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자존감은 안녕하신지요? 만약 제 글을 구독하고, 제목에 끌려 들어왔고, 자존감 관련 글을 꾸준히 읽는다면 자존감이 높지 않으실 수도 있겠네요. 자기 자존감이 충분히 높다고 판단했다면 이 글을 그다지 흥미로운 주제는 아닐 테니까요.
여러분이 이런 글을 읽는다면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 ‘자존감 높이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한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번 자존감 관련 글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각종 치유 서적은 최근 몇 년째 계속 잘 팔리니까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여러분의 여러 노력이 왜 무위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람마다 자존감에 대한 정의도, 이를 회복하는 방법도 다르겠지만 저는 크게 자존감 회복의 3단계를 거쳐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1단계: 과거에 겪은 상처 회복하기
- 2단계: 자존감 지식 및 향상 기술 배우기
- 3단계: 실천을 통한 현실 바꾸기
순서는 바뀔 수 있겠지만, 각각의 단계를 충분히 밟을수록 여러분의 자존감은 본인이 체감할 수 있게 향상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겪은 상처 회복하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존감 회복의 방식은 위에서 말한 2단계, 즉 ‘자존감 지식 및 향상 기술 배우기’에 치중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서적을 보고, 강의를 듣고, 모임에 참여하죠. 그러나 지식적·기술적인 측면은 1단계와 그 후의 3단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아 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를 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멋진 말이고 자존감 회복에 있어서 필수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겪은 상처 회복하기’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실수투성이에 보잘것없는 ‘나’의 인식이 자리 잡은 내가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과거 유년시절에 여러 경험을 겪은 ‘나’의 재인식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이 과거를 들추어내기조차 쉽지 않아 그저 ‘덮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현재만 달라지면 된다고 믿는 부류도 있겠지요. 물론 상처를 끌어내고 회복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때의 슬픈 감정을 다시 느껴야 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나를 다시 끌어내야 하죠.
그러나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존감을 충분히 높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갖고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기 때문이죠. 과거의 내가 했던 많은 선택과 경험은 ‘운이 없었거나’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을 한 ‘나’를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면 현재의 ‘나’역시 부족한 존재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주요 상처를 회복할 기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과거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습니다. 지역 보건 센터나 상담소를 검색해보고 꼼꼼히 비교 분석해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라면 서점, 모임, 강연장에 갈 게 아니라 가장 먼저 상담소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위로하며, 비로소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에너지를 가질 것입니다.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것은 결국 실천입니다. 책은 그 실천으로 가기 전까지의 마인드 셋을 물론 바꿔주지만 10명 중 한 명 정도만 실천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자존감이 낮아질 상황에 처합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이 상황에서 자기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대안적인 사고와 선택 방법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고 그 결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죠.
자존감 관련 서적, 강의, 글은 이때 필요한 대안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알려주지만 실제로 삶에 적용하는 분들은 적습니다. 기존의 사고 및 행동방식이 너무 오랫동안 박혀 새로운 실천이 어색하고, 잘못하면 더 나쁜 결과가 다가올까 두려워서 실천하지 못하지요. 핵심은 ‘두려움‘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선택해온 삶의 방식, 그리고 이전에는 성공적으로 적응한 적도 있는 방식을 바꾸려니, 덜컥 겁부터 나는 거죠.
이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분들은 실천 단계에서 막혀서 결국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삽니다. 우리의 난이도에 맞게 조절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실패하더라도 가장 피해가 적을 것 같은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가이 윈치,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매번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계획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단계를 나누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겁니다. 작은 실천으로부터 성공의 경험을 쌓다 보면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존중을 요구하기, 부모님에게 벗어나기 등 내 삶의 가장 큰 자존감 저하 요인에도 직면해 싸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상태’가 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늘 과정에 있다
‘자존감이 높으면~’으로 시작하는 말은 사실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자신의 과거를 회복하지 않은 채, ‘자존감만 높이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기대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과 행동의 과정에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지, 자존감이 높은 어떤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생각을 적용해보면 우리는 오늘도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긴장하지 않으면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요. 오늘 나의 감정과 욕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충족하면서 살아간다면 어제보다 자존감이 높아질 겁니다. 그렇게 자신을 존중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타인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더욱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