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Gender, Globalization and Aesthetic Surgery in South Korea를 번역한 글입니다. 서론은 빼고 두 번째 문단부터 번역했으며, 의역이 들어있음을 주지해주시기 바랍니다.
– 한국 여성들의 성형수술을 비판하는 서양인들의 논의에 대한 일침
▶ 성형수술에 대한 한국 식자(識者)층의 생각은 천편일률적이다. 한국의 언론과 교수들은 하나같이 성형수술을 ‘서양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는 욕망의 발로’와 동일시한다.
표면적으로, 한국인들은 크고 쌍꺼풀진 눈, 오똑한 코, 풍만한 가슴과 같은 서구적 용모를 선호한다. 이것은 글로벌화된 미(美)의 기준에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지만, 나는 “아시아인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민족성까지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서양사랑(westernphilia)은 서구적인 미(美)의 기준을 수용함으로써 형성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욕망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성들이 백인 여성들의 신체적 특징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선호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며, 여성을 가부장적 사회의 객체로 규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보다 세련된 접근방법은 “여성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미의 담론(beauty discourse)과 타협하는 존재다”라고 규정한다. 현대 한국 여성들이 생각하는 여성스러움의 덕목은 ‘현모양처’가 아니라, ‘슬림하고 육감적인 몸매’, ‘아름다운 얼굴’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구직과 결혼 과정에서 확실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결국 “성형수술이란 하나의 함정에 불과하며, 서구적 미를 강조하여 고가(高價)의 수술을 부추김으로써 이윤을 추구할 뿐이다”라고 비판한다. 성형수술은 하나의 소비관행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함에도 불구하고, 식자들은 이러한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외견상 서구적 용모로 보이는 사례들 중 상당수는 강력한 자국민의식(sense of indigenous identity)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기존의 문헌들은 ‘서구적 용모’를 하나의 동질적 개념으로 간주하지만, 서구적 용모란 이미 혼합된 개념이며 –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 실제 여성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많은 국가들에서 서구적 체형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하나의 이상화된 특징일 뿐이다.
예컨대 서구적 용모의 상징 중 하나인 흰 피부는, 자고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육체노동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결과적으로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인들의 전형적인 용모는 흰 피부가 아니라, 레저와 해외여행을 통해 햇볕에 그을려진 구릿빛 피부다. 눈 수술을 서양식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큰 눈은 젊음이나 불타는 정열의 표상으로, 서구의 여성들조차 일상적으로 눈 수술을 한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은 서양여자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서구적인 미의 구성화된 성격(constructed natured)을 부인하는 것이며, “서구의 미가 한국인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계층 및 신분에 관한 기존의 관념에 들어맞기 때문이다”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를 도용 또는 식민화라고 규정하고, “모든 현대국가는 글로벌 미디어, 저렴한 여행, 이주 등을 통해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다문화적 요인들을 활발히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혼합하거나 묵인한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면 다문화적 요인에 접근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식의 지식을 버리고 글로벌한 지식을 습득하여 코스모폴리탄적 정체성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조언을 부인한다면, 서구인들에게 창의성과 주도권을 넘겨주고, 비서구적인 것만이 전통적인 것이며 진정한 실체라고 고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