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MeToo) 운동이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이었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여성의 권리와 성차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성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과연 사회 속 여성의 모습은 어떨까요? 데이터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만큼 똑똑한 여성? 교육 기회에 대하여
“여성만 하는 ‘사회 진출’”
혹시 알고 계셨나요? ‘사회 진출’이라는 표현은 여성에게만 사용된다고 합니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데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데요. 여성이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교육 기회에서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시계열 그래프는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111개국에 거주하는 15~64세의 평균 교육연수를 측정해 계산한 남성 대비 여성의 평균 교육연수 비율입니다. 100%는 남성과 여성의 평균 교육연수가 같다는 뜻을 의미하며, 100%보다 낮은 수치는 여성의 교육 연수가 남성에 비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870년과 2010년의 데이터를 비교해보겠습니다. 1870년, 6개 지역의 여성 평균 교육연수는 남성의 31.6%로, 동유럽(Eastern Europe)이 74.5%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는 여성의 교육 기간이 남성의 8.12%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6개 지역의 여성 평균 교육 기간은 91.2%로 1870년 기록보다 59.7% p 증가했습니다. 동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의 지역에서 여성 평균 교육연수가 101.3%를 기록했고,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82%를 기록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아시아 태평양(Asia and Pacific)의 지역의 수치는 각각 87.5%, 84.1%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적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육아와 경제 활동의 갈림길에 선 여성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요?”
교육의 기회가 적으면 경제활동에서도 직업과 경험의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떠오르는 문제로 결혼과 출산·육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혼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뉴스젤리의 ‘대한민국 절반의 이야기! – 데이터로 보는 여성’에 따르면 미혼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차이는 1.8% p에 불과하지만, 기혼일 경우 17.2배 높은 30.9% p의 차이를 보입니다.
결혼으로 인해 경제 활동 참여가 위축되는 점은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가율 데이터에서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데요. 결혼과 출산을 많이 하는 30대에서 경제활동 참가율이 50%대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 여부가 경력 단절,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과연 여성의 출산과 육아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칠까요? UN과 세계은행 출처의 데이터를 확인해본 결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생아 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60년부터 2015년 기간에 걸쳐 각 나라 여성의 1인당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 동시에 경제활동 참가율은 다소 상승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시계열에 따라 데이터를 표현한 점(dot)의 이동경로가 우측 하단에서 왼쪽 상단으로 이동하는 추세).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1960년 여성은 1인당 6.1명의 아이를 출산하였으며 경제 활동 참가율은 27.92%에 불과하였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여성은 1인당 1.28명의 아이를 낳았고 51.79%의 과반수가 경제활동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 때문에… 아이 때문에…’가 아니라 ‘여자’라서 안 돼”
결혼과 육아가 여성의 경제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사회에서 어느정도 인지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출산과 육아의 의무가 없는 여성, 즉 남성과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세계은행(World Bank)의 세계개발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는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의 여건을 배제하고도 남성과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동의 여부를 응답으로 수집하였습니다.
2015년 전체 응답 188개국 중 105개국이 ‘아니오’라고 응답해 55.9%의 과반수가 여성은 남성과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9년 140개국 중 81개국인 57.9%가 ‘아니오’라고 응답한 수치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직업의 기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 2011, 2013, 2015년의 기간 모두 ‘아니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제한된 사회적 인식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여성의 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텐데요.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밝힌 공공기관 및 5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로, 여전히 우리 사회 내 여성의 ‘유리천장’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노동 다른 임금, 남녀 임금 차이
“미국, 남편이 100달러($) 벌 때 부인은 60달러 벌어”
교육 기회의 차이, 출산·육아 등에 의한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임금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금 데이터는 남성과 여성이 사회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데요!
미국의 데이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남녀의 임금 격차는 어떨까요? 플로잉 데이터(Flowing Data)의 미국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와 인구조사에 따르면 남녀의 임금 격차는 명확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맞벌이 부부의 임금을 비교해 남편 대비 부인의 임금 비중을 계산한 데이터입니다.
1970년 미국 부인의 임금은 중간값(Median)을 기준으로 남편 임금의 0.4배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국 부인이 남편의 임금의 절반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돈을 벌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2015년에는 남편 대비 부인의 임금이 증가하여 중간값 0.6배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격차는 존재합니다.
“한국은? 남성이 100만 원 벌 때 여성은 63만 원 벌어”
우리나라의 전체 임금 근로자의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2016년 기준 64%이며 미국 데이터와 동일 기간인 2015년에는 62.8%를 차지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성 평등을 선도하는 나라, 덴마크도 별반 다르지 않아”
남녀의 임금 격차는 법적인 제도와 더불어 성 평등을 위해 노력한 정도에 따라 개선할 수 있을 텐데요. 덴마크는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여성 운동가대회를 열어 ‘세계 여성의 날’을 제정한 나라입니다. 성 평등을 선도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임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덴마크의 자녀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임금의 차이를 여성(왼쪽 그래프)과 남성(오른쪽 그래프)을 비교해봅시다.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여성의 임금은 급격히 감소했다가 소폭 증가하지만, 남성의 경우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 속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데이터로 살펴보았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교육 기회 차이, 결혼·육아로 인한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 남녀의 임금 격차 문제가 다수의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여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나’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여기고, 개인의 차원에서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겠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원문: NEWS JELLY / 필자: Joo Ye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