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제1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한국외대 루마니아어과 졸업생의 글입니다.
매일 아침 6시, 엄마는 일어나자마자 온 가족의 식사를 준비한다. 다른 식구가 일어나기 전에 몸을 씻고 젖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찌개를 살피고 빨래를 한다. 밥은 찌개에 비벼둔 채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면서 식사도 끝낸다. 7시 50분에 집을 나서도 9시 전에 일터에 도착하려면 차에서 내린 즉시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1년 전 엄마의 일상은 늘 이렇게 시작됐다.
직장에서는 옷을 포장하거나 택배 보내는 일을 했다. 포장한 상자를 높은 곳에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엄마는 어깨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무거운 상자를 높은 곳에 올리는 일을 반복하면 어깨에 석회가루가 쌓여요.”
의사가 어깨에 주사를 놓으며 말했다. 엄마의 왼쪽 어깨는 가끔 들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엄마의 직장은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웠다. 집에 돌아오면 늘 얼굴이 빨갰다. 여름에는 빨갛게 달아올랐고 겨울에는 빨갛게 얼어붙었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가 말했다.
“일을 쉬어야 할까 봐, 너무 힘들어.”
엄마는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왔다. 하루에 3만 걸음을 걸었다. 다리가 붓고 아팠다. 찜질로는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의사는 하지정맥류라 진단했다. 오래 서 있고 많이 걸으면 생기는 병이었다. 레이저로 병든 정맥을 차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 12년 만에 엄마는 일을 그만뒀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를 등반하기로 했다. 주말마다 산에 다니던 엄마는 외국 산을 동경했다. 히말라야 등산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다큐멘터리 <산>을 봤고, 『히말라야 걷기 여행-평생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꿈의 길』을 읽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는 4130m야. 일반인이 히말라야를 오를 수 있는 길은 세 가진데, 안나푸르나 ABC부터 시작하면 된대.”
엄마는 눈앞에 다가올 히말라야를 새벽까지 공부했다.
엄마의 등반은 실패였다. 목표지점까지 오르긴 했으나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고산병이 심했다. 다리도 부었다. 등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꼬박 사흘을 앓았다. 엄마는 더 이상 산을 오르지 않는다. 산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챙겨보지 않고, 책을 읽지도 않는다. 12년 만의 긴 휴식을 엄마는 즐길 수 없었다. 12년 동안 어깨에는 석회가 쌓였고 다리의 정맥은 늘어나 제구실을 못했다.
이제 엄마의 다리는 놀이와 노동을 구분하지 못한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김정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