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습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한기가 세상에 가득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이미 일련의 사건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친구가 그러더군요. 인터넷에서 각종 IT 이슈를 접하면서도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죄책감마저 든다구요. 어찌 그 친구만의 심정이겠습니까. 저 역시도 그런 심정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밤샘에 휴일 근무까지 하며 몇 달간 월급도 밀려가며 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랬는데도 허무하게 회사가 망해 쓰러지는 것을 막을 능력은 없었지만요.
프리랜서 바닥에 발을 내디딜 때는 이상한 인간들에게 걸려서 돈 떼 먹히고 시간 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적응할 만하니까 보이지 않는 하도급 구조가 미래를 캄캄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예전엔 열정 있고 똑똑한 사람들은 게임 쪽으로도 많이 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마약과 같은 수준의 중독 물질로 분류하려 해서 암담하기만 합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IT 인력만 급조해서 투입하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 합니다. 제 친구가 딸 백일잔치 때, 누가 마우스를 올려놓았길래 황급히 치워버렸다는 얘기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꿈도 희망도 없이 깊고 어두운 바다 속을 유영하는 미생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꿈을 꾸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두렵기만 합니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개인의 실력과 유능함이 돋보일 수 있는 곳이 바로 IT입니다만, 꼭 그렇게 남들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잘나야만,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건가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불안하기만 하고, 잘못되면 한 방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세상 속에서 대체, 어떤 시도를 과감히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연말 막바지 프로젝트 일정으로 연일 밤샘 근무 중이신가요. 회사에서 준비중인 각종 이벤트 업무로 지쳐 있으신가요. 혹은, 일상의 유지가 이다지도 힘든가 하며 피폐한 몸뚱아리가 피곤함에 쩔어 지쳐 쓰러진 상태인가요.
아직도 작은 꿈 조각을 소중히 품고 계신가요? 아니면 일상의 연명 속에 가는 희망의 실 한 가닥마저 놓아버리셨나요.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서, 그저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 터져 나오는 저 수많은 사람들의 인사들 속에서, 우리 IT인들은 안녕들하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