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ㅍㅍㅅㅅ 이승환 수령과 채팅을 했다. 젊지는 않지만 나보다는 젊으니 이런저런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 귀중한 사람이다.
나는 일본에 18년 전 건너와 말을 배우고 이런저런 정신병원 식당에서 환자 밥도 만들고, 한국 고깃집에서 불판도 닦아보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접시도 숱하게 닦아봤다. 이후에는 유명하다는 대학원에서 학위도 따고, 만화출판사에서 일도 하고, 만화 스토리 작가도 하고, 책도 몇 권 일본에서 내보고, 온갖 일을 다 겪어봤다. 이제는 결혼해서 아들 2명을 키우며 이국땅에서 육아도 해본다.
그러니 여러 사람에게 일본의 진짜 얼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학연수나 1-2년의 일본 주재원 생활 같은 방식으로 접한 일본이 아닌 진짜 일본에 관해 심도 깊은 질문을 한다. 하지만 아주 높은 비율로 한국에서 형성된, 일본을 향한 고정 관념에 근거한 질문이 많다. 자주 접하는 질문이 이거다.
“일본 물가가 비싸지 않은가?”
나의 대답은 거의 판에 박혔다.
“아니, 요즘 한국 물가와 비교하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이거 온갖 한국 신문이 자주 내보내는 기사기도 하다. 특히 관심이 정말 많은 일본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는 온갖 댓글들이 숱하게 달린다. 부동산에 관해서도 나는 이렇게 말한다.
“도쿄 도심지 한정으로, 주택의 질적인 측면이나 생활 동선을 생각하면 서울 중심가보다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아, 벌써 이거에 반박하려고 덤비려는 분들 많을 거라고 본다. 조금 진정하시고. 필자 나이는 40대 중반, 일본에서 지가와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롯폰기에 직장이 있다. 집은 일본에서 가장 번화가라는 신주쿠다. 여기서 살고 먹고 자고 마시면서 겪는 것들을 리포트 형식으로 올려서 ‘일본은 비싼 나라’라는 한국의 인식에 덤벼보는 기획을 이야기했다.
의외로 수령이 잘 응해줘서 진짜 한번 시작해보기로 했다. 고정관념에 돌 던져보는 부정기 기획이다. 첫 번째로 먹는 걸 한번 써볼까 한다. 먹는 행위는 누구나 하고, 누구나 관심이 있고, 어떤 의미로 누구나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 수 있고, 그러니 누구나 전문가다.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걸 생각하다 문득 아침밥을 다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침 식사가 건강에 좋은 거 다들 알지만 막상 챙겨 먹으려면 귀찮고 다들 맞벌이라 챙길 시간이 없고 밖에서 먹으려면 또 의외로 비싸고. 일본은 이런 아침을 싸고 간단하게 해결할 가게가 의외로 상당히 많다. 이번 기획 첫 번째로 이런 가게에서 아침밥 때운 경험을 한번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이 기획을 하면서 필자가 정한 규칙: 필자는 상술했듯 신주쿠에 살고, 아침마다 신주쿠 교엔마에 역까지 10분쯤 걸어가서 전철을 타고, 롯폰기 1번지 역까지 전철로 또 20분 정도 걸려서 출근한다. 이 중간에 마주치는 음식점 중에서 아침밥을 먹어보겠다. 한국에도 있는 맥도널드나 롯데리아 등은 이용하지 않고 되도록 제대로 된 밥이 나오는 곳으로 한정.
1. 소고기덮밥 체인점 스키야
첫날로 잡은 곳은 여기. 스키야(すき家)는 일본 최대 규동(牛丼, 소고기덮밥)체인 가운데 하나다. 열악한 노동조건 등으로 블랙 기업 이미지가 강한 곳이지만(…)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한 끼를 때울 여러 가지 메뉴를 파는 곳으로 이미 유명하다. 아침 메뉴도 상당히 저렴하다.
들어가니 뭐 물은 준다. 메뉴는 따로 주지는 않고 좌석에 비치되어 있다. 메뉴 중에서 조식 메뉴를 촬영해보았다. 고를 수 있는 메뉴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 가격대가 400엔 안쪽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다. 가장 저렴하게 때울 수 있는 건 요즘 좀 유명한 날달걀 밥이다.
날달걀 밥만 시키는 건 좀 너무 속이 허할 거 같다. 매일 아침 마눌님이 워낙 밥을 잘 챙겨 먹여서 이것만 먹고 나가면 힘이 안 난다. 메뉴에는 여러 옵션이 있다. 110엔을 더 내면 고기와 야채가 많이 들어간 일본식 고깃국 돈지루 추가, 30엔을 더 내면 쌀밥 양이 추가되는 식이다. 나는 날달걀 밥에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곁들임 메뉴를 고르고 밥의 양은 보통으로 부탁했다.
베이컨 3쪽과 아스파라거스 찜이 메인 반찬. 여기에 밥에 끼얹어 먹을 날달걀과 그 위에 붓는 전용 간장, 뜨거운 미역이 들어간 일본식 된장국 미소시루와 감자 샐러드가 나온다. 필자가 어릴 땐 한국에도 날달걀을 끼얹어 먹는 게 흔했으나 요즘은 잘 비리다고 잘 안 먹는데 일본은 아직 자주 먹는 메뉴다.
주문까지는 5분. 가격은 주문서에 보이듯 세금(8%) 포함해서 350엔. 한국 돈으로 약 3,600원이다. 베이컨은 좀 더 잘 구웠으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데친 채소 맛이라 나왔구나 정도. 이렇게 나온 메뉴를 팍팍 먹고 서둘러서 출근했다. 점심시간이 13시 정도인데, 그때도 밥 생각은 안 날 정도로 든든한 메뉴였다는 인상.
평가
- 먹은 곳: 덮밥 전문집 스키야의 신주쿠 어딘가의 체인점
- 메뉴: 날달걀 밥과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곁들임
- 만족도: 5점 만점 중에서 3.5점
내일은 여기와는 또 다른 곳의 아침 정식을 먹어보겠다. 개인적으로는 조식 메뉴의 킹이라고 불릴만한 메뉴다. 기대하시라.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