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2일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남성 2명이 느닷없이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스타벅스 직원이 주문을 하지 않고 앉은 흑인 남성 2명을 “남자들 2명이 말썽을 부리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해서 생긴 일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는 흑인들의 모습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LA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남성이 화장실 사용을 거절당하는 동영상이 또 공개되고 스타벅스의 인종차별에 사회적 분노가 형성되었다. CEO 케빈 존스 회장은 필라텔피아로 날아가 연행되었던 흑인 남성들에게 사과하고 관련된 직원을 해고 조치했다. 스타벅스는 5월 29일 미국 8,000여 개 모든 매장 문을 닫고 교육하기로 했다.
스타벅스의 인종차별은 갑자기 터진 문제가 아니다. 2015년 스타벅스는 전 매장의 컵에 “인종과 함께(Race Together)”라고 새겨 넣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매장에서 커피만 주문하고 나가 버리는 것을 막자고 인종 관련 대화를 나누게 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더구나 곧이어 있을 주주총회에서 흑인표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때 스타벅스는 인종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진정성 없이 전략과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이번 교육은 ‘인종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평일 오후 시간에 영업을 못하므로 100억 정도의 비용 손실을 감수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10년 전 2008년 2월 26일 미국 스타벅스 7,100여 개 모든 매장 문을 닫은 전력이 있다.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 등 최악의 상황을 맞다가 그해 1월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한 직후다. 미국 스타벅스 전 직원 13만 5,00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고 이것은 매출 600만 달러(한화 70억 원)를 기꺼이 포기하는 조치였다.
당시 스타벅스는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3시간 30분간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스타벅스의 핵심가치를 복원하자’는 모토를 내걸고 ‘완벽한 맛과 향의 에스프레소를 살리고 최고의 고객 서비스’ 교육을 열었다. 이후 전 세계 1만 6,000여 개 매장 중 부실 매장을 과감히 정리했는데도 현재 2만 8,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초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10년이 흐른 지금, 스타벅스는 다시 자신들의 가치와 정신을 돌아보고 결심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시간을 가진다.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스타벅스 핵심가치’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 신념으로 내재화하겠다는 것이다. 10년 전은 ‘커피맛’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인종을 포함한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고객 서비스’가 중심이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2만 8,000여 개 매장에 수십만 명의 직원이 일한다. 어디서 뭔 일이 터져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가 망가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가 터지지 전에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교육하고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경영의 화두를 말한다면 ‘속도’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특히 사람들의 생각의 속도가 빠르다. 이유도 모른 채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의 외면 받고 고객이 떠난다. 원인 분석 후 대응하려고 치면 이미 게임 아웃인 경우도 많다.
우리 회사에도 모든 직원이 반드시 내재화 해야 하는 가치관과 지켜야 할 조직문화가 있다. 경영진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때, 우리 회사가 아니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나 임원과 리더의 ‘직원 존중’과 ‘세대 차이’가 긴급하다. 늦기 전에 전부 불러 모아 똑같이 교육하고 각성하게 해야 한다.
원문: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