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항생제 사용이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30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저널 PNAS에 발표되었습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항생제 사용량이 여전히 많지만 크게 증가하는 추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는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65% 정도 처방이 증가했으며 선진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114% 증가했습니다. 연간 처방되는 항생제의 건수는 하루 처방량 기준(defined daily doses, DDDs)으로 420억 일 분이며 2030년까지 두 배가 넘는 1,120억 일 분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불필요한 처방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항생제가 처방된다는 점은 항생제가 그만큼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이라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린 기적의 약물입니다. 2차 대전 이전에는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보다 감염으로 죽는 병사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창상 감염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20세기 이전까지 최고의 외과 의사는 감염된 팔다리를 가장 빨리 절단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 그리고 위생 수준의 향상은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힌 감염 질환의 위력을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해피엔딩이지만, 아쉽게도 인류는 내성균(drug-resistant bacteria)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사실 진화라는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아무튼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세균이라고 해서 내성이 달가운 능력은 아닙니다. 의외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항생제 내성 획득은 세균이 꼭 필요한 대사 과정이나 물질을 변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세균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기 때문에 사실 한 가지 조건이 없다면 내성을 지닐 이유가 없습니다. 그 조건은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에 대한 규제도 이뤄지고 이미 충분히 사용하니 항생제 처방이 더 증가하지는 않지만 중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앞으로 내성균 문제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물론 이들 국가에 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내성균 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사실 대책은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내성균에 듣는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 개발과 내성균 출현과 확산 방지를 위한 의료진 및 환자 교육, 그리고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는 것입니다. 이미 하는 일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기본이 제일 어려운 법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부분인 셈이죠.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