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대부분 매우 단순한 구조와 작은 크기를 지녔습니다. 사실상 껍데기에 해당하는 구조물과 내부의 DNA/RNA 약간 외에는 별다른 게 없어 살아 있는 생물의 형태로 볼 것인지도 다소 논란의 대상이 되는 유기체입니다. 평상시에는 그냥 무생물과 마찬가지다가 숙주에 감염되면 숙주 세포의 자원을 이용해서 스스로를 복제한 다음 빠져나오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초대형 바이러스 발견」이라는 글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바이러스 가운데는 작은 박테리아와 경쟁할만한 크기를 지닌 거대 바이러스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바이러스임에도 상당히 큰 DNA를 지녀 수천 개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숙주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효소 작용 같은 생명 활동의 징후를 보입니다.
프랑스, 브라질, 스웨덴의 연구팀은 브라질의 소다 호수(Soda Lake)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가에서 새로운 바이러스 균주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이 바이러스에 투판바이러스(Tupanvirus)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이 바이러스는 150만 DNA 염기쌍이 있어 1,425개의 단백질을 코딩하는 데 충분한 복잡성을 지닙니다.
튜판바이러스는 다른 거대 바이러스인 미미바이러스(Mimivirus)에서 진화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여러 종류의 아메바를 숙주로 살아갑니다. 아무튼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에서 DNA 정보를 단백질로 옮기는 데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발견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바이러스가 숙주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DNA를 수리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거대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활발하게 대사활동을 벌이지는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 바이러스의 존재는 바이러스 역시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은 진화상의 위치입니다. 현생 바이러스는 박테리아가 진화해서 생성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거대 바이러스가 그사이에 위치한 존재일까요? 확실치 않지만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Jônatas Abrahão et al, 「Tailed giant Tupanvirus possesses the most complete translational apparatus of the known virosphere」, 《Nature Communications》, 2018. DOI: 10.1038/s41467-018-03168-1
- 「Newly discovered giant viruses have ‘the most complete translational apparatus of known virosphere’」, phys.org