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일도, 서비스도, 제품도 마찬가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획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린 실체 없이 허상만 말하는 ‘척’하는 기획에 지쳤습니다. 이제는 프로페셔널과 휴머니즘이 마블링된 기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하는 기획은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기획에서 브랜딩으로, 가는 기획을 곱게 만들어서 오는 결과를 곱게 맞이합시다. 기획과 브랜딩의, 기획과 브랜딩을 위한, 기획과 브랜딩에 의한 결과를 테이크하는 그날을 바짝 당길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당위성, 내가 부르다 기획할 이름이여
무릇 기획이란 당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간혹 듣게 됩니다(보통 팀 이름에 ‘기획’이 들어간 경우에 “이게 지금 당위성이 있다고 보느냐” 또는 “니 기획엔 당위성이 없어” 등 팀장님이 썽내실 때 종종 듣습니다). 당최 당위성이란 무엇일까요?
당위성이란 마땅히 있어야 할 성질입니다. 즉 당위성 있는 기획이란 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왜 우리 제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연히 스며들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약간 느낌적인 느낌인 것이죠.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인생은 누가 더 대단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의 싸움’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브랜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 세상에 없는 제품, 서비스는 없습니다. 카페만 해도 마포구 성산동에만 ‘성산동 카페’라는 키워드로 약 21만 2,000개의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이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꾸준히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광고에 쏟아붓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기 위함이죠. 꾸준함과 스케일도 분명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당위성이 없는 기획은 초점을 잃은 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딜 봐야 할지 모르죠. 그리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광고비는 줄줄 샙니다. 당연히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마케팅 기획서에 당위성을 조금 첨가하면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빠른 소화를 도우니까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약간 뜬금없지만 운동복으로 하겠습니다. 우리는 기존에 집행하던 광고 채널을 활용하여 구매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맡았습니다. 우리 운동복의 특징은 특허받은 특수 섬유를 사용한 원단으로 흡습속건이 되고 가벼우며 몸에 잘 핏 된다는 겁니다. 사실 이러한 속성은 운동복의 대부분이 가진 특성입니다. 그리고 운동복은 온·오프라인에 널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운동복은 ‘특별’합니다. 이 특별함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합니다.
평소에 주기적으로 집행하던 블로그 마케팅을 되돌아봅니다. 어쨌든 그동안은 N사 블로그에 검색했을 때 우리 제품 후기가 상단에 노출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었습니다. (몇 명이 보았고, 몇 명이 댓글을 달았고…) 대행사를 통해 매달 몇십 개의 포스팅에 제품과 몇백만 원을 지불하고, 이번 달 포스팅 개수가 잘 올라왔는지 가끔 검색하면서 마음을 놓았죠.
하지만 평범한 구매 후기로는 사람들을 자극할 수 없고, 통일되지 않은 키워드들은 별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But, 당위성을 알아버린 지금은 다릅니다. 가이드를 기획하는 겁니다. 우리 제품을 가지고 후기를 작성하는 블로거들에게 가이드를 줍니다. 이런 식으로요.
a. (필수) 기본 가이드
- 착용 사진은 상의는 상체 전체, 하의는 하체 전체가 나오게 촬영해주세요.
- 전신사진 1장 이상, 원단 클로즈업 사진 2장을 첨부해주세요.
- 위에는 맨투맨, 후드 등의 평상복과 매치한 코디 스타일로 사진 촬영해주세요.
- 착용감과 원단에 대해 각각 다섯 문장 이상 작성해주세요.
b. 작성 가이드
작성 시 ‘특수 소재로 개발한 특허 원단’, ‘몸매 보정 핏’, ‘일상복 같은 편안함, ‘운동할 때의 모든 움직임까지 다 잡아주는 ☆☆브랜드!’라는 키워드와 뉘앙스 삽입
c. 사진 가이드
원단을 강조한 클로즈-업 사진, 물을 뿌렸을 때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1장 이상 첨부 (동영상이면 더 좋습니다.)
파워블로거도 그분들만의 포스팅 스타일이 있기에, 브랜드 지향점이 설명된 어느 정도의 프레임만 제공되어도 그 안에서 멋지게 작성해 주실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기획된 포스팅들이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노출됩니다.
무의식, 그거 되게 무섭습니다. 이제 우리 브랜드는 특별한 원단으로 멋진 핏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사야 하는 제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기획된 수십 개의 포스팅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마 우리의 소비자는 친구가 왜 샀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이게 좀 좋은 원단이라 이쁜 핏이 나와.”하고요. 이렇게 당위성을 품은 기획이 매료된 소비자들을 또 늘렸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가이드를 기획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 예시는 매우 단순한 디테일을 요하는 기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품 특징을 작성 가이드로 풀어내어 잠재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더 촉진시켰습니다.
사람을 설득하는 기획에는 당위성이 꼭 필요하고 이러한 당위성은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줍니다. 이게 우리가 당위성이 있는 기획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구매를 재촉하고 잠재 고객을 예약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당위성이 쌓여 브랜드를 만듭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털릴 일도 없습니다. 기획의 세계는 깊고도 넓고, 한계는 없으니 당위성을 담뿍 담아 다음 기획서에 반영해봅시다. 우리의 기획서가 잘 나가는 그 날까지!
원문: 키앤필 스튜디오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