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캉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은 나중에 다룰 프로이트 선배님의 제자로 정신분석학에 더해 ‘욕망’에 집중한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이 분이 한 유명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 말은 이런 경우를 설명합니다.
- 솔직히 브랜드 각인을 빼면 예쁜 디자인인지 소재가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사고 싶어 하는 비싼 명품 가방을 나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
- 남들 다 간다는 바캉스 휴양지에서 남들 다 하는 포즈로 사진 찍기, 또는 친구들 다 가는 유명 음식점에서 특정 포즈로 사진 찍어 업로드(ex. ‘남들 다 가본 ○○을 드디어 갔다 왔다,’ ‘○○ 와줬으면 이 포즈로 사진 찍어줘야징★,’ ‘#드뎌나도 #방문완료’)
이쯤에서 내 욕망이 온전히 내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살짝 우울해지지만, 이것을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면 딱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년 여름에 나온 아래의 야놀자 광고가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욕망을 콕 찌르는 야놀자 광고
“인생 길어? 짧잖아! 야, 놀자!”
우리 서비스가 좋으니 사용하라는 일차원적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 심리를 자극해 기억에 남게 만들죠. 멘트에 서비스명을 넣은 위트는 덤입니다. 사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가진 광고는 서비스를 알리기에 좋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건 좀 더 고차원적인 메시지입니다. 당장의 반응을 수확하기보다 좀 더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것이죠.
이 광고의 메시지는 “당신의 욕망을 미뤄두지 마라.”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생각보다 짧으니 미뤄두지 말고 지금 놀아야 하고, 놀러 갈 땐 반드시 잘 곳이 필요하니 야놀자를 이용하자! 는 것이죠. 휴가 시즌인 여름에 맞춰 힙하고 쿨한 이미지의 래퍼를 모델로 기용하고 YOLO(You Only Live Once) 현상이 유행이던 시기에 젊은 세대의 심리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 인생 짧으니 놀자.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유도하는 광고였지요. 이와 같이 서비스가 이 욕망 포인트를 잘 잡으면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욕망을 우리가 알고 있다. 그 욕망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 욕망의 주인이 되어라. 당신은 이것을 하고 싶다.”
이렇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욕망 포인트를 전달할 때 잘 녹여내지 못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것! 그 부분은 아래에서 더 깊게 풀어보고 일단은 간단하게 욕망의 소구점을 잡겠습니다.
캐치 마인드!
먼저 욕망은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단어의 뉘앙스만 다를 뿐 욕구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이 있습니다. 사실 이 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완벽히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인간이 이렇게 단순한 존재라면 기업들은 정말 좋겠지만, 그렇다면 쉬운 길을 포기하고 현재 어렵더라도 꿈을 좇는 수많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은 우선순위가 될 수는 있지만 항상 상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이론을 들고 온 이유는 우리가 어디에 속하는지 파악이 쉽고, 가장 기본적인 설득력을 갖추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이 매슬로 이론에 기반해서 먼저 우리 서비스가 어떤 욕망을 불러일으키려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 1단계: 생존과 가장 직결되는 의식주 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 2단계: 1단계가 충족된 후 외부의 위험과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욕구
- 3단계: 사랑의 욕구라고도 하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며 가족과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
- 4단계: 소속된 집단에서 명예나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자존의 욕구
- 5단계: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해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아 성장 욕구
제품과 서비스가 속하는 단계를 찾아본다면 식품과 관련된 것은 1단계,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을 판매한다면 5단계에 속합니다. 매우 간단하지만 욕망 포인트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모두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위에는 욕망보다 더 강한 현실과 의식이 누르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고, 당장 여행 가기엔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소비자 행동을 불러일으킬 욕망 포인트를 파악하고 자극해야 합니다.
인간은 욕망의 주체가 되고 싶어한다
앞에서는 인간 욕망의 기인을 매슬로의 욕구 이론에 빗대어 알아보고, 욕망은 무엇이고 욕망 포인트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서비스와 제품이 어떤 단계에 속하는지, 소비자의 욕망 포인트를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소구점.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합니다. 하지만 내 욕망의 주체가 되고 싶은 존재지요. 이제 욕망 포인트를 어떻게 녹여낼지, 어떻게 파고들어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할지 얘기해보겠습니다. 핵심은 욕망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하는가’에 관한 부분입니다.
뽀글뽀글 녹이기: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빠른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예시로 만들어볼 서비스는 숙박 앱 서비스입니다. 매슬로 이론에 따르면 고차원에 속하는 욕망이죠.
- 가. 목표: 서비스 사용 유도로 숙박 업체 예약
- 나. 상황
- 내부: 욕망 포인트 자극
- 외부: 휴가 시즌, 여행, YOLO, 바캉스 등
메시지를 녹인 마케팅은 ‘ⓐ 욕망 슬로건 만들기 → ⓑ 환상 심기 → ⓒ 매력적인 보상 주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욕망 포인트를 자극해 소비자 행동을 끌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소비자 행동이 빨리 이루어질수록 우리의 기획은 성공적입니다.
ⓐ 욕망 슬로건 만들기
욕망 포인트를 찾았으니 이젠 소비자가 지불할만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우리 서비스가 소비자의 욕망을 알고 있으니 그 포인트를 콕 찌를 욕망 슬로건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심리에 관한 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5만 개가 넘습니다. 태그가 달린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보면 예쁜 옷,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 비싸 보이는 가방, 휴양지로 유명한 섬 등 소비자가 높은 값어치를 매기고 갖고 싶어 했던 것들입니다.
아마 우리의 소비자는 멋진 몸매를 위해, 또는 지난달 밀린 카드값 때문에 그동안 타협하면서 참아왔을 겁니다. 이렇게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해준다는 보상 심리를 ‘자기 선물 주기’라고 합니다. 또 현실과 상황이 힘들수록 그에 비례해 보상물에 쓰는 금액과 수고도 커집니다.
이런 심리를 바꿔보면 “당신은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 지금은 좀 놀고 써도 된다.”는 욕망 슬로건으로 만들 수 있죠. 이런 욕망 메시지는 야놀자 사례에서처럼 소비자가 ‘노는 것’에 대신 정당성을 부여해줍니다. 상황상 우리 서비스는 휴가 여행 때 사용할 테니, 마케팅 슬로건은 즉석에서 아래 문구처럼 짜봅니다.
우리는 일상을 열고 휴식할 권리가 있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하루!
ⓑ 환상 심기
욕망 포인트를 찔린 소비자는 스스로 3D 안경을 씁니다. 욕망 포인트는 소비자의 시각을 왜곡시켜 우리 서비스가 더 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과장되어 보이게 합니다. 바로 우리가 바라던 바죠! 두 번째 과정인 환상 심기는 소비자의 부족한 욕망을 우리 서비스가 채워준다는 환상을 심는 작업입니다.
욕망 포인트와 브랜드를 녹인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고객에게 노출될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합니다. 앞에서 잡은 슬로건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며 소비자의 마음이 동할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텍스트로 설명하기에는 제약이 있으니 예시를 들고 왔습니다. 2002년에 나온 현대카드 광고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욕망 포인트를 잡고 환상을 강하게 심어주는 광고의 좋은 예입니다. 저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했죠. 이와 같이 환상 심기는 소비자가 ‘이건 내게 더 필요한 거야’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스스로에게 바람을 넣게 도와주는 겁니다.
우리 광고 콘셉트는 일상이라는 감옥을 열고 탈출하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처럼 연출하겠습니다. 평범하고 반복되는 건조하고 무심한 일상에서 탈출한 모델은 아주 자유로워 보이겠죠. 우리 서비스에서 손꼽는 뷰를 가진 풍경도 담아서 더 극대화시킬 방법을 찾아봅니다.
이제 이 광고를 본 우리의 소비자는 광고 모델에 자신을 투영해 자기 욕망의 주체가 되어 마음껏 즐기는 상상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바람을 마구마구 넣어주세요. 더 아름다운 환상을 심으면 심을수록 소비자는 어떻게든 현실과 타협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매력적인 보상 주기
우리가 원한대로 바람이 잔뜩 들어간 소비자가 서비스를 즐겁게 이용한 후 끝나는 일회성 마케팅은 좀 아쉽습니다. 꾸준한 사용을 독려하고 소비자 행동을 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서비스 사용 후기를 남기면 다음 이용에 할인을 해주거나, 추가 예약을 권하며 무료 숙박 쿠폰을 발급하는 등 다음 이용 때 우리 서비스가 생각나도록 매력적인 보상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일반적으로 꾸준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숙박 업체들은 N번 이용 시 숙박 무료가 되는 이벤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용에 매력적인 보상이 있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이를 기억하고 나중에 또 이용합니다. 기업은 무작정 뿌리는 광고비보다 이미 사용한 소비자에게 이용 지원금을 주는 게 더 이득이고요.
그럼 우리 서비스는 매력적인 보상 주기의 일환으로 여름휴가 시즌 내에 N회 이상 이용하면 추가 지원금을 발급해주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국내 TOP 여행지의 유명 호텔 식사권을 발급하는 방법도 있죠.
매력적인 추가 보상은 다음에 또 이용하도록 행동을 유도합니다. 축적된 소비자 행동 데이터는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좋은 재산이며 매력적인 보상을 획득한 소비자는 다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빠르게 반응합니다.
글을 맺으며
인간의 끝없는 욕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타인의 욕망이 내 욕망이 되지만 언젠가 내 욕망의 주체는 온전히 내가 되었으면 하는, 벗어날 수 없는 끝없는 딜레마지요.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고 관계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가 스스로 돌아보고 욕망의 주체가 되기를 원하는 그때와 지점을 파고들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비스와 제품의 욕망 포인트를 아름답게 잘 녹여내 봅시다.
원문: 키앤필 스튜디오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