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를 대표하는 연체동물은 역시 암모나이트입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암모나이트류가 등장한 건 고생대입니다. 이들은 적어도 데본기에 등장해서 빠르게 세력을 넓혀 두족류의 대표주자가 되었는데 사실 그 이유는 확실치 않습니다.
비록 껍데기(패각)의 모습은 좀 다르지만, 사실 생김새는 앵무조개류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데다 현생 오징어, 갑어징어, 문어류의 조상과 비교해도 그렇게 특별한 장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생김새와는 달리 앵무조개보다는 문어, 오징어와 더 가까운 부류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중생대의 대표 해양 생물종이 될 만큼 크게 번성했습니다.
대부분은 작은 크기였지만 숫자와 종류 모두 당시 최고 수준이었고 따라서 중생대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당시 바다에 살았던 어룡, 수장룡, 모사사우루스 등 해양 파충류 모두 암모나이트를 즐겨 먹었으며 이들이 이빨 자국이 새겨진 많은 암모나이트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번성한 무리인 만큼 이 가운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가 거대한 암모나이트류 역시 존재했습니다.
지금 소개할 파라푸조시아 세펜라덴시스(Parapuzosia seppenradensis)는 가장 거대한 암모나이트로 제 책 『포식자: 박테리아에서 인간까지』에서 잠시 소개했습니다. 파라푸조시아 세펜라덴시스는 19세기 말에 독일의 과학자인 헤르만 란도이스(Hermann Landois)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 거대한 패각 화석은 연결했을 때 지름이 대략 1.8m였습니다.
기념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이 거대 나선 껍데기를 지닌 고대 생물은 정말 놀라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세 과학자들은 이 패각이 완전하지 않으며 실제 개체의 크기는 적어도 지름 2.55m에 무게도 1.4톤 이상일 것으로 보고 무게의 반은 패각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거대 암모나이트가 어떻게 살았는지 신기할 정도의 크기인 셈입니다.
두꺼운 껍데기를 생각하면 사실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텐데 과연 어떻게 먹이를 사냥했는지도 궁금한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크기를 감안하면 자연상태에서는 천적이 별로 없어 빨리 피할 이유는 없었겠지만 반대로 먹이를 잡을 때는 무겁고 큰 껍데기가 상당히 부담되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런 거대 암모나이트가 존재했다는 것은 어떻게든 극복 가능했다는 뜻이겠죠.
물론 지름 1m가 넘는 암모나이트는 매우 드뭅니다. 껍데기는 훌륭한 방어 수단이지만 무게가 제법 나갑니다. 지름이 두 배가 되면 부피는 8배가 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크기가 커질수록 껍데기 무게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겁니다. 따라서 이런 초대형 암모나이트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들은 백악기 후반에 등장했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파라푸조시아 속에는 파라푸조시아 브라드이(Parapuzosia bradyi)라는, 세펜라덴시스보다 약간 작은 근연종이 존재합니다. 껍데기의 지름이 1.4-1.8m 정도에 달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역시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외에 1m 이상의 지름을 지닌 암모나이트가 몇 종 더 존재했지만 대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듯 비교적 작은 크기였습니다.
이렇게 큰 암모나이트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들이 워낙 다양하게 적응 방산한 덕에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종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원형이 아니라 매우 독특한 껍데기를 진화시킨 암모나이트류도 존재합니다. 다음에는 이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