔을 마실 때도 별도의 방이나 칸막이 뒤로 가는 경우가 많다. “간식을 자기들끼리만 먹는다”고 의심하는 노인들의 눈 때문이다.
오후 1시 반. 체조시간에는 같은 층을 쓰고 있는 3팀과 4팀 노인들이 로비에 모여 텔레비전 속 비디오영상을 따라한다. 2층에서 생활하는 26명 중 거동이 힘든 노인을 빼고 15명이 참여했다. 무릎이 안 좋은 노인들을 고려해 앉아서 할 수 있는 동작으로만 체조가 구성됐다. 손깍지를 낀 상태에서 팔을 머리 위로 쭉 뻗거나, 목을 돌리는 등 쉬운 동작들이다. 하지만 성실하게 참여하는 노인은 세 명 뿐이었다. 조금씩 따라하다 그만두거나, 아예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약 20분 동안 체조를 한 후에는 ‘네박자’, ‘짠짠짠’ 같은 대중가요에 맞춰 건강박수를 친다. 손가락을 쫙 펴고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치고, 주먹을 쥐었다 펴는 등 손을 자극해 인지재활을 돕는 시간이다. 대중가요가 나오자 분위기가 조금 상기됐다. 체조보다 더 쉬운 동작이라 따라하는 노인이 늘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체조시간 내내 끝까지 성실히 따라한 노인은 단 한명 뿐이었다.
노인들은 실내에서 하는 체조보다 밖으로 나가기를 원했다. 체조하러 가자고 하면 “운동하면 오히려 팔이 아프다”며 인상을 썼다.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말하는 요양보호사를 피해 자원봉사자의 팔을 붙잡고 밖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모든 출입문과 엘리베이터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어서 요양보호사 도움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들의 산책로는 건물 앞 잔디밭이다.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협소한 공간이다. 정사각형 잔디밭 가장자리를 따라 트랙이 있는데, 한 폭의 길이는 보통 걸음걸이로 스무 걸음 정도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 바퀴를 도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실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잔디밭 밖으로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용케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대중교통수단도 없는 공단지역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곤 한가득 짐을 실은 화물차뿐이다. 잔디밭 한 구석의 오두막 아래에 휠체어를 세워두고 이십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산책의 전부다.
2006년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노인복지시설 인권보호 및 안전관리지침’에는 ‘잔존능력 유지를 위한 전문적 수발과 서비스’, 그리고 ‘노인의 개별적 욕구와 선호, 기능상태를 고려한 개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자유로운 외출, 외박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외출과 외박을 ‘최소화’ 하는 게 대부분이다.
단비뉴스 손지은, 강태영, 유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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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서평 1: [책과 삶]신문전공 대학원생들의 기획취재, 농촌 노인들의 ‘참담한’실상
참조 서평 2: 가난하고 쓸쓸한 노인 목소리에 귀기울인 청년들
참조 서평 3: 궁핍하게 사는 노인들의 고단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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