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내에 다 먹으면 공짜로 식당을 떠나셔도 됩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혹은 SNS에서 엄청난 크기의 음식을 보며, 그리고 그 그릇을 제한 시간 내에 깡그리 비우는 사람을 보며 경외감을 느낀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라고 생각하면서. 흔하진 않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얼굴 크기의 돈가스나 내 팔뚝 크기의 햄버거가 있다면 어떨까? 다 먹을 수는 있을까? 이런 류의 상상 말이다.
그런데 이런 도전 음식 속에는 꽤 치밀한 넛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는 왜 먹지도 못할 음식을 먹으러 굳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일까? 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것은 사람의 모험심에서 비롯된 기질인가? 지금부터 그 비밀을 조금씩 파헤쳐 보자.
우리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질 때, 드라마는 최대한 극적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어딘가에서 서로 대화를 하다가 자석처럼 이끌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행복하게, 그리고 나눌 수 있는 사랑을 나누며 연인이 된다. 우리는 그런 극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드라마 같은 사랑’이라고 하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할 때, 자기 자신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이야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우리는 최대한 극적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적어도 우리 생각에선 말이다.
인간은 이처럼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실제로 가진 능력보다 자신을 더 높게 평가한다.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부정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에 대해 우리의 능력보단 타인의 탓이나 환경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학교에서 낸 과제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무리하는 기간을 산정할 때를 생각해 보자. 혹시 가진 능력을 높게 평가해 업무 기간을 설정해놓고 실제로는 내가 설정한 업무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적은 없는가? 1달 걸릴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1달 반이 걸리는 일이었던 적은 꽤 있을 것이다.
이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 엄청난 크기의 음식을 먹을 능력조차 되지 않으면서 저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절대 저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먹더라도 제한시간 내에 다 먹지 못한다.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다. 결국 우리가 만약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에 동의하고 도전에 임한다는 것은 지극히 확률이 낮은 제비뽑기를 뽑고 ‘내가 당첨자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같다.
공짜에 눈이 돌아가는 사람들
물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높게 생각하지만, 단순히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선택하게 만드는 심리는 사실 ‘공짜’라는 보상물에 있다. 즉 이 전략의 핵심은 ‘과대평가’ 보다 ‘공짜’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공짜에 취약한가?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려할 비용, 즉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하지 않아 굳이 결정을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짜라는 말이 소비자로 하여금 기분 좋은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합리적으로 이익과 비용을 잘 따진다고들 하지만 실은 이런 이득과 비용 분석 자체는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공짜는 그렇지가 않다. 그저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기분이 좋을 뿐이기 때문에 인간은 공짜에 끌려가게 마련이다.
이미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상태에서 ‘공짜’라는 가장 좋은 보상을 얻는다면 도전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도전 실패하더라도 단지 음식값만 내면 되니까 도전자 입장에서는 전혀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전에 실패하는 순간 소비하는 것이 분명한 마당에도 말이다.
결국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공짜’라는 말은 더 많은 사람이 도전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공짜’라는 보상을 거는 것이다. 식당의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도전할수록 이득이다. 미션을 완수하면 보상이 바로 지급되니 우리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성공확률이 낮지 않지만 극악무도한 실패확률보다는 나도 모르는 성공확률에 기대는 것이다.
자기 과대평가와 공짜의 시너지
자기 과대평가와 공짜가 합쳐지면? 더 많은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도전 음식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볼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평가와 공짜 마케팅이라는 부분이 합쳐졌을 때 얼마나 큰 파괴력이 생기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그 보상물이 ‘공짜’일 때 다른 상황보다 참여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로써 사람들이 ‘비용’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스트레스라고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결국 비용을 최소화하는 쪽에 더 끌리고, 그쪽으로 행동한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