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 들어가면 가장 많이 보인 광고가 바로 ‘유튜브 레드(Youtube Red)’입니다. 유튜브는 유튜브 레드의 사용 경험을 알리기 위해 무료 사용권을 배포했고 전 막차(!)에 올라탔습니다. 유튜브 레드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뉴질랜드, 대한민국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유료 스트리밍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입니다.
가입하면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선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광고를 최소 5초 이상 봐야 스킵이 가능했지만, 유튜브 레드 사용자에게는 광고가 보이지 않으며 바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백그라운드 재생’ 이 가능합니다. 기존 유튜브는 영상 화면을 이탈하면 자연스럽게 영상과 오디오가 함께 끊겼는데 백그라운드 재생이 가능해지면서 계속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도 즐길 수 있으며, 유튜브 뮤직 앱(YT Music)을 다운받은 뒤 음악 서비스도 즐길 수 있습니다.
유튜브 레드는 현재 전 세계 5개국에만 서비스되는데 우리나라가 바로 그중 하나입니다. 2017년 10월 28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5번째 국가로 우리나라에서 2017년 12월 6일에 출시되었습니다. 일본, 대만 등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서비스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리코드 코드 컨퍼런스에서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는 유튜브 레드 출시 국가를 100여 개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멤버십 가입자를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저는 유튜브 레드 무료 이용권 이벤트 마감을 며칠 앞두고서야 가입해보았습니다. 사실 큰 관심 없지만 주변 친구 중 유튜브 레드를 이용하는 친구가 1-2명씩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이 서비스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주변에서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이 체감될 정도라면, 분명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직접 사용해보면서 어떤 포인트가 유튜브 레드의 매력인지 살펴보고자 했고, 가장 많이 무언가를 듣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튜브 레드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과 왜 점점 유튜브 레드로 무언가를 듣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유튜브가 ‘오디오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다
유튜브는 모든 분이 잘 알다시피 ‘글로벌 영상 플랫폼’입니다. 세계 각국의 영상이 유튜브 안으로 들어오고 독점적 영상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며 전 세계 영상 콘텐츠를 그야말로 모조리 긁어갑니다. 포춘로드(fortunelords)에 따르면 1분마다 3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영상을 찾을 때 유튜브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유튜브로 향하며, 유튜브에 없다면 온라인에 없는 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의 이렇게 막대한 영상 포맷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2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화면으로 보이는 ‘비디오’, 그리고 비디오와 함께 믹싱된 ‘오디오’입니다. 모든 영상마다 고유의 오디오도 함께 들어간 셈입니다. 그렇기에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비디오 플랫폼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디오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물론 비디오가 메인이며 오디오는 비디오를 더 효과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조연 역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튜브 레드를 사용하면서 영상의 ‘오디오’만으로도 충분히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상이라는 오디오 윗 레벨의 콘텐츠가 모여드는 플랫폼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의 구성인 ‘오디오’를 활용한 별도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BM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유튜브의 BM을 보면서 놀라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들은 창작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자 수익 창출을 위해 ‘영상 광고’를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벌었습니다. 구글에 의하면 유튜브로 인해 한 해 벌어들이는 공식적인 수익은 무려 40억 달러, 한화로 계산하면 4조 3,000억 원에 달합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1.5배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합니다.
이렇게 영상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유튜브는 이제 역으로 영상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상품(유튜브 레드)를 만들면서 또 다른 수익을 거둡니다. 게다가 영상의 부가 요소인 ‘오디오’만을 추출해서 제공하는 새로운 유료 서비스를 만들면서 콘텐츠의 멀티 유즈를 강화합니다.
‘비공식’ 음악 콘텐츠가 파워를 가지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멜론, 벅스 등과 같은 음악 서비스를 통해서 음악을 즐깁니다. 이런 음악 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정식적으로 발매된 음원입니다. 음반마다 발매사가 별도로 있고, 정식적으로 유통된 음원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렇기에 비공식적인 음악 콘텐츠는 사실상 음악 서비스에서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유튜브 뮤직은 ‘비공식’이 주류입니다. 물론 각 아티스트의 공식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서 일반적인 음악 서비스가 제공하는 음악도 들을 수 있지만, 제가 더 자주 듣는 건 일반적인 음악 서비스에는 없던 ‘비공식 콘텐츠’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일반인이 부르는 버스킹 영상을 보고 빠졌습니다. 노래 원곡도 물론 좋지만 이분이 부른 노래도 음악처럼 계속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멜론이나 벅스와 같은 음악 서비스에는 이 음원이 없습니다. 제작사와 음반 발매사, 유통사를 거치고 만든 공식적인 음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버스킹 영상을 계속 틀어놓는 식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영상이 끝나면 ‘다시 재생하기’ 버튼을 누르며 자체적으로 반복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런 ‘비공식 음원’을 일반적인 ‘음악’처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그라운드 재생과 더불어 반복 재생이 가능해 영상 속의 음악을 ‘진짜 음악’처럼 듣게 된 것입니다.
이는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제작사와 유통사가 음원의 유통 과정에 없습니다. 창작자와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창작자는 자신의 노래를 유튜브에 올리고, 사용자는 이 영상을 마치 음원처럼 듣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레드를 이용하면서 내는 멤버십 비용의 일부가 창작자의 수익으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정산 내역을 보면 ‘유튜브 레드 수입 항목’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 유튜브는 창작자가 영상뿐 아니라 음악 콘텐츠도 업로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오디오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굳이 기획사, 음반 제작사, 음반 발매사가 없어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음원을 공개할 수 있고 음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음원 같은 소비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팬 메이드 콘텐츠가 독보적인 큐레이션으로
유튜브에서 계속 무언가를 듣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재생목록’을 통한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재생목록이 공개됩니다. 사용자가 재생목록을 만들면 이 플레이 리스트를 공개할지, 비공개할지 선택할 수 있는데 공개하면 제가 만든 재생목록이 다른 사용자의 검색을 통해 열람됩니다.
특히 뮤지션의 경우에는 뮤지션을 더 많은 사람에게 홍보하고자 하는뮤지션 팬들이 만든 재생목록이 많은데요. 이 재생목록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진정한 팬만이 만들 수 있는 재생목록이라는 점입니다.
멜론이나 벅스 등에서도 가수 아이유의 노래는 들을 수 있습니다. 앨범별로 들을 수 있고, 앨범에 수록된 노래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유가 부른 다른 가수 노래’ 같은 큐레이션은 멜론이나 벅스 등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수천 팀의 뮤지션을 다루는 서비스 운영 측에서는 비공식 음원까지 갖추며 한 뮤지션을 대상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뮤직에서는 서비스 주체가 아닌 ‘팬’에게 큐레이션을 맡깁니다. 아이유 팬은 자신이 듣고 싶어서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재생목록을 만들고 이를 공개하면서 다른 뮤직서비스에서는 없는 독보적인 큐레이션을 갖춘 것입니다. 그 밖에도 유튜브 뮤직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던 재생목록은 다양했습니다.
- 방탄소년단 피아노곡: 방탄소년단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한 동영상 및 오디오를 모아놓은 재생목록
- 트와이스 발라드 모음: 트와이스의 모든 발매 음악 중 발라드 노래만 모아놓은 재생목록
- 마마무 노래방 노래 모음: 마마무의 노래방 MR을 모아놓은 재생목록
- EXO OST 모음: EXO 멤버가 부른 드라마&영화 OST를 모아놓은 재생목록
이와 같이 팬 메이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독보적인 콘텐츠가 되면서 유튜브 뮤직의 매력을 높여주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일반적인 뮤직 서비스의 큐레이션 주체는 대부분 운영 측입니다. 그리고 팬들이 DJ처럼 나서서 큐레이션을 한다고 해도 정식으로 출시된 음원으로만 구성할 수 있기에 유튜브 뮤직보다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팬에게 콘텐츠 구성권을 넘긴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팬은 뮤지션에 관해 해박한 지식과 히스토리가 있기에 뮤지션에게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잘 알고 이를 묶어서 보여줄 방법도 잘 압니다. 큐레이션의 주체를 서비스에서 사용자로 넘기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큐레이션 콘텐츠를 갖게 된 셈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비공식 콘텐츠를 음악 콘텐츠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직 스테이션’이 가지는 막강한 힘
유튜브 뮤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뮤직 스테이션’입니다. 유튜브의 뮤직 스테이션은 크게 2가지 기능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라디오처럼 24시간 무한 재생 가능한 ‘내 뮤직 스테이션’ ‘끝없이 계속되는 맞춤 음악’ 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만들어놓은 플레이 리스트 기반으로 노래가 재생되긴 하지만 1) 새로운 노래를 발견하고 싶거나, 2) 재생될 노래를 선택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재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만족시켜주는 기능이 바로 ‘뮤직 스테이션’ 입니다. 유튜브에서 본 영상, 그리고 들었던 음악 히스토리를 토대로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끊김 없이 계속 내 취향의 노래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 재생할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능동적 행위 없이 자동으로 계속 들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슷한 노래를 찾아주는 기능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영화의 느낌이 강한 OST 노래를 선택했다면 그 노래와 비슷한 결의 노래를 자동으로 찾아주고 리스트를 만들어줍니다. 어떤 곡이든 곡 기준으로 뮤직 스테이션을 만들면 그 곡과 비슷한 노래를 찾아주는 셈입니다. 이 역시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계속 추천해주는 기능으로, 비슷한 노래를 발견하는 재미를 사용자가 느끼게 해주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마치며
2주 동안 유튜브 레드를 사용해보고 기존의 뮤직 서비스를 해지했습니다.
- 음악 서비스를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음원을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고
- 거기에 부가적으로 더 많은 ‘비공식 음원’을 들을 수 있으며
- 팬들이 만든 재생목록으로 뮤지션에 대해 더 깊이 알고
- 뮤직 스테이션으로 좋은 노래를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며
-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팟캐스트처럼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고자 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음질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디오 품질보다는 영상 품질을 더 중요시되면서 오디오 품질이 평균 이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상마다 오디오 볼륨 차이가 커서 어떤 음악을 들을 때는 볼륨을 높였다가 어떤 음악을 들을 때는 볼륨을 낮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오디오 품질을 따지기보다 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맘이 훨씬 크기에 유튜브 레드를 음악 서비스의 대안 서비스로 꼽고 이용합니다. 고도화된 AI 기술을 통해 음악을 추천해주고 자동으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주는 기술력이 접목될 뿐 아니라 기존의 동영상에서 오디오만 들어도 충분한 콘텐츠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상 플랫폼을 넘어 오디오 플랫폼에도 도전하는 유튜브. 어쩌면 앞으로 팟캐스트류 오디오 콘텐츠의 유튜브 업로드가 의무 과정이 되고, 유튜브 레드 사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일부를 공유하는 흐름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