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아틀라스 옵스큐라에 게재된 「Why Do We Sleep Under Blankets, Even on the Hottest Nights?」를 번역한 글입니다.
뉴욕의 7월 말. 방의 크기에 비해 용량이 한참 모자라는 에어컨을 설치한 4층 빌딩의 꼭대기 층 방에 나는 누워있습니다. 실내 온도는 30도가 넘고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습도도 높습니다. 나는 작은 에어컨 옆에서 잠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덮을 것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가장 얇은 이불로 몸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도 덮은 뒤에야 잠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이불을 원하는 걸까요?
수면 중에 무언가를 덮는 것은 흔히 발견되는 행동이지만 누구나 이불을 덮을 수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이는 이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대부분 사람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3500년경 이집트의 리넨과 로마 제국에서 사용된 양털, 중세 유럽의 면에 이르기까지 이불은 곧 부유함을 상징했습니다.
중세 이후 이어진 초기 근대의 유럽 사회에서 면의 생산이 늘어나자 중산층도 이불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격은 높았습니다. “이 시기 서유럽에서 침대와 침구류는 집안에서 가장 비싼 물품이었습니다.” 버지니아테크의 역사학자 로저 에커치는 말합니다. “새로 결혼한 부부가 처음 장만하는 것이 침대였지요.” 침대와 침구의 가치는 한 가족 전체 재산의 삼 분의 일에 달했고, 이 때문에 침구류는 유언장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침구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가장 훌륭한 연구는 2002년 에모리대학의 캐롤 워스만과 멜리사 멜비가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수면 습관을 연구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썼습니다.
“수면에 관한 인류학 연구의 절대적 부족이 우리 연구의 동기였다. 인간 조건에 대한 총체적 연구가 있어야 할 이 학문이 삶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는 이 행동을 너무 간과해 온 것이다.”
이들은 적도 근처 열대의 수렵 채집인과 비 수렵 채집인들의 수면 행태를 연구했고, 오직 유목 수렵인들만 이불 없이 잠을 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중앙아프리카에서 파푸아뉴기니에 이르는 다른 모든 열대 지역 사람들은 식물이나 엮은 천을 덮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불이나 모포보다 더 흔한 것은 깔개로,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잠을 자는 이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불의 또 다른 장점을 알려주는 연구로 10kg에 이르는 무거운 이불이 사람을 진정시키는 효과에 관한 다수의 연구가 있습니다. 이들은 무거운 이불이 불안을 잠재우고 심지어 자폐증에 대한 치료가 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불은 두 가지 이유에서 필요합니다.”
로체스터에 있는 유니티 수면장애 센터 내 불면 치료 센터의 앨리스 호글랜드 센터장의 말입니다.
“행동적 측면과 생리적 측면이 있지요.”
두 번째 이유가 더 명확하므로 그것부터 알아봅시다.
잠이 들기 약 60분에서 90분 전부터 신체 중심부의 체온은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생리학적 설명이 있습니다. 바로, 체온이 높을 때 우리는 더 깨어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체온이 낮아지면 우리는 더 졸리게 되지요. 체온이 낮아지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량이 늘어납니다. 몇몇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선수복 비슷하게 생긴, 체온을 화씨 1~2도 정도 낮추는 스킨수트를 입히고 잠을 더 잘 자는지 보았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잠을 더 잘 잤습니다.
그러나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은 수면 중에는 좀 더 복잡합니다. 8시간 잠을 자는 이의 경우 첫 4시간과 잠들기 전 한두 시간은 화씨 98도이던 체온이 96~97도로 약간 떨어진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깨기 전 4시간 동안 사람은 꿈을 꾸는 REM 상태가 되며 다양한 신체 상태의 변화를 겪습니다.
그중 하나가 체온 조절 기능을 잃는 것입니다. “나는 그 상태를 파충류 상태라 부릅니다.” 호글랜드는 우리가 그 상태에서 땀을 흘리고 몸을 떨어 체온을 조절하는 포유류가 아니라 마치 변온동물인 파충류처럼 체온을 조절하려면 외부 요인을, 곧 그늘로 가거나 태양을 바로 쬐는 등의 방법을 취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는 REM 수면 시간 동안 도마뱀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밤에는 온도가 내려갑니다. 그리고 가장 추울 때 우연히 우리는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가장 추울 때는 흔한 격언처럼 새벽 직전이 아니라 새벽 직후입니다) 즉, 마치 도마뱀처럼 우리는 체온을 유지할 외부 요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불은 밤 10시에는 필요 없지만, 새벽 4시에는 정말 꼭 있어야 합니다. 경험을 통해 새벽에는 이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침대에 누울 때 (당장 덮지 않더라도) 이를 챙겨두는 겁니다.
이불이 필요한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REM 수면 시간 동안 행복과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 수준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반면 이불은 세로토닌 분비와 매우 높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무거운 이불을 덮었을 때 세로토닌양이 증가함을 보인 여러 연구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어쨌건 REM 시간 동안 이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불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이유로 호글랜드는 “순수한 조건화”를 이야기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릴 때 항상 이불 속에서 잠이 들었을 겁니다. 즉, 일종의 파블로프 반사처럼 이불이 잠과 연결된 것이죠.”
아기들은 어른보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며 이 때문에 어른들은 아기가 늘 모포에 쌓여있도록 신경 씁니다. 따라서 이불을 덮는 것은 잠드는 과정과 연결이 됩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린 것처럼, 우리는 이불을 덮으면 잠이 듭니다.
구글에는 이밖에도 이불을 덮으면 따듯해지며 마치 자궁에 들어간 느낌을 가지게 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불이 어떤 신비한 기능을 더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호글랜드는 자궁과 비교하는 것은 별로 그럴듯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불 속을 자궁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가능한 이유 중에는 이불이 그 자체로 부드럽고 느낌이 좋다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이불이 부드럽고 느낌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즉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