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 김도현(이하 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는데, 당시 BBK 동영상을 찾아낸 주역으로서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다.
김태균(중구청장 예비후보): 그때 동영상을 거래하자고 제안한 사람들이 파출소에 있었고, (당시) 한나라당 사람부터 우리 민주당 사람들까지 엉켜서 그 좁은 파출소에서 난리였다. 그때 박영선 의원님도 와 계셨는데, 처음 동영상을 보고 얘기를 하시는 게 “임팩트가 약하다”는 얘기였다,
김: 결정적인 증거로 삼기에?
김태균: 근데 어쩐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소란스러운 가운데, 나는 그 의자에 앉아서 그 친구들이 뭐라고 하나 들어봤었다. 어쩐지 영상이 더 있다는 그런 뉘앙스가 나오던 거다. 아, 이거구나. 그때 눈치를 챘다.
김: 한나라당 사람들 몰래 어떻게 접근을 했나?
김태균: 동영상 거래를 제안한 사람들이 마포경찰서로 이송이 됐는데,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장께서 저의 제안에 따라 그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당에서 무료 변론을 해줄 수 있다.”
김: 답장이 왔나?
김태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왔다. 기쁜 답장이었다. 화곡동 사무실에 나머지 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급히 달려가니 새벽 2시가 너머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니, 알고 보니 영상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거래를 제안하면서 돌린 영상은 ‘전반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김: 각하의 삶만큼이나 극적인 이야기다.
김태균: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그때가 대선 3일 전이었으니까. ‘후반부’ 영상의 팩트가 확산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김: BBK 동영상 건은 무척이나 아쉽지만, 민주당에서 30년간 계실 동안 언제나 필요한 일을 맡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캠프에서 상황실 부실장도 하셨고. 지난 문재인 캠프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셨나?
김태균: 지지난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8대 대선에는 국제파트를 맡으면서 세계 곳곳에 있는 교포들과 당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었다. 그리고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재외국민 선거 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담당하면서 재외국민 선거를 지원했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간판보다는 실무자의 길을 걸었던 것 같다.
김: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정치’라는 것은 명예욕이 큰데, 실무자의 길을 추구하시는 모습이 좀 낯설기도 하다. 그러면 정치는 왜 시작하신 건가?
김태균: 제가 원래 이과라 공대를 갔는데, 막상 다녀보니 별로 안 맞더라. 그때가 81년이었고, 전두환 정권의 암울한 분위기가 교정을 뒤덮고 있었다. 보고 있으니 화도 나고, 그렇게 학생 운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김: 공부도 하기 싫으셨고…
김태균: 아주 조금…
김: 거기서도 실무자의 역할이었나?
김태균: 아니다. 그때는 엄청 나댔다. 84년도 학생회 총무부장을 맡아서 각종 행사의 사회도 보고, 시위 때도 맨 앞에 있고 그랬다. 그래서 30대에 서울 중구 지구당 민원실장을 하고 있을 때 모든 선거의 연설을 다 도맡아 했던 것이다. 그런 부분을 옛날부터 봐오신 중구 주민들은 인정해 주신다.
김: 아니 이렇게 갑자기 선거 이야기로….
김태균: 마음이 급하다(웃음)
김: 알겠다. 선거 이야기를 해보자. 자라난 곳이 경기도이시더라. 솔직히 서울 중구랑 관련 없어 보인다.
김태균: 그렇지는 않다. 제가 정치 입문하고 93년도에 중구에 와서 민주당 중구지구당 민원실장으로 민원을 수천 건 처리했다.
김: 그냥 횟수로만 채운 거 아닌가?
김태균: 아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이혼상담 같은…
김: 이혼 상담도 민원이 들어오나…?
김태균: 말 그대로 민원이니까. 그럴 때는 변호사 도움을 받고, 법원에 내는 답변서도 제가 직접 써 드리기도 했다.
김: 생각보다 주민들의 삶과 깊게 관계하신 것 같다.
김태균: 중구 개발의 근간을 세운 일도 있다.
김: 선거가 급하다고 과장하시면 안 된다…
김태균: 진짜다. 고도제한으로 묶여 있던 중구를 98년경에 실무적으로 내가 풀었다.
김: 중구에 고도제한이 있나?
김태균: 크게 보면 남산 성곽 신라호텔 옆 아래쪽이 고도제한 때문에 집 짓기가 어렵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도 있고 남산 고도제한과도 관계가 있다.
김: 그쪽은 지금도 건물들이 낮던데
김태균: 그 당시는 더 심했다. 3층 이하로 짓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5층까지 완화하기 위해 서울시를 엄청 쫓아다녔다. 다행히 (당시) 조순 시장 및 서울시의회와의 관계 조건이 좋아서 해결할 수 있었다.
김: 중구와의 인연은 잘 들었다. 하지만 지금 중구청장님이 큰 실책은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정책’ 평가에서 무려 대통령상을 수상하셨고.
김태균: 하지만 지금 중구민들에게는 실제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애로사항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질문드리겠다. 구청장에게 당장 356억이 주어진다면 무엇에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가?
김: 구민의 문화나 복지향상…?
김태균: 다들 그런 답변을 할 것이다. 적어도 ‘박정희역사문화공원’을 추진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도 국비 지원도 없이, 순수하게 중구 예산만 들이는 일이라면 더더욱.
김: 정부에서도 반대했다는 그 공원 말인가 (…)
김태균: 맞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을 인용하자면 “경제가 어려운데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구 예산으로 모든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면서 재차 사업추진을 하고 있다.
김: 하지만 ‘공원’이 생기는 일은 나쁠 것이 없지 않나?
김태균: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의 예를 들어 보자. 더 큰 문제는 운영비다. 연 4~50억 소요된다. 중구 예산의 1퍼센트에 해당이 된다.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지속적 지출이 예상되는 사업을 추진한 것은 문제가 있다.
김: 말씀을 듣다 보니 ‘중구’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좀 애매한 것 같다. 유동인구가 1일 300만에, 사업체만 6만 개가 넘는데 거기에서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숫자는 커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울 중구민’들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건가?
김태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중구를 ‘사용’하면서 왜 중구에 살지 않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회현동, 필동, 장충동, 다산동 일대 주거환경이 굉장히 나쁘기 때문이다. 시내 쪽도 마찬가지다. 옛날 건물에 손도 못 대고 남겨진 것이 많다.
그러니 주거환경이 나쁘고, 자연히 교육의 수준이 나쁘다. 예시로, 중구에는 인문계 여고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은 학교 문제로 중구를 떠난다. 그러니 당연히 중구가 동력을 잃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중구를 ‘사용’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김: 비판 말고 해결책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
김태균: 우선 남산 고도제한을 손대야 한다. 남산은 서울의 가장 중요한 관광 명소 중 하나이기에 스카이라인의 유지나 경관의 보호 필요성까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남산은 중구만의 남산이 아니라 서울의 남산, 대한민국의 남산이지 않은가? 중구민들만의 부담이 지속되는 것은 가혹하다.
물론 전면적인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분석으로 고도 제한지구를 세분화하여 봐야 한다. 지금은 크게 네 군데로 나뉘어 있는데, 이것을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세분화하는 일이 급하다. 또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책도 필요하다.
김: 고도제한은 중구만의 것이 아니지만, 교육은 중구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김태균: 중구에 초등학교 교실이 412개 정도 있다. 그런데 사용하는 교실은 고작 209개다. 거의 반이 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고 초등학교를 통폐합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활용방안은 찾아야한다. 교육수준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현행법상 방과후 학교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 너무 익숙한 정책 아닌가?
김태균: 학원을 유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방과후 학교에 고급 강사진들을 초빙하여, 중구 학생들이 강남 학원에 안 가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물론 그 성과가 나는 것이 더 중요하겠으나, 일단 중구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학부모들이 교육 부분에서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가고 싶다.
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언제나 돈이 문제 아니겠는가.
김태균: 국가 및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
김: 어떤 명분인가.
김태균: 중구 예산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는 인구 30만 자치단체와 비슷한 정도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걸 의미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공무원을 유지해야 하는가? 왜냐하면, 행정수요가 많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김: 행정 수요?
김태균: 관광객, 쇼핑객, 직장인 등 1일 300만의 엄청난 유동인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숫자다. 그리고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복지나 교육 예산 비율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예산 비율이 50% 넘는 자치구도 있는데 중구는 고작 31%다. 교육예산 또한 중구는 2%가 채 안 된다. 그동안 중구가 희생을 감당해온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이런 희생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되어야 한다.
김: 하지만 세상에 명분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김태균: 알고 있다. 그래서 제가 진행하는 계획은 모두 예산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이를테면, 중학생 신입생들에게 무상교복을 다 준다 해도 2억 1천이면 된다.
김: 예산 치고는 생각보다 적다는 생각이 든다
김태균: 이유는 단순하다. 신입생이 700명이다. 출산 장려금도 첫아이에게 100만원을 줘도 7억이면 된다. 자치단체의 기본이 되는 어린 인구가 이 만큼이나 없다. 다른 지역을 보면 결국 재원이 부족해서 좌초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구와 같은 경우는 그럴 일이 없다. 도리어 이제야 해야 할 것들을 하는 것에 가깝다.
김: 좋은 말씀 잘 들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중구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고 알고 있다.
김태균: 우리 중구 정치가 민주당 입장에서 아픈 곳이었다. 구청장 선거 5번 동안 계속 지고, 국회의원 선거가 성적도 좋지 않다.
김: 이유가 궁금하다.
김태균: 그 많은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가 지금 중구에 없다. 다 외부 사람들인 것이다. 잘 되면 권력을 잡고 안 되면 다 떠나고. 결국, 당의 자산이 사라지고 남은 당원들은 설움이 컸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걸 깨트리고 승리를 한다면 그동안의 산고를 통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정치를 선보일 기대를 갖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김: 그렇다면 구청장이 된 후 임기를 마치고도 중구에 남아 계실 것인가.
김태균: 그럴 마음이다.
김: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다. 정말인가.
김태균: 진짜다. 언제든 소시민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있고. 이 자리는 꼭 내가 해야 되는 자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넓게 말하면,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 선출직은 절대 개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문화, 행정 모든 것이 변화하는 것을 봤다. 마찬가지로, 유권자들도 이제 인물을 볼 때 과거의 화려한 경력이나 인지도보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볼 것이다. 실제로 이런 쪽으로 많이 봐주시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그 다음을 위해 무슨 큰 업적을 쌓기보다는 구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치중하려 한다. 굳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가깝게 소통하는 구청장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해로 내려갔던 것처럼 그런 것과 같은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다.
김: 선거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시더라도 그 마음을 유지하실 예정인가?
김태균: 당연하다. 가장 가깝게는 예비후보로 나온 분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하나의 팀으로 가는 게 매우 중요하고, 민주당의 승리에 힘을 보태야 할 책임이 있겠다. 그리고 선거 뒤에도 구청장의 신분은 아니지만, 중구 구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김: 말씀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이 있다면?
김태균: 중앙당 당직자가 구청장, 국회의원 경선에 나선 선례가 없었다. 저 자신도 지금까지는 중앙당에서 실무 역할을 쭉 했었던 사람이고, 이런 사람들에겐 그렇게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고, 그간 발로 뛴 경험들을 중구에서 최선을 다해 발휘하고 싶다. 민주당 30년, 그중에서 중구에서 25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실전에서 보여드리겠다.
데이터 시각화로 알아보는 ‘서울 중구’
“해당 기사에 사용된 데이터 시각화는 뉴스젤리의 시각화 솔루션 DAISY를 이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