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직 채용, 그 태도에 관하여 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사례 부분은 실제 기업 사례를 토대로 하되, 보안상의 이유로 일부 세부 내용/정보를 각색했습니다.
사례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
- 법정
A 팀장이 회사를 떠난 직후 N社 경영진은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괜히 스펙 좋은 사람을 뽑았더니 콧대만 높고, 우리가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이력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직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와 문제 해결의 의지/열정이 높으면서도 우리 조직에 잘 섞일 수 있는 좋~은 사람 한번 다시 뽑아봅시다.
CEO가 말했습니다. 인사팀장 K는 다시금 채용공고를 올리고, 헤드헌터에게도 연락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전 A와 함께 최종추천 명단에 올랐던 C 후보자와 다시 연락이 닿았습니다. 다행히 C는 여전히 N사에 매력을 느꼈고, K 역시 이전에도 누구보다도 C의 경험이 현재 N사가 가진 맥락, 상황과 맞다고 판단했기에 경영진에 이력과 지난번 인터뷰 내용을 다시 정리해 추천을 올렸습니다.
이력
- 지방국립대학교, 중소기업/스타트업 전략마케팅 팀장 출신
- 총 유관경력 7년(해외 영업 3년, 마케팅 경험 3년, 소프트웨어 기획 경험 1년
- 영어 가능(중상)
과거 인터뷰 내용
- 강점: 회사의 성장 과정(스타트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을 직접 경험, 인프라 부족 상황에서 부서 간 경계 없이 이슈를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 풍부.
- 리더십 철학: 구성원에 대한 실질적인 ‘동기부여’ 유인을 제공하는 것을 리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함. 팀원들이 진심으로 내켜야 실질적 성과도 낼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코칭과 피드백에 많은 신경을 씀.
- 회사에 대한 질의: 회사의 비전과 현재 영업 전략, 회사가 생각하는 조직의 문제점은?
경영진은 C와 채용 절차를 진행하되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최신 채용 트렌드를 반영해 좀 더 엄격하게 회사와 후보자가 맞는지를 검증하기를 바랐습니다. K 팀장은 기본 면접 이외에 실제 업무 상황을 가정한 PT, 문제해결 면접을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준비 진행했습니다.
C는 경력직 면접을 너무 거창하게 하는 것 아닌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면접을 통해 오히려 그간 N社 경영진이 가진 ‘스펙의 덫/편견’을 깨부수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그러나 겸손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 솔루션을 브리핑했습니다. 모든 면접이 마무리된 후 경영진은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 회사에는 저런 친구가 필요해.
C는 N社의 새로운 해외 영업 팀장이 되었습니다. 조직에 합류하자마자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도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매니저 회의 시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타 팀의 요청 사항에 대한 피드백도 빨라서 기존에 정체되었던 관련 연계/협력 업무들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경영진은 이번엔 정말 믿을 만한 인재가 들어왔다고 흡족했습니다. 인사팀장은 안도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C: “(냉소적 어투로) 그만두겠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 조직에서 모든 것을 감내하고 끌어가기엔 제 역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만 스티브 잡스가 온다고 해도 이 조직에서 잘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경영진: “오냐오냐해줬더니 뭐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부리고 은근히 경영진을 가르치려 드네? 우리 조직이 얼마나 좋은 회사인데 제대로 알려 하지도 않고 문제만 제기하고 말이야… 사표 수리해!”
팀원 1: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팀원 2: “괜한 힘 빼지 마시라니까 팀장이 너무 이상적이었어… 거봐 쯧쯧.”
팀원 3: “좀 변하나 했는데… 안타깝네 나도 조용히 이직 준비나 해야겠다.”
타부서 직원: “내 또 그럴 줄 알았다…”
C는 지칠 대로 지친 기색으로 힘없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경영진 역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태도로 C를 비토합니다. 어떤 직원들은 C의 퇴장에 쾌재를 부르고, 어떤 직원들은 씁쓸히 그의 퇴사를 마중합니다. C는, 그리고 경영진은 어느새 직원들의 냉소적인 뒷말 안주가 되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을지라도, N社는 이번 만큼을 채용의 포커스를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에 두고 성숙한 태도와 실체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발했습니다. 실제 C는 다수로부터 ‘태도’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했습니다. 대체 이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채용의 끝은 채용이 아니다
사자는 벼랑에서 떨어뜨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
- 거짓 속설
우리는 언제,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사자 혹은 호랑이에 관한 속설을 잘 압니다.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자만 키운다는 그 속설은 단순 인지의 차원을 넘어 우리 일터 깊숙하게 침투해 있기도 합니다. 아래 야생동물 사진작가 장프랑수아 라르고(Jean francois largot)의 사진이 있습니다.
얼핏 비슷한 상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어미 사자는 필사적으로 절벽에서 아기 사자를 구출해 냅니다. 야생에서 사자의 생존율은 높지 않습니다. 자신이 일부러 절벽에 밀지 않더라도, 생존을 위한 혹독한 시험과 상황이 기다립니다. 사실 기존 속설은 대체 언제, 누가 그리 말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그 출처 확인도 어렵습니다.
여전히 많은 조직에 이 속설과 궤를 같이하는 인력 운영 방침이 있습니다. ‘Sink or Swim(가라앉거나 수영하거나)’입니다. ‘Sink or Swim’은 많은 기업에서, 그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경력직 직원을 평가하는 강력하고 실체적인 룰로 작동합니다. 우리 역시 수없이 겪었던, 그래서 이직 시마다 스스로도 당연하다고 여겼던 룰입니다. 지금 몸담은 조직도 ‘우리 회사는 Sink or Swim이야’라 공언합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이는 과거 ‘마녀사냥’의 의사 결정 도구였습니다. 마녀로 의심되는 사람을 물에 던졌을 때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니고, 계속 떠 있다면 마녀라는 것입니다. 어원이 비과학적인 미신을 근거로 한다는 점 외에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현대의 쓰임과는 반대로 가라앉아야 정상(innocent)인 것이고 가라앉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아주 가끔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남은 자가 어원의 메타포처럼 오히려 비정상, 마녀 혹은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 마이클 왓킨스(Michael Watkins)는 새로운 리더가 부임하면 처음 3개월간의 조직의 가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왓킨스는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신임 리더의 순수 조직 기여도가 0을 넘어서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의 연구는 ‘경력직’(외부수혈) 리더와 ‘승진’(내부출신) 리더를 구분하지 않았기에 경력직만으로 놓고 보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질 것입니다. 이를 뒤집어보면 새로운 리더의 초기 조직 적응 기간을 줄이는 것이 조직 가치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ink or Swim이 기업 ‘전략’ 차원에서 얼마나 무모/위험한 접근인지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온보딩, 승선의 초점
물론 모든 기업이 적나라하게 Sink or Swim을 공식화하진 않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와 체계가 갖춰진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을 위한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온보딩’은 승선을 뜻하는 용어로 경력직 구성원이 안전하게 새로운 직장이라는 갑판에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글에 온보딩 프로그램만 검색해도 약 300만 개 이상의 정보가 검색될 정도로 직장 적응을 돕는 기업 프로그램은 활성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역시나 문제의 원인은 그 ‘초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인터뷰 결과처럼 대다수 기업은 온보딩 프로그램의 초점을 행정적, 형식적, 기술적 정보 전달에 맞춥니다. 그리고 온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한 회사라 할지라도 경영자의 인식은 그 중요성이나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당사자는 여전히 자신이 갓 합류한 기업의 인력 운영 정책에 대해 ‘Sink or Swim’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당장 보여주어야 할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리더’급 인력일수록 그 부담은 좀 더 커 보입니다. ‘공채’ 중심 문화가 자리한 우리나라 환경에선 더더욱 그럴 테지요. 아래 실제 우리가 전·현직 경력직 리더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 중 대체로 공통적이며 전형적인 내용을 재구성해 전달합니다.
상효이재: 처음 어떤 부분이 힘들었습니까?
경력직 리더 A: 영입할 때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 지원해줄 것처럼 해놓고,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 다짜고짜 처음 회사에 오면서 합의했던 R&R, 목표를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내가 언제 그랬냐’ 혹은 ‘회사 처음 다녀본 거냐? 왜 사람이 유연성이 없냐?’라는 식이었습니다. 동료들, 팀원은 ‘어떻게 하나 보자’는 자세로, 제대로 협조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건 우리 조직 스타일이 아녜요’ ‘이렇게 하시면 안 되는데…’ 텃세가 심했습니다. 물론 제가 회사를 그만둔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적응과정에서 정신적 소모가 상당히 컸습니다. 한편 저 스스로도 이직하면 반드시 겪는 당연한 일들이라 치부하지요.
상효이재: 조직 적응을 위한 노력이 회사 차원에서는 없었나요?
경력직 리더 B: 온보딩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건가요? 있긴 있었지요. 하지만 자사의 전략, 비전 등을 형식적으로 소개하거나 행정처리 같은 일차원적 정보 전달에 머물렀습니다. 솔직히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잠시 숨 돌리는 시간 혹은 오리엔테이션 시간 정도로 생각 했습니다.
경력직 리더 C: 입사한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인사팀에서 행정적인 안내를 도운 거와 팀장님이 사업부 각 팀장님들에게 소개해주신 일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전에 국내 모기업에서 일했을 때도 그게 다였던 거 같아요. 다 그런 거 아닌가요? 그냥 한 바퀴 쭉 돌고 인사하는 게… 조금 나았던 기억은 제가 기획부서였음에도 1주 정도 현장에서 경험하게 해주신 회사가 그래도 처음에 회사 문화와 일하는 방식, 누가 입김이 센지(누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본사나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거 같네요.
상효이재: 온보딩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영진: 솔직히 큰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론 역시 일을 직접 접하고 부딪히는 것이 가장 빠른 적응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드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회사에서 모르면 안되는 행정 사안, 스킬 등만 하루–이틀 안에 알려주고 빨리 실전 투입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이곤젠더(Egon Zehnder), 제네시스 어드바이저(Genesis Advisors)의 조사 결과는 ‘승선'(온보딩)의 초점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588명을 대상으로 한 이곤젠더의 설문에 따르면 경력직 리더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역량이나 경영기술 부족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사내정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약 70%가 조직 규범과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약 65%는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 부족을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패율을 줄일 수 있는지 묻는 말에는 건설적인 피드백, 사내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조직과 팀 내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습니다. 응답자의 약 60%는 새 직장에 적응하기까지 6개월, 약 20%는 9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제네시스 어드바이저는 전 세계 인사부 리더 198명을 대상으로 자사의 온보딩 활동에 대한 평가를 조사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회사의 행정 업무, 비즈니스 오리엔테이션, 법적 절차적 업무와 같은 형식적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더와 팀원 간의 상호 조율을 지원하는 활동에 대해선 약 절반만이 긍정적 평가를 했고 조직문화, 사내 정치적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분의 1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곤젠더의 조사로 다시 되돌아 가보면, 온보딩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80% 이상이 이러한 사측 지원이 조직의 초기 적응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 일련의 데이터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신임 리더들의 빠른 조직 적응을 돕는 중요한 기제임을 인정하면서도 본디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사무공간과 자원을 배정해주고 행정 서류 처리 절차를 일러주고 웹사이트 한번 둘러보면 알 수 있을 법한, 건조한 회사홍보/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선 안 됩니다. 신임 리더가 새로운 직무에서 맞닥뜨리게 될 문화, 정치적 난관과 같은 실질적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앞선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력직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의 독특한 문화, 예를 들면 의사 결정 프로세스, 각 팀의 히스토리를 알고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되는 핵심 인력과의 네트워크, 현장의 특수성과 금기시해야 할 것 등 조직의 정치/심리적 요인에 대한 정보 획득이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승선에서 통합으로 가는 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교수 마이클 D. 왓킨스(Michael D. Watkins) 등 전문가 그룹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에서 이 논점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차별화된 ‘용어’를 제시합니다. ‘통합’(intergration)입니다. 신임 리더가 단순히 본인이 속한 조직의 외연과 직무를 이해하는(‘알 것 같은’) 수준이 ‘온보딩(승선)’이라면, ‘인테그레이션’(통합)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신입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내는 구성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인테그레이션’ 프로그램/체계의 핵심은 현 조직 맥락에 비추어 신임/경력직의 ‘Soft Skill’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앞선 ‘경력직 채용, 그 태도에 관하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등에 대한 전문 직무 스킬 및 지식 등을 아우르는 고급 기술(Hard Skill)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협상, 팀워크, 리더십 등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적합한 구성원을 ‘채용’하는 것이 ‘채용’의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채용’의 성패는 조직 맥락에 부합하는 ‘자질’ ‘태도’를 가진 적확한 사람을 찾는 것(더 구체적인 정보는 아래 보충설명 및 전편을 참조 부탁드립니다)을 넘어 그들의 조기 ‘통합’까지 조직에서 책임진다는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렸습니다.
시스템 및 프로세스, 퍼포먼스 등 환경적 맥락, 차이를 고려하되, 그 자체가 아니라(즉 단순히 문화적 맥락이 가장 유사하거나, 그 차이가 적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의 차이에 대해 경력자가 취하는 태도(Attitude), 양상(Aspect)에 집중, 이를 추론하는 것입니다.
사례 탐구
C팀장이 퇴사를 한 후 우리는 N社 인사팀장 K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조직의 ‘통합’ 노력에 대해서도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하는 듯 보였습니다. K는 부족한 자원 아래에서도 나름대로 경력자들을 나름대로 ‘온보딩’ 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너무 형식적이었다 실토했습니다. 새로운 인력을 찾는 것과 별도로 N社 내에서도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조직 문화적 적응에 초점을 맞춘 통합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채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얼마 후 K는 새로운 경력직 리더 통합프로그램을 기획해 봤다며 우리에게 자료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기존의 온보딩 테이블에 ‘조직문화’ 교육을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보낸 조직문화 프로그램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과연 K는 이대로 다음 ‘해외영업’ 팀장 채용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댄 케이블(Dan Cable),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키넌플래글러경영대학원 브래들리 스타츠(Bradley Staats) 3명의 교수는 어떤 통합 프로그램이 직원의 생산성과 조직의 적응을 돕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A/B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한 기업에서 새로운 직원그룹을 서로 다른 세 가지 프로그램에 각각 무작위로 배정해 그 효과성을 측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전형적 직무정보 교육입니다. 직무와 자사의 HR 제도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문화’ 교육이었습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소개하고 기업에서 인정하는 High Performer의 성공 경험을 공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구성원이 실제 회사의 문제해결 과제 일부를 짧은 시간이나마 배정받아 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사 결정, 행동을 리뷰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세 번째 문제해결 프로그램이 앞선 다른 두 프로그램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세 번째 문제해결 프로그램에 속한 그룹이 다른 두 그룹보다 첫 6개월간 퇴사율이 33% 낮았고 더 높은 직무 만족도와 업무수행 역량을 보였습니다. 누군가 이 연구 결과를 ‘힐끔’ 보고 만다면, 얼핏 의아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질문을 되뇔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조직문화’가 온보딩/통합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아니잖아?
정말 그럴까요? 기존에 올린 모든 글을 통해 강조하고 반복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맥락’입니다. 맥락은 ‘단선적’인 시각이 아닌 ‘입체적’인 관점을 통해서 파악 가능한 것입니다.
실험에서 제시된 프로그램의 내용을 조금 더 확대해 보겠습니다. ‘조직문화’ 프로그램은 회사 문화에 대한 정보를 단선적으로 제공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진짜 그 회사의 실체로 구성된 ‘문화’인지는 엿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업 웹사이트에 나온 회사의 ‘가치’, ‘문화’를, 기업 홍보대사의 미사여구와 그 궤를 같이합니다. 우리가 더 이상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처럼, 프로파간다 형식의 ‘조직문화’ 교육을 통해 신입직원이 조직의 속성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조직문화’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오히려 피교육자(신입/경력 직원) 관점에서 실체적 조직 속성/문화를 파악하는 데 좀 더 용이하도록 내용이 구성되었습니다. 자신이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을 어떻게 발현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고, 이를 문제해결 세션을 통해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에 속한 사람과의 상호작용/피드백을 통해 조직의 실체적 속성과 문화를 자연스레 파악하고 엿볼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마이클 D. 왓킨스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은 위 실험의 인사이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력/신입 리더에게 ‘지원’이 필요한 영역을 더 세분화해 전략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련의 프로그램은 조직 역시 신입/경력직원의 특성과 맥락을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좀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적, 맥락적(Contextual)으로 적합한(Fit) 구성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적합’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지요.
때문에 구성원과 조직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실체적으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직과 새로운 직원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신입/경력 직원이 반드시 습득하고 이행해야 할 조직의 유전자(Norm)는 ‘이식’하고, 일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하며 강점은 ‘강화’하고자 하는 운용전략/태도가 채용 및 온보딩 단계에서부터 필요합니다.
조직 적응을 위한 경력·신임 리더의 과업 및 지원 과제
우리 회사의 경력직 ‘통합’ 활동 진단 체크 리스트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채용
구글을 포함한 많은 당대의 선진기업은 기업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을 ‘채용’이라 말합니다.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일입니다. 단지 자질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절벽에서 밀어 살아남는 것을 보거나 물에 빠뜨려 뜨는 것이 최선이라는 자위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은 채용이 채용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성원이 빠른 시일 내에 적응/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 콘텐츠의 핵심은 ‘신임 경력자/리더의 관점’에서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운 좋게 ‘문화적으로 적합한’ ‘맥락적으로 적합한’(사실 좀 더 정확한 용어를 이쪽으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경력자를 영입했다 해서, 마음을 놓지 마십시오. 들뜬 마음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경력자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한 번만 돌아봐 주십시오. 그렇게 조직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태도, 하나만으로 채용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첨언: 조직이 채용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 조직 문화와 채용의 상관관계
…… 이대로 글을 마무리하면 참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아직 조직이 채용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를 모두 말씀드렸다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다만 이 글에서는 상대적으로 짧게 말씀드리고 바로 다음 글에 이를 온전한 주제로 삼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십수 년 간 수많은 조직을 직/간접적으로 목도하면서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적합’한 구성원을 찾아 괜찮은 통합 프로그램으로 입체적으로 지원하더라도, “그래도 당신의 조직은 채용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채용’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경력자가 조직에 오래 머물러 있는, 턴 오버 수치 같은 것으로 이야기한다면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케이스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양적 맥락이 아니라 그 경력자가 조직에 와서 조직이 본디 목표한 성과와 변화를 제대로 일궈냈는지, 그 질적 맥락으로 본다면 그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조직이 아닌 본디 조직에 속한 일원으로써 성공했는가 되묻는다면. 그렇다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조직’의 합리성을 가정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첨언 드리는 것은 ‘조직’의 비합리성을 포괄한, 조금 더 현실적이고 불편한 이슈입니다. 우리 모두 사실 알지만 보려 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를 휘감은, 구성원들의 방치된 ‘감정’과 ‘심리’. 그것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지는 조직의 ‘부조리’와, 이것이 다시금 쌓여 도무지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왜곡된 문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염된 물에서는 제대로 된 고기가 살 수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헤엄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데려왔다 하더라도. 온갖 교육과 지원 체계를 구축해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조직에 분명히 존재하는 병리 현상의 출현/오염/감염을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외면해 이미 만연한 조직이라면. 그 인재는 오히려 ‘인테그레이션’ 과정에서 ‘조직의 썩은 악취를 맡고, 발들인 것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탈출하거나 똑같이 감염된 좀비로 남고 말 것입니다.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의 저자 군터 뒤크는 위키피디아를 인용해 ‘어리석음(Dummheit)’의 뜻을 고찰합니다.
지능의 결여를 뜻하는 다른 표현과 달리 일상용어로 사용되는 ‘어리석음’은 분명한 사실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감정적, 심리적 태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경력직 채용과 조직문화의 상관관계를 조망하며 평범하고 보통 사람들로 모인 조직에서 나타나는 집단적 ‘어리석음’이 발현되는 ‘메커니즘’, 그중에서도 조직(집단)의 병리적인 감정/심리 태도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C팀장이 회사를 그만둔 진짜 이유와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눈에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에 있는 티를 빼라’할 수 있겠습니까?
- 「마태복음」
원문: 상효이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