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ew York Times에 Hiroko Tabuchi가 기고한 「Near Noisy Oil Fields, Lovesick Birds Change Their Tunes」를 번역한 글입니다.
수컷 새가 목청껏 짝을 찾아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그런데 새가 있는 곳이 유전으로 원유 추출이 한창이다 보니 주변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암컷 새는 수컷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합니다. 수컷 새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까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과학자들은 초원멧새(Savannah sparrow)가 짝짓기할 때 상대방을 찾으며 부르는 노래를 수백 시간 동안 관찰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특별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을 뚫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새들은 대단히 복잡한 방식으로 음역대를 바꿨습니다.
과학자들도 이제야 무엇을 어떻게 바꿨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최근 땅을 파는 소리나 터빈, 제트 엔진 소리 등 인간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과 소음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났고 마니토바대학교의 생물학자 미야코 워링턴 박사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최근 캐나다 곳곳에서 한창 개발 중인 가스전, 유전 근처에 사는 새들의 행동 변화에 관한 연구를 이끕니다.
“노래 가운데서도 특히 주변 소음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을 바꿔 부르고 있어요. 대단히 복잡한 기제를 통해 적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단순히 모든 새가 더 크게 노래를 부르는 정도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브라질 열대우림 곳곳의 광산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그곳에 사는 검은이마티티 원숭이들이 소리로 신호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나왔습니다. 고래와 돌고래들이 바다를 지나는 선박의 엔진 소리나 바닷속 유전 개발 현장에서 나는 소음에 특히 취약하고 민감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습니다. 소음은 이들이 대화하는 데 사용하는 복잡한 신호 체계를 교란하죠.
또 다른 연구를 보면 미국 전역의 보호구역 가운데 60%가 넘는 지역에서 배경 소음이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소음 공해가 그만큼 심해진 것이죠.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으로 고통받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학자들은 교통 관련 소음이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다른 몇몇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새의 노래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오랫동안 도시에 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같은 종이라도 시골에 사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왔습니다. 워링턴 박사는 한발 더 나아가 야생동물이 북아메리카 일대에 유전, 가스전이 개발되면서 드릴 소리, 펌프 소리 같은 낯선 공사장 소음에 갑자기 노출됐을 때 과연 어떻게 적응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이끄는 마니토바대학교 연구팀은 수컷 초원멧새가 짝짓기 철에 보내는 신호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초원멧새는 몸집이 테니스공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깃털로 덮인 몸에는 멋진 줄무늬가 나 있습니다. 눈 위 이마에는 노란 줄무늬가 있는 것도 특징이죠. 한때는 북아메리카 초원이 있는 온대 기후대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 초원멧새는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개체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원문에 있는 오디오 파일은 초원멧새 두 마리의 노랫소리를 담았습니다. 먼저 들리는 소리는 조용한 자연 상태에서 내던 원래 노랫소리고, 두 번째는 땅속에서 유전을 찾아 원유를 시추하는 펌프와 엔진 소리로 온통 시끄러운 곳에 사는 초원멧새가 부르는 노랫소리입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그저 새가 지저귀는 똑같은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 차이는 꽤 미묘한 편이죠. 하지만 소리의 음역대와 크기를 시각화해서 살펴보면 공사장 근처에 사는 새는 소음을 뚫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특히 중간 즈음에 훨씬 더 크고 높은 소리를 냅니다.
조용한 환경에서 사는 수컷 새의 세레나데는 기본기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쾌한 스타카토로 고음으로 노래를 시작해 중간에 목청을 가다듬듯 연결부를 노래하고, 이어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바이브레이션을 넣어 세레나데를 마무리합니다.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모은 연구자료를 분석해 워링턴 박사는 세레나데에 인간의 언어로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대략 이런 뜻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 아름다운 그대여, 날 좀 봐요! 난 밥이라고 해요, (당신과 같은) 초원멧새죠. 나는 보시다시피 멋지고 섹시하답니다.’”
그런데 굴착기와 펌프 소리로 천지가 시끄러운 곳에 사는 새는 노래 중간 부분을 바꿨을 뿐 아니라 도입부의 음역대도 일부러 낮췄습니다. 워링턴 박사는 노래의 도입부가 특히 땅을 파는 펌프 소리에 묻히기 쉬운 부분이라 새가 전략을 바꿨다고 분석합니다. 음을 낮춰 부름으로써 애써 부른 세레나데가 처음부터 소음에 묻혀버리지 않게 한다는 겁니다.
새들은 물론 노래 중간에 자기만의 독특한 음색이나 매력을 뽐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노래 양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자 연구팀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유전 개발 구역인 브룩스시 반경 200km 안의 총 26곳에서 수컷 초원멧새 73마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녹음해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녹음한 장소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는 전기를 끌어다 땅을 파고 펌프를 돌려 원유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곳, 두 번째는 직접 발전기를 돌려 땅을 파고 펌프를 돌리는 곳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추출한 천연가스를 압축하거나 원유를 추출하는 곳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유전, 가스전 관련 시설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새들의 노랫소리를 녹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째 환경, 즉 발전기를 돌려 펌프를 쓰는 곳 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이 가장 노랫소리를 많이 바꿨습니다. 이 장비는 관찰한 곳에서 쓰인 여러 장비 가운데 가장 큰 소음을 내는 장비였습니다(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배경 소음이 이 펌프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음역대와 도입부의 음,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는 듯한 중간 부분에서 났습니다.
노래 자체를 통째로 바꾼 사례는 없었습니다. 노래의 마무리 부분 바이브레이션은 잘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수컷 새가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인 듯합니다(녹음 파일을 들어봐도 배경에 관계없이 마무리 부분에서 노래는 늘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워링턴 박사와 동료들은 노래를 변주해 부르는 것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습니다. 산악 지역에 사는 개똥지빠귀나 뉴멕시코주 일대에 사는 잿빛 딱새를 관찰한 개별 연구 결과를 보면 유전이나 가스전 근처에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는 건 새들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소음 때문에 어렸을 때 성장이 저해된 사례도 몇 차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새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 신호 체계를 바꿨습니다. 그럼 그걸로 적응을 마쳤으니 괜찮은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생물의 진화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거든요. 산업 현장이나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은 야생동물을 비롯한 자연환경에 분명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이제 겨우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에서 보존 생물학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네이선 클라이스트의 말입니다. 클라이스트는 앞서 소개한 뉴멕시코 잿빛 딱새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암컷 초원멧새의 짝짓기 행동을 관찰, 분석한 후속 연구 결과 노랫소리를 바꾼 수컷 새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일단 다행입니다.
“예를 들어 조지 클루니가 갑자기 바트 심슨 같은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새들이 원래 내던 소리를 갑자기 바꾸면 혹시나 짝짓기 자체가 안 이뤄지는 건 아닐지, 암컷들이 수컷의 세레나데 자체를 못 알아듣지는 않을지 걱정했죠. 하지만 다행히도 소음 앞에서 노래 톤을 바꾼 전략은 일단 잘 먹힌 것 같아요. 암컷에게 노래도 더 잘 가닿는 것 같고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