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에 산책하려다가 희뿌연 하늘 때문에 봄나들이 계획을 취소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요즘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어 많은 분이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계신데요. 미세먼지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얼마나 나쁜 수준인지, 미세먼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데이터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아닌 발암물질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 미세먼지는 무엇일까요?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 중 입자 크기가 매우 작은 먼지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자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를 두 종류로 나누는데요. 먼지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으면 미세먼지(PM10)로, 2.5μm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합니다.
미세먼지(PM10)는 사람 머리카락의 지름(50~70μm)보다 약 1/5 ~ 1/7 정도로 작은 크기이며, 초미세먼지(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 ~1/30에 불과할 정도로 더욱 작습니다. 10μm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거쳐 폐까지 침투할 뿐만 아니라 혈관을 따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가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라며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이 2014년 한 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개선 중, 하지만 환경 기준치 초과 수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요? 더 정확한 미세먼지 오염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황사일을 제외한 미세먼지 연평균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미세먼지 PM10의 농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2001년 미세먼지 농도는 56μg/㎥을 시작으로 50μg/㎥ 후반대를 유지하다가 2007년 이후 크게 개선되어 2016년에는 46μg/㎥을 기록했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환경기준인 50μg/㎥을 넘지 않는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환경정책 기본법 제12조 ‘환경기준의 설정’에 따라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은 대기 오염도 수준과 사회·경제적 상태 및 건강 문제의 중요성에 따라서 환경기준을 설정합니다. 환경기준을 정함으로써 대기 오염 정도를 판단하고 예측, 대책을 마련하는 척도로 사용합니다.
한편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환경부에서는 미세먼지보다 인체 위해성이 높은 초미세먼지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는데요. 따라서 공식 발표된 초미세먼지 데이터는 2015년과 2016년 데이터뿐입니다.
황사 일자 제외 초미세먼지 PM2.5 의 농도를 살펴보면 2015년은 25μg/m³이었으며 2016년은 26μg/m³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초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은 25μg/m³ 임을 고려했을 때 2015년, 2016년 모두 초미세먼지는 전국적으로 건강에 위험할 수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봄철 미세먼지
‘왜 하필 날씨 좋은 날에 미세먼지가 심할까?’라는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미세먼지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따로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해보겠습니다.
2010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지난 7년간의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데이터로 확인해본 결과, 날씨가 따뜻해지는 기간인 1~5월에 미세먼지 수치가 높았습니다.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달은 5월로 일평균 60.4μg/m³이었으며, 다음으로 3월 30μg/m³, 2월과 4월 모두 55.9μg/m³ 순이었습니다.
봄 환절기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이유는 대기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안개가 자주 끼고 바람이 약해져 미세먼지가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봄은 비가 다른 계절에 비해 적게 내려 미세먼지를 한 번에 씻겨낼 수 있는 세정효과를 얻지 못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깊어질 수 있는데요. 계절별 연평균 강수량 현황 데이터를 살펴보았을 때 봄(3~5월)의 평균 강수량은 262mm이었습니다. 겨울(12-2월)의 평균 강수량 91mm 다음으로 비가 가장 적게 오는 계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먼지 위험 정도
2016년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미세먼지(왼쪽)와 초미세먼지(오른쪽) 연평균 농도를 비교한 버블차트입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았으며 많게는 2.8배 적게는 1.4배 차이 납니다.
미세먼지의 경우 우리나라가 연평균 48μg/m³일때, 이웃 나라 일본은 17μg/m³로 대기 질의 가장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주요국은 비슷한 수치를 보였는데요. 우리나라가 26μg/m³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일 때 미국과 영국이 12μg/m³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은 50μg/m³, 초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은 25μg/m³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요인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전해드렸는데요.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나라마다 대기 환경기준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강화 수준에 따라 예보의 기준이 결정되고 사람들이 예보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야외활동에 유의하는 행동 지침이 되기 때문에 이 기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앞서 언급된 나라들보다 높게 책정되어있습니다. 따라서 미세먼지 허용치가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었습니다. 따라서 최근 환경부는 3월 27일부로 초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을 미국·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했습니다. 어떻게 강화되었는지 알아볼까요?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기존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기준을 25μg/m³에서 15μg/m³로, 일평균 기준을 50μg/m³에서 35μg/m³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연평균 10μg/m³과 일평균 25μg/m³인 수준보다는 각각 5μg/m³와 10μg/m³ 정도 높지만 미국·일본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초미세먼지의 일평균 환경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예보기준 또한 강화되었는데요. 현행 미세먼지 ‘나쁨’ 수준은 51μg/m³이상부터이었지만 이제는 36μg/m³ 이상부터 ‘나쁨’으로 예보해 실외활동을 제한하도록 권고합니다.
한 가지 궁금증! 강화된 예보 기준으로 보았을 때 미세먼지 위험일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2017년 미세먼지 측정치에 강화된 예보기준을 적용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미세먼지 ‘좋음’은 총 96일로 변동 사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보통’의 일수가 47일 감소해 ‘나쁨’의 일수가 45일 증가하고 ‘매우 나쁨’의 일수가 2일 증가하는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 기준에 따르면 365일 중 미세먼지를 조심해야 하는 날이 12일이었지만 강화된 기준으로는 59일로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맺는말
지금까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차이점, 발생 현황, 그리고 강화된 환경기준과 연관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많은 관심이 높은 이유는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뜻이죠.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단순히 미세먼지 ‘좋음’과 ‘나쁨’의 수준을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나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설정해보고 내가 사는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 자료
- 「바로 알면 보인다.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 환경부, 2016.04
- 「‘미세먼지 약자’ 환경미화원 “마스크도 우리 돈으로 삽니다”」, 국민일보, 2018.03.26
- 기상청 공공데이터 및 기상청 데이터 시각화
- 공공데이터 포털 및 공공데이터 포털 시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