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도 맞았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하다못해 혹은 이재용이 내 삼촌이거나, 아니면 비트코인을 내다볼 선견지명이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서럽다. 먹고 싶은 것과 사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반면, 돈이 있다면 사회가 허락한 범주 안에서는 얼마든지 전지전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부자가 될 방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떻게 부자를 아무나 하겠어
그래서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이라는 책을 맨 처음 마주했을 때, 웃어넘겼는지도 모른다. 특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세상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살겠는가. 적어도 내 기준에서 아버지가 부자였거나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부자였다는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부자가 되는 길은 없었다.
하지만 마침 돈이 없어서 친구와의 약속을 미뤘고, 그래서 남는 게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말 시간이나 버리자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저자는 알렉스 베커. 스물넷에 퇴직금을 털어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했다. 1년 후에는 또 다른 회사를 차렸고,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다 무려 3년 만에 미국에서 손꼽는 부자가 됐다. 역시 책 제목에 어울릴만한 이력이다. 문제는 그런 그를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는 일? 어디 쉽나. 그리고 그렇게 회사를 차린다고 해도 대부분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실패를 감수하느니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악순환의 알고리즘을 바꿔야 한다
컴포트 존은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이고, 또 그렇기에 별로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영역이다. 이를테면 우리의 직장, 인간관계와 같은 지금의 주변 환경 말이다.
누군가 바꾸려고 하면 굳이 무엇하러 바꾸는가 하는 나태함의 영역을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만약 이러한 의식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의 삶에 불평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생각하는 트래픽 파이터(Traffic Fighter)가 되고 만다.
부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을 막는 스스로의 컴포트 존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회사가, 누군가는 학교가, 누군가는 인간관계와 규율이 컴포트 존일지도 모른다. 그 컴포트 존을 정확하게 찾아내면 어떤 것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도 명확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방법이 뭐냐고?
단순한 선문답에 그치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한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그 내용도 특별히 더 거창하지 않다. 부자가 되겠다는 계획 아래에 맞는 세부적인 금액을 정한다거나, 그 금액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에 입사해 돈을 버는 것은 사실 ‘느리게 부자 되는 법’이다. 당신이 그 기업에서 해고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세부적인 계획은 언제나 그 변수로 인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해서 “돈을 천천히 벌 생각을 하지 말아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과정이 많다는 것이고, 과정이 많다는 것은 업무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다.
그 과정 속에서 당신의 의사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적어질 것이고, 남의 일을 하느라 현재의 당신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꿈과는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이 ‘노오력’을 강요하고 눈을 속이는 자기계발서의 맥락에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대마다 쏟아지는 우문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 현답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이 책을 덮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